지배구조 개편 기대로 주가 급등한 삼성생명…"실현 가능성 낮다"

입력 2020-09-02 08:52   수정 2020-09-02 10:06

삼성생명 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약 8.5%를 매각하고 주주 환원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거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서다. 하지만 시장에서 나오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높아지는 시장의 기대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난 1일 삼성생명 주가는 7.19% 오른 6만5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한 달간 38%가 올랐다. 삼성물산도 이날 2.31% 오른 11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회사 주가가 오른 배경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19, 20대 국회에서 불발된 후 세 번째 발의다. 21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과반 의석(176석)을 확보하고 있는만큼 과거와 달리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삼성생명은 6월말 기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하고 있다. 현행법은 보험사의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총 자산의 3% 이하로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지분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개정안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원가'(현행법)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생명이 1980년대 취득한 삼성전자 지분의 취득원가는 약 5400억원이다. 삼성생명 총자산(317조원)의 0.1%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장가격'으로 바꾸면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약 28조원으로 늘어난다. 삼성생명 총 자산의 3%(약 9조원)까지 보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약 20조원어치는 내다 팔아야 하는 것이다.
◆사실상 해결책 없는 삼성
문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면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린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배구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이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삼성물산이 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지배구조도 단순해진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43.44%)을 삼성전자에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가 약 22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재계는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먼저 세금 문제다. 법인이 보유주식을 팔면 매각차익의 22%에 달하는 법인세를 내야 한다. 삼성생명 뿐만 아니라 삼성화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매각에 발생하는 세금을 합하면 법인세 규모는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거래다.
◆삼성물산도 나서기 어려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 매입에 성공해도 문제다. 총자산에서 자회사 주식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서면 강제로 지주회사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삼성물산은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소유해야 한다.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가 가져야 하는 자회사 지분율을 30%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물산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5.01%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20%~30% 보유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의 전자 지분을 매입한 후에도 수십조원이 추가로 필요해진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내놓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오버행(대량 매도 대기 주식)'으로 삼성전자 주가 상승폭을 제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관 투자자는 물론 145만명으로 늘어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삼성생명엔 과연 득일까
삼성생명에게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김동양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법안 취지대로 삼성전자 지분 처분에 따른 자본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저금리 환경에서 삼성전자의 안정적 배당수익률을 대체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28조원어치를 보유하면서 연간 7196억원의 배당수익을 얻었다. 배당수익률은 약 2.5%다. 삼성생명이 전자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세금과 유배당 계약자 몫을 빼면 돌어오는 현금은 17조~18조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기존 수익을 얻기 위해 필요한 요구수익률은 최소 4% 이상이다. 김동양 정준섭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지난해 운용자산 투자이익률이 3.2%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 주식 매각 이후에도 매각 이전만큼의 이익 수준 및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복합적인 이유로 시장이 예상하는 시나리오대로 지배구조 개편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시장에서 나오는 도식적인 이야기일 뿐 아직까지 전혀 검토하고 있는바가 없다"며 "바이오 산업은 삼성물산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각할경우 제일모직 합병 당시 내걸었던 명분이 약해지는데다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을 살 우려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8월 중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해당 종목을 가지고 있지 않던 기관 투자자들이 급하게 종목을 담으면서 주가가 급등했다"이라며 "최근에는 그런 움직임이 어느정도 잦아들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장밋빛 전망'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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