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진영논리에 갇힌 재산세 감면 논란

입력 2020-09-03 16:03   수정 2020-09-03 17:56


서울 서초구의 재산세 감면 시도가 정치적 진영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달 말 서울 25개구의 구청장협의회에서 서초구가 제안한 재산세 감면안을 부결시킨 데 이어 협의회가 서초구안을 반대하는 입장문까지 잇따라 발표하면서다.

지방세법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구청장이 재산세 50%를 깎아줄 수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올해 코로나19 재난 극복을 위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을 대상으로 재산세를 50% 감면하자"는 안건을 지난 달 31일 열린 구청장협의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다른 구청장들이 서초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올해 서울 25개구의 재산세 일괄 감면은 물 건너 가게 됐다.

구청장협의회는 지난 2일엔 이례적으로 부결안건에 대해 입장문도 발표했다. 협의회는 "구의 주요 세수인 재산세를 감면해주면 오히려 취약계층을 지원할 재원이 줄어든다"며 서초구의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음 달 중 중저가 1가구 1주택의 재산세율 인하계획을 발표할 계획을 세워 둔 중앙 정부에 앞서 지방정부가 재산세를 감면하면 혼선을 야기할 것이란 것도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급격히 재산세가 오르면서 각 구청들은 재산세에 대한 불만 민원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서초구의 제안을 협의회에서 강하게 반대한 것은 단순히 재산세 세수 확보 차원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조 구청장은 서울 25명의 구청장 중 유일하게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 소속이다. 24명의 구청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이다. 자치구 중 재산세 부과규모 1위인 강남구의 정순균 구청장은 한때 코로나19 피해업소에 대한 재산세 감면안을 서초구보다도 먼저 검토한 바 있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재산세 감면 여력이 있는 강남구나 송파구도 서초구에 동조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정치적 편가르기"라고 말했다.

심지어 서초구의회에서 재산세 감면을 독려한 민주당 소속 의원에 대해선 '야당 소속 구청장의 치적을 돕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민주당 내부에서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당에 치우친 구청장협의회의 의사결정이 자치분권보다는 진영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서초구는 단독으로 재산세 감면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올해 부과되는 재산세 3706억원 중 40억~50억원 정도를 환급해주는 방안이다. 다만, 다른 구청의 비판을 의식해 재산세 중 서울시에 내야할 공동세 50%에 대해선 건드리지 않고, 구 자체 예산에서만 감면에 따른 환급액 전액을 떠안기로 결정했다. 올해 재산세 중 공동세는 1조4292억원으로 이를 각 자치구가 572억원씩 나눠 갖는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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