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이란 명분 뒤에 숨겨진 무리수들, 왜 이리 많나

입력 2020-09-06 17:55   수정 2020-09-07 00:11

정부 여당과 의사들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원점 재논의’키로 합의했지만 논란과 여진은 여전하다. 전공의를 중심으로 합의 내용·절차에 대한 불만이 만만찮다. 사실상 백기투항한 여권에서는 ‘굴욕을 안긴 의사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는 식의 감정적 대응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거센 후폭풍은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의료정책에까지 정치적 프레임을 덧씌운 여권이 자초한 일이다. 정부는 ‘제대로 된 해법을 찾자’는 의사들의 요구를 ‘공공’이란 명분을 앞세워 직역이기주의로 매도하는 데 급급했다. 초기에는 이런 전략이 먹혔지만 정책 부실과 정치적 의도가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여론은 점점 ‘파업 지지’ 쪽으로 옮겨갔다. ‘코로나 사태에도 파업하느냐’는 정부의 단순한 주장보다 ‘코로나까지 악용해 나쁜 정책을 관철시키려 한다’는 의사들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린 것이다.

총선 이후 일방 독주해온 정부 여당 행태에 최초로 제동이 걸렸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여권 일각과 좌파 시민단체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공공의료를 좌절시켰다”며 거친 비난을 내놓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정책을 공청회 한 번 없이 밀어붙인 데 대한 반성은커녕 책임 전가에만 열중하는 행태는 의정 갈등을 더 꼬이게 만들 뿐이다. 정치적 이해에서 탈피해 ‘취약지역 의료수가 신설’ 등 합리적 대안에 대한 심도 있는 토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공익을 빙자한 정책 폭주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남은 임기 중 중점 사업으로 밀어붙이는 뉴딜펀드도 무리수가 많다. 세금으로 투자 손실을 보전해 주는 방식은 형평에 어긋날 뿐 아니라 민간 펀드시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 결제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겠다’던 서울시 간편결제시스템 제로페이의 실패도 마찬가지다. 2018년 말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난 7월까지 결제의 75%가 정부·지방자치단체 상품권이다. 많은 세금을 투입해 가입을 강제하다시피 했지만 소기의 성과는커녕 우월적 지위로 민간 시장만 교란시킨 셈이다.

의정 갈등의 전개 과정은 포퓰리즘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만큼 국민 의식이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공공의료 강화’와 ‘지방의료 확충’이라는 멋진 명분에도 국민은 ‘의료정책의 정치화’에 대해 분명히 경고했다. ‘공공 배달앱’ 구축으로 시장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지자체나, ‘공정경제 3법’을 밀어붙이는 정부가 이번 사태에서도 배우지 못한다면 더 준엄한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여권 못지않은 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이는 야당도 명심해야 할 국민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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