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션에 올인한 삼성…"조리가전 표준 될 것"

입력 2020-09-10 12:52   수정 2020-09-10 17:41


2000년대 초 삼성전자에 ‘콤보’라는 가전이 있었다. DVD플레이어와 비디오플레이어를 결합한 제품이었다. 출시 5년째인 2005년 100만개를 판매했을 만큼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콤보를 성공사례로 보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제품인 콤보에 집중하다가 시장 전환기를 놓쳤다는 설명이다. 처음부터 DVD플레이어에 집중했더라면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삼성전자가 전기레인지에서 하이라이트를 빼고 있다. 지난 6월 ‘올인덕션’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 전기레인지 23종 중 인덕션은 15종으로 업계에서 가장 인덕션 비중이 크다. 이 비중을 더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인덕션만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레인지는 ‘하이라이트’와 ‘인덕션’으로 나뉜다. 자기장을 이용해 조리기구를 가열하는 인덕션은 상판에서 열을 내는 하이라이트보다 화력이 센 대신 전용 냄비를 써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가전업체들은 두 방식을 모두 활용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청소하기 편하고 화력이 센 장점 덕에 조리가전 중 전기레인지 비중은 지난해 52%로 가스레인지(42%)를 앞질렀다. 가전업계에서는 올해 전기레인지 중 인덕션 비중이 53% 정도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덕션에 초점을 맞춘 데는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장(부사장)의 판단이 컸다. 그는 올 초 “인덕션이 5년 안에 기존 조리가전을 대체할 것”이라며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가장 열효율이 높은 인덕션을 경험해본 소비자는 다시 하이라이트를 쓰진 않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삼성전자는 인덕션 시장 선점을 위한 주요 타깃층으로 신혼부부를 지목했다. 이들은 처음 접한 가전 브랜드의 평생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혼 살림을 마련하면서 식기를 새로 구입하기 때문에 인덕션 전용 용기를 구매하는 데 따른 부담도 적다. 정유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제품마케팅 담당 상무는 “신혼부부를 사로잡으려면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디자인부터 차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실은 소비자 주방 인테리어를 분석했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 주방에는 흰색·베이지색 등 밝은 색상 카운터가 주로 쓰인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김요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수석디자이너는 "흰색 카운터에 검은 인덕션이 자리하면 미관을 해친다는 걸 알게 됐다"며 "타사에서는 출시하지 않는 흰색 인덕션을 개발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주목한 또 한가지 소비자 특성은 음식사진은 물론 요리 과정까지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린다는 점이다. 김 수석디자이너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으려면 식기를 인덕션에 올려놨을 때 근사해보여야 한다”며 “식기만 2000만원어치를 갖다대보며 조화로운지를 검토하는 등 기존 가전에 비해 디자인 시간이 두 배 걸렸다”고 설명했다.

‘인덕션 올인’ 전략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인덕션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배로 뛰었다. 회사 측은 기세를 몰아 인덕션 구색을 더 늘릴 방침이다. 정 상무는 “내년부터 전기레인지 중 인덕션 비중은 60%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층을 더 넓혀 인덕션을 ‘국민 가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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