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보, 혈세 수억 투자해놓고 …회사 팔렸는데도 '캄캄'

입력 2020-09-11 09:30   수정 2020-09-11 09:35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신용보증기금(신보)이 최근 5년간 2077억원을 중소기업에 투자했지만 수익률은 0.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우량 중소기업을 골라 보증을 서주면서 투자를 병행하는 취지였는데 수익률은 예금 금리의 절반에도 못 미친 셈이다.

특히, 투자 핵심 분야인 사후관리가 크게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세금으로 투자했고 피투자 기업의 대표가 회사를 팔았는데도 수개월간 모르고 있거나, 투자를 회수하는 과정에서야 문제를 발견하고 소송을 거는 경우도 있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보는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약 5년간 2077억원 규모의 보증연계투자를 집행했다. 신보는 우량 비상장 중소기업들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보증을 서주는게 주요 업무다.

올해만 16조8000억원 가량의 보증을 지원할 계획이다. 신보는 이 과정에서 동시에 투자도 병행한다. 매년 400억원 가량을 중소기업에 투자한다. 기업당 최대 30억원으로, 연간 100여곳의 중소기업이 투자를 받는다.

문제는 신보가 투자 사후관리에 부실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컴바인넷이다. 신보는 2018년 IT 기반 배달대행 플랫폼 서비스 업체인 컴바인넷에 2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신보는 컴바인넷의 대표가 자기 지분을 매각해 새로운 대표가 들어섰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이를 알지 못했다. 컴바인넷 주주가 신임 대표를 별도 사건으로 고소한 후에야 그 사실을 인지했다.

신보는 피투자 기업 대표가 주식을 양도하는 등 경영에 변화가 생길 경우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투자 계약 위반 등을 이유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하지만 실제 투자금이 회수된 사례는 거의 없다. 지난해와 올 초 비슷한 매각 사례가 있었을 때도 신보는 사후에 동의했다.

신보가 투자하는 기업들은 비상장 중소기업이다. 기술력은 뛰어날지 모르지만 자본금과 임직원 규모가 작아 관리·감독이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상장사들에 비해 리스크 위험이 비교적 높다는 의미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제한된 신보 투자 운용 인력이 100곳 넘는 기업을 관리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러다보니 사후관리가 캄캄이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신보가 투자 문제를 확인해 법적 조치를 취한 경우는 최근 5년간 8건에 불과했다. 이 또한 투자에서 제소까지 평균 4년 이상이 걸렸다. 올해 소송을 제기한 3건의 경우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투자가 집행된 건이다. 사실상 투자금을 회수할 시기가 다가와서야 문제를 확인하고 법적 조치를 취한 셈이다. 신보는 주식 3~10년, 사채 5년으로 투자 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투자 수익률 평균 0.4%…감사 강화해야
신보의 투자 수익률도 낙제점 수준이다. 신보가 최근 5년간 투자한 2077억원에 대한 평균 수익률은 0.4%다. 시중은행 평균 예금 금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정치권에선 신보에 대한 외부 감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보는 국회 국정감사 등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감사를 받고 있지 않다. 민간 신용업체 한 관계자는 "사기업이 신보와 같이 투자금을 운용했다면 파산했거나 배임 혐의로 주주로부터 고소 당했을 것"이라며 "투자금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고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신보 측은 컴바인넷 대표 교체 건의 경우 주식을 인수한 신임 대표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고 사후 동의 및 이해관계인 변경을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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