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독서공감] 中·유럽으로…집에서 떠나는 술 기행

입력 2020-09-10 17:21   수정 2020-09-11 03: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집콕 생활’의 스트레스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식당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되면서 예전처럼 삼삼오오 모여 술 한잔 나누며 하루의 끝을 마무리하는 즐거움도 당분간 누리지 못하게 됐다. 끝 모를 답답함에 ‘술 권하는 사회’가 돼 버린 현실 속에서 집콕 생활을 달래줄 만한 ‘술 도서’들이 잇달아 나왔다.

《우리 술 한주 기행》은 전통주 전문가 백웅재가 한국을 대표하는 술과 생산지와 그 역사를 풀어낸 책이다. 강원 홍천, 충북 충주, 경북 문경, 남해안, 부산 등 전국 각지의 특색 있는 양조장 20여 곳을 소개한다. 한주(韓酒)는 저자가 전통주의 대체어로 제안하는 말이다. ‘전통주’라는 단어로는 오롯이 담아내지 못하는,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의 술 문화를 품어내는 표현이다. 저자는 다양한 한주와 한주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 이면에 숨은 깊은 이야기를 전한다. 홍천 ‘예술양온소’ 주인장은 갑자기 찾아온 ‘번아웃’에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양조인이 됐다. 충주 ‘담을양조장’은 숙성용기를 직접 만드는 도자공방도 함께 운영한다. 문경 ‘오미나라’의 대표는 한국의 대표 위스키 장인 이종기 씨다. 저자는 “한주산업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아홉 잔의 중국술 이야기》는 중국학자 10명이 중국 각 지역 대표 술을 통해 역사와 문학을 소개한다. 우선 ‘주(酒)’라는 글자를 들여다보며 술에 대한 고대 중국인의 인식을 엿본다. 고대 중국인은 술을 발효하는 도구인 항아리 형상으로 술을 표현했다. 저자들은 황주와 백주라는 양대 산맥을 축으로 해 발전한 중국술의 발자취를 살펴본다. 도연명과 이백 등 한 시대를 오롯이 마주하며 자기 삶을 술잔에 담아 시로 빚어낸 시인들도 만나본다. 중국 근현대 혁명가들에게 술은 어떤 동지였는지 살펴본다. 중국의 술산업과 술병 디자인의 역사, 중국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술자리 예절도 설명한다. 한국에선 술자리에서 자작하면 맞은 편에 앉은 사람에게 재수 없는 일이 생긴다는 속설이 있다. 중국은 작은 유리병으로 된 1인 술병이 미리 준비돼 있어 자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없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중국 현지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보르도 전설》은 영국 출신 와인 전문가 제인 앤슨이 세계 고급 와인의 상징인 프랑스 보르도의 1등급 와인을 생산하는 5대 샤토인 오브리옹, 라피트 로칠드, 라투르, 마고, 무통 로칠드의 역사와 일상, 와인 생산 방식을 소개한다. 프랑스어로 성(城)을 뜻하는 샤토는 보르도 지방의 포도원을 가리킨다. 하나의 샤토에 포도밭과 양조장, 저장시설이 모두 모여 있다. 이 책에 묘사된 보르도의 9월은 잔인하다. “선거를 앞둔 워싱턴이나 패션위크 주간 직전의 밀라노처럼 긴박한 분위기”라고 한다. 9월의 날씨가 와인의 품질을 완전히 바꾸기 때문이다. 저자는 “보르도의 5대 1등급 샤토는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의 명성에 작은 오점도 남기지 않도록 예술적 가치를 지닌 높은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 혁명 당시 혼란을 비롯해 각종 역사 속 보르도 샤토들의 운명적 순간도 전달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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