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억제제 '라파마이신' 알고보니 장수약?

입력 2020-09-11 16:57   수정 2020-09-12 01:51


중국 대륙을 호령했던 진시황도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 있다. 불로장생이다. 그런데 최근 노화를 늦추고 근육을 유지하는 약이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장 이식 환자의 장기 거부 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투여하는 면역억제제 ‘라파마이신’이 수명 연장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라파마이신의 표적은 엠토르(mTOR)라고 불리는 세포의 신호전달 물질이다. 엠토르는 세포의 성장과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물질로, 문제가 생기면 암 당뇨 등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처음으로 라파마이신이 노화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2009년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데이비드 해리슨 미국 잭슨연구소 교수는 쥐를 대상으로 라파마이신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사망률이 90%인 연령의 쥐에게 라파마이신을 투여했더니 암컷은 수명이 14%, 수컷은 9% 증가했다.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면 10년 정도 수명이 증가한 셈이다. 연구진은 라파마이신이 칼로리 제한이 수명 연장에 작용하는 기전과 비슷하게 작동한다고 밝혔다. 칼로리 제한은 수명 연장에 확실하게 도움이 된다고 밝혀진 유일한 방법이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3000번 이상 인용될 정도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해리슨 교수의 논문 이후 라파마이신과 노화에 대한 연구가 계속됐다. 단순히 수명 연장뿐만 아니라 신경퇴행성 질환을 개선하고 근육의 노화까지 막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즉 건강수명이 늘어난 것이다. 엠토르가 증가하면 뇌에 불필요한 단백질이 축적되고 뇌세포 간 연결에도 문제가 생겨 기억 저장 능력이 떨어진다. 여러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헌팅턴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을 앓는 쥐에게 라파마이신을 투여해 효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스위스 바젤대 연구진은 지난 9일 라파마이신이 근육감소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5개월 혹은 20개월 된 쥐에게 라파마이신을 투여한 뒤 근육의 감소량과 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쥐가 30개월 됐을 때 라파마이신을 투여한 쥐의 경우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팔의 근력이 20%가량 강했다. 또한 달리기 거리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약물 투여 쥐가 40%가량 더 많은 거리를 뛰었다.

근육의 양도 달랐다. 라파마이신을 투여한 쥐는 근육량이 유지됐지만, 그렇지 않은 쥐에게서는 근육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특히 정강이 근육과 발가락과 이어져 있는 장지신근 등 다리 근육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라파마이신이 완벽한 장수약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투여할 경우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당뇨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많은 연구자는 라파마이신과 비슷한 효능을 보이면서 부작용이 적은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그간 먼 일 같았던 장수약을 개발하는 ‘혁신의 시대’다. 《노화의 종말》의 저자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국 하버드대 블라바트닉연구소 교수는 “혁신의 시대는 우리가 훨씬 더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해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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