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 심사에 번번이 무산됐던 M&A, 엔비디아는 될까

입력 2020-09-14 15:27   수정 2020-09-14 16:09



반도체 '슈퍼공룡'이 탄생했다. 엔비디아가 전격 ARM을 인수하면서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1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47조3000억원(40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금액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인수 사실을 발표하면서 "이번 계약이 인공지능(AI) 시대에 엄청난 입지를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슈퍼공룡 탄생
업계에선 엔비디아의 ARM 인수로 그야말로 거대 반도체 기업이 탄생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전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인 엔비디아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사인 ARM이 하나가 되면서다. 전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프로세서(AP) 95%가 ARM의 설계도를 사용한다.

삼성전자·애플 등은 갤럭시와 아이폰을 만들 때 ARM 설계도를 사용하는 대가로 로열티를 낸다. 중국 화웨이도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제재를 가했을 때 "구글은 없어도 되지만 ARM이 없으면 화웨이는 진짜 끝"이라는 우려가 중국 현지에서 나올 정도다. 향후 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될 고성능 GPU와 CPU 기술을 모두 한 회사가 갖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엔비디아가 이번 인수로 반도체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되면서 경쟁사인 다른 반도체 기업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ARM의 설계도를 가져다 쓰지만 엔비디아와는 경쟁 상대다. ARM의 설계 특허가 워낙 광범위해 당장 대체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그동안 ARM은 반도체 설계 외에 제조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 철저한 '중립성'을 유지하며 회사의 입지를 다져왔다. 젠슨 황 CEO도 "ARM의 '오픈 라이선스 모델'을 계속 운영하겠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반독점 심사 남아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은 미국, 영국을 비롯해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업계에선 이 과정이 약 1년6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암초를 만날 경우 그 이상 길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계에서 인수합병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규제 당국의 까다로운 반독점 심사를 꼽는다. 워낙 고도의 기술이 '국경'을 타고 넘기 때문이다.

2015년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를 50조원(44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지만 중국의 '독점 금지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퀄컴은 인수가 무산돼 해약수수료만 20억달러를 지불했다.

2013년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도쿄일렉트론의 합병도 결국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로 무산됐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양사의 합병으로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시장에 대한 독점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양사 합병 이후 법인세 유입 감소를 우려하는 규제당국의 반대가 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정부가 영국 방위 산업의 주요 공급업체란 이유에서 ARM 인수에 영국 본사 유지와 고용 보장 등 까다로운 조건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순조롭게 완료된다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4년 만에 9조5000억원(약 80억달러)의 차익을 얻게 된다. 손 회장은 2016년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를 38조원(약 320억달러)을 주고 ARM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우선 계약금으로 20억달러를 지불한 뒤 2015억달러는 엔비디아 주식으로, 100억달러는 추후 현금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엔비디아 입장에선 현금 120억달러를 지불하는 셈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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