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대면 투자자설명회(로드쇼)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런 성과를 이끌어낸 데는 실무 공무원들의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 주현준 과장과 이재우 서기관이었다.
주 과장은 “발행 여부를 확정짓지 않고 투자자의 의향을 떠보기보다 오히려 외평채 발행을 전제로 못 박고 ‘딜(deal)’ 로드쇼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외평채 발행 전 ‘논딜(non-deal)’ 로드쇼를 해왔다. 딜 로드쇼 이후 1~2주 내 딜을 확정짓지 못하면 채권시장에서 ‘실패한 딜’로 낙인 찍히기 때문이다.
주 과장은 “외평채 발행 발표 두 시간 만에 주관사에서 ‘북(book·투자의향서)이 쌓이고 있다. 금리를 더 낮춰도 될 것 같다’고 전해왔을 때는 정말 짜릿했다”고 했다. 통상 투자자는 물론 주관사도 비유럽권 국가의 유로화 외평채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이번에 발행한 5년 만기 유로화 외평채 발행금리는 역대 최저인 -0.059%다. 비(非)유럽 국가의 유로화 국채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됐다.
두 사람은 이번 성과를 ‘K방역’ 덕분이라고 했다. 주 과장은 “발표 시기가 코로나19 재확산 직후라 걱정했는데 외국투자자들이 오히려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같다”며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투자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숫자로 일일이 비교해 보여준 것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이 서기관은 “비유하자면 상품을 파는 것은 정부고, 상품의 질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방역을 위해 국민이 인내해준 효과”라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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