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족쇄 찬 리바이어던'이 자유와 번영 이끈다

입력 2020-09-17 17:20   수정 2020-09-18 02:38

“국가는 힘이 세지만 사회와 공존하며 사회의 요구를 듣는다. 사회는 국가를 경계하면서 기꺼이 정치에 개입하고 권력을 다툰다. 그런 국가가 바로 우리가 ‘족쇄 찬 리바이어던’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A 로빈슨 미 시카고대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 정치학 교수가 함께 쓴 《좁은 회랑》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두 저자는 2012년 펴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통해 국가 번영을 위한 포용적 경제제도를 강조했다. 이 책에선 인간 생존을 위한 국가와 사회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 논한다.

저자들은 17세기 영국 사상가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이론’을 중심 주제로 잡았다. 홉스는 국가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를 종식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합의하고 각각 계약을 맺어 만들어낸 존재’라는 사회계약론을 주창했다. 저자들이 말한 ‘족쇄 찬 리바이어던’은 독재와 방만이란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조절된 균형 상태를 가리킨다.

저자들에 따르면 ‘좁은 회랑’은 국가와 사회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공간을 의미한다. 회랑은 사원이나 궁전 내 건물 사이를 잇는 좁고 긴 통로다. 한쪽은 벽이지만 다른 한쪽은 개방돼 있다. 국가와 사회는 서로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언제 어디서든 회랑 밖으로 벗어날 수 있다. 국가와 엘리트층이 지나치게 강력해지면 ‘독재적 리바이어던’이 출현한다. 반대로 그들이 뒤처지고 무기력해지면 ‘부재(不在)의 리바이어던’ 또는 ‘종이 리바이어던’이 나타난다. 국가와 사회가 함께 달리면서 어느 쪽도 우위를 차지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다. 저자들은 이를 ‘레드 퀸 효과’라고 부른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아무리 빨리 달려도 주위 풍경이 똑같이 빠르게 달려서 위치가 변하지 않는 ‘붉은 여왕’에서 따온 말이다.

저자들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대처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사회 간 협력을 언급한다. “한국이 경제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이처럼 효과적으로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회랑 안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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