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일식당 주인 설득해 욱일기 간판 철거한 한국 공무원

입력 2020-09-23 13:45   수정 2020-09-23 13:54


베트남의 한 일식당에 걸려있던 욱일승천기 문양의 간판이 철거됐다. 우리나라 공무원이 식당 주인을 끈질기게 설득해 이룬 결과라 눈길을 끈다.

23일 서울 용산구에 따르면 윤성배 용산국제교류사무소장은 지난 1일 베트남 중부 빈딘성 퀴논(꾸이년)시에 새로 문을 연 일식집 출입구 상단에 욱일승천기 문양 간판이 설치된 것을 발견했다.

윤성배 소장은 즉시 식당 매니저를 찾아 "간판 디자인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와 닮았으니 디자인을 바꾸면 좋겠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식당 매니저는 "공사는 외부 인테리어 업자가 했으며 (자신에게) 디자인을 바꿀 권한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윤성배 소장은 인테리어 업자와 통화했지만 해당 업자는 "인터넷으로 일본풍 디자인을 찾다가 눈에 띄는 걸 보고 작업을 했을 뿐이다. 베트남에는 욱일기 문양을 금지하는 법이 없다"며 교체를 거절했다.


윤성배 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욱일기 간판 사진을 올려 공론화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식당에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다음날 다시 식당을 찾아 주인을 설득했지만 주인은 "베트남 예법상 남의 사업에 간섭하는 게 더 문제"라며 "당신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식당 이미지가 나빠졌으니 배상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윤성배 소장은 "게시글을 지우고 비용도 직접 낼 테니 간판만 바꿔달라"며 주인을 재차 설득, 결국 주의 마음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새로 설치된 새 간판에는 문제의 욱일기가 사라졌고 45도 각도 사선이 배치됐다.

윤성배 소장은 바뀐 간판을 찍어 다시 페이스북에 올리고 "(주인이) 현명한 결정을 내려줘 고맙다. 퀴논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이 될 거라 믿는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용산구는 "식당 주인과 인테리어 업자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윤성배 소장에게 인사를 전했다. 처음에는 언쟁이 있었지만 지금은 잘 해결됐다"고 전했다.

윤성배 소장은 현지에서 용산구(구청장 성장현)와 퀴논시(시장 응오 황 남) 사이의 국제협력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용산국제교류사무소는 2016년 개소 이래 '꾸이년 세종학당'을 개설해 한국어 강좌를 열고 사랑의 집짓기, 유치원 건립, 백내장 치료 지원 등도 하고 있다.

퀴논시는 베트남전 당시 파병된 한국군 맹호부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용산구와 퀴논시는 양국 아픈 상처를 보듬는 인적·물적 교류를 24년째 이어오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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