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지시 안 내리고 긴급회의도 불참"…'文 40시간' 재구성 [종합]

입력 2020-09-25 14:44   수정 2020-09-25 14:47


우리나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후 현장에서 시신이 불태워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를 접하고도 구출지시는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야권이 반발하고 있다.

25일 국회 국방위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A씨가 북한에서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22일 오후 6시36분이다. 이때만 해도 A씨는 살아있었다.

우리 정부는 22일 10시경 A씨 사망을 확인한 후에도 공식 발표를 미루다 24일 오전 10시40분에야 해당 사실을 공개했다. 군의 첫 보고 후 약 40시간 만이다.

야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문재인 대통령의 40시간을 빗대며 맹공을 펴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행적을 분초 단위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하태경 의원은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확인한 결과 문 대통령은 첫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충격적"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을 구조할 의무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A씨가 북한 측에 발견되고 사살되는 장면까지 관측장비로 실시간 지켜봤지만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바로 (A씨를)사살하고 불태울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우리도 북측이 우리 국민을 몇 시간 뒤 사살할 것이라 판단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적 지역에 대해 즉각 대응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우리 측 첩보자산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즉각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군의 미온적인 대처에 대해서는 정의당조차 비판을 하고 나섰다.

김종대 정의당 한반도평화본부장은 24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합동참모본부가 상황을 기민하게 파악했다면 군 대응 원칙에 따라 우리 주민을 사살하고 불에 태운 그 함정을 격파했어야 했다"며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한 적절한 우리 측의 행동이 있어야 했는데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종대 본부장은 "북한이 (피해자 사살까지) 머뭇거린 5시간이 골든타임이었던 것"이라며 "우리 군의 방치, 정부의 무능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북한이 A씨에 위해를 가할 줄 몰랐다는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작년 8월에 이미 김정은이 국경에서 월경하는 자들을 사살하라는 지침을 내려놓은 상태다. 우리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최악의 경우를 예상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 측이 우리 측에 '북한군이 A씨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지만 이 같은 보고는 묵살됐다.

A씨가 사망한 후 23일 새벽 1시경에는 청와대 안보실장 주관 긴급회의가 열렸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새벽 1시에 (회의가) 긴급 소집돼서 대통령이 계시는 청와대에서 열리는데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 그 부분은 납득이 안 된다"면서 "심야 회의를 할 때 대통령이 주무셨는지 알아보겠다"고 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24일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세월호 사건 때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했는데, 지금은 이틀이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가"라고 질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같은 사실이 발표된 24일 오후에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 대신 서훈 안보실장이 주재하는 'NSC 상임위 회의' 소집을 지시했다.

청와대에서 NSC 회의가 개최되고 있는 시각 문 대통령은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아카펠라 공연 등을 관람했다. 야권에서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한 직후 대통령 일정으로는 부적절했다며 반발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은 분노와 슬픔에 빠졌는데 한가롭게 아카펠라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과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맞는지 기가 차고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군이 이렇게 된 것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통수의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며 "서해에서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유린한 직후 대통령은 유엔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말했고, 대면보고를 받은 직후에도 군 진급 신고식에서는 평화를 얘기했다. 대통령은 이번 참사에 대해 북한을 응징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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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21일 (월)

오전 11시30분 군, 해양수산부 소속 관공선 승조원 1명 실종 신고 접수.

오후 1시50분 해경, 해군, 해수부 선박 20척 및 해경 항공기 2대 해상정밀수색 실시.

오후 6시∼ 대연평도, 소연평도 해안선 일대 정밀 수색.

▶ 9월22일 (화)

오후 3시30분 한국 군, 북한 수상 사업소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구명조끼 입은 채 부유물에 탑승한 실종자 최초 발견한 정황 입수.

오후 4시40분 (한국 군 분석 결과) 북한군, 방독면을 착용하고 실종자와 일정 거리 떨어진 상태로 실종자의 표류 경위 확인. 월북 진술 청취.

오후 6시36분 대통령에 관련 사실 1차 서면 보고.

오후 9시40분 북 단속정, 상부 지시에 따라 실종자에 사격.

오후 10시 북한군, 방독면 및 방호복 착용한 채 시신에 접근해 불 태움. 연평도에 있는 한국 군 감시 장비도 오후 10시11분께 불꽃 포착. 시신 불태우는 상황 관측.

오후 11시∼자정 사이 군, 해당 사실 국방부 장관에 보고.

▶ 9월23일 (수)

오전 1시 청와대 안보실장 주관 긴급회의. 문재인 대통령 불참.

오전 1시26분 문재인 대통령 UN총회 연설에서 종전 발언(녹화분 방송).

오전 8시30분경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 대면 보고.

오후 4시35분 유엔사와 합의 아래 북측에 대북 전통문 발송. 실종 사실 통보. 북에 이와 관련된 사실을 조속히 통보해 줄 것을 통보했으나 현재까지 북측으로부터 답은 없음.

▶ 9월24일 (목)

오전 10시40분 국방부 A씨 사망 공식발표.

오후 2시 문재인 대통령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 참석.

오후 3시경 청와대 북한 규탄 메시지 발표.

오후 5시20분경 문재인 대통령 북한 규탄 메시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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