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공무원 살릴 수 있었다"…군사안보 전문가 3인의 한탄

입력 2020-09-26 09:30  


지난 22일 우리나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후 시신이 불태워진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25일 북측이 보내온 공식 통지문에선 피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시신은 발견하지 못했으며 타고 있던 부유물을 해상 소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도마에 오른 것은 우리 군의 대응이다. A씨가 북한 측에 발견되고 사살되는 장면까지 관측장비로 실시간 지켜봤지만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았다.

26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같은 군과 정부의 대응은 '골든타임'을 놓친 측면이 크다. A씨 발견부터 북한국 피격까지는 6시간 가까이 걸렸다. 국지전 위험성을 경계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할 수 있는 조처마저 손 놓고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장흠 대덕대 군사학부 교수는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국방부가 (A씨가 북측 해역에 있다는) 첩보를 인지하고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국민이 분노할 만하다"며 "객곽적으로 봐도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우리 측 첩보자산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즉각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데 대해서도 "핑계다. 우리 측이 대응한다고 해서 노출될 첩보자산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안보 담당자들이 남북관계 훼손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북한이 우리 국민을 사살할 것이라고 예상 못해 대응이 늦었다는 해명에 대해서는 "반세기 동안 지켜봤는데 아직도 북한을 믿었던 것이냐"고 비판했다.

앞서 군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북한이) 바로 (A씨를) 사살하고 불태울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우리도 북측이 우리 국민을 몇 시간 뒤 사살할 것이라 판단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적 지역에 대해 즉각 대응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장흠 교수는 "북한이 A씨를 최초 발견한 후 6시간 동안 바다 위에 방치했다. 중간에 밧줄에 묶어 끌고 다니기도 했다"며 "일반적 상황이 아니었다. 당연히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방위에 따르면 북한은 A씨를 발견한 후 대화를 하다 배에 태우지 않고 밧줄로 묶어서 끌고 갔다. 도중 밧줄이 끊어지면서 북측이 A씨를 수색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군 보고에 의하면 북한군은 3시간가량 계속 실종자를 해상에서 가까이 관리하다가 놓쳤다고 한다"며 "(우리) 군은 '분실'이라고 보고했다. (북한군은) 2시간 정도 그를 찾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한군은 A씨를 다시 발견하고 한 시간 가량 바다 위에 방치했다가 상부 지시를 받고 사살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상부'가 일선 지휘관인지, 북한군 고위급 인사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김장흠 교수는 "외교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했어야 하는데 (첩보 자산 노출 우려 때문에) 우리 정부가 대응한 게 아무것도 없다. 누가 봐도 소극적 대응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대 정의당 한반도평화본부장도 "살릴 수 있는 국민이 죽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군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이유에 대해 "그간 여러 차례 유사 사건(월북)이 있었는데 그동안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사살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도 별일이야 있을까, 설마설마 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A씨를) 6시간 동안 바다 위에 방치하고, 줄에 묶어 끌고 가는 것은 매우 특이한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도 대응이 없었던 것은 아쉽다"고 짚었다.

김종대 본부장도 첩보자산 노출 우려 때문에 군이 대응하지 못했다는 해명은 "궁색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A씨 발견 상황은) 고정형 망원경, 열상감지카메라(TOD) 장비 등으로도 얼마든지 탐지됐을 것이다. 그런 첩보자산은 북한도 알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북방한계선(NLL) 북쪽에 소총 사격을 하겠나, 포를 쏘겠나"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연히 총을 쐈어야 한다"고 했다.


김종대 본부장은 "합동참모본부가 상황을 기민하게 파악했다면 군 대응 원칙에 따라 우리 주민을 사살하고 불에 태운 그 함정을 격파했어야 했다"면서 "하다못해 우리 측 군함을 현장으로 출동시켜 경고 방송이라도 했다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표규 단국대 군사학과 교수는 안보 당국 대응에 대해 "A씨 피살에 대해 '(A씨가) 월북했을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북한이) 쐈을 것이다' 등 왜 우리 정부가 북한 대변을 해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이 25일 통지문에서 해명한 내용을 보면 A씨가 월북자라고 밝히지도 않았고, A씨에게 사격을 가한 이유도 코로나19와 관련 있다고 직접적 언급을 하진 않았다.

다만 그는 "실전 상황에선 병력을 동원하거나 포 사격을 하는 게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인 것은 맞다"며 "(북한이 실종자를 발견하고도 6시간 동안 해상에 방치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상황이라 군 당국도 우왕좌왕했을 것이다. 당시 현장에 동원할 마땅한 (군함 등) 자원이 없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이 적극 대응할 수 없었던 현실적 이유도 있었단 얘기다.

그럼에도 이표규 교수는 "북측에 다가가 경고 방송하거나 A씨를 인계 받으려는 노력 정도는 했어야 한다. 남북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고도 우리 측이 취할 수 있는 평화적 해결방법이 있었다"며 "군 당국이 미온적 대응을 한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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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21일 (월)

오전 11시30분 군, 해양수산부 소속 관공선 승조원 1명 실종 신고 접수.

오후 1시50분 해경, 해군, 해수부 선박 20척 및 해경 항공기 2대 해상정밀수색 실시.

오후 6시∼ 대연평도, 소연평도 해안선 일대 정밀 수색.

▶ 9월22일 (화)

오후 3시30분 한국 군, 북한 수상 사업소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구명조끼 입은 채 부유물에 탑승한 실종자 최초 발견한 정황 입수.

오후 4시40분 (한국 군 분석 결과) 북한군, 방독면을 착용하고 실종자와 일정 거리 떨어진 상태로 실종자의 표류 경위 확인. 월북 진술 청취.

오후 6시36분 대통령에 관련 사실 1차 서면 보고.

오후 9시40분 북 단속정, 상부 지시에 따라 실종자에 사격.

오후 10시 북한군, 방독면 및 방호복 착용한 채 시신에 접근해 불 태움. 연평도에 있는 한국 군 감시 장비도 오후 10시11분께 불꽃 포착. 시신 불태우는 상황 관측.

오후 11시∼자정 사이 군, 해당 사실 국방부 장관에 보고.

▶ 9월23일 (수)

오전 1시 청와대 안보실장 주관 긴급회의. 문재인 대통령 불참.

오전 1시26분 문재인 대통령 UN총회 연설에서 종전 발언(녹화분 방송).

오전 8시30분경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 대면 보고.

오후 4시35분 유엔사와 합의 아래 북측에 대북 전통문 발송. 실종 사실 통보. 북에 이와 관련된 사실을 조속히 통보해 줄 것을 통보했으나 현재까지 북측으로부터 답은 없음.

▶ 9월24일 (목)

오전 10시40분 국방부 A씨 사망 공식발표.

오후 2시 문재인 대통령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 참석.

오후 3시경 청와대 북한 규탄 메시지 발표.

오후 5시20분경 문재인 대통령 북한 규탄 메시지 발표.

▶ 9월 25일 (금)

오전 10시 30분 문 대통령 국군의날 기념사. 북한 언급 안 해.

오후 2시경 북한 사과 통지문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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