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도 없다더니…전주서만 '물백신' 179명 접종

입력 2020-09-25 17:27   수정 2020-09-26 02:31

사상 초유의 독감 백신 국가 접종 중단 사태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백신을 맞은 사람이 없다던 방역당국의 당초 해명과 달리 전북 전주에서만 이 백신을 맞은 사람이 179명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중 상당수는 병·의원에서 돈을 내고 접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5일 독감 백신 수급 관련 브리핑을 통해 “서울·부산·전북·전남 지역에서 105명이 정부 조달 백신을 맞았다”고 발표했다. 정부와의 조달 계약을 통해 신성약품이 확보한 1259만 명분 독감 백신 중 전국 256개 보건소와 1만8101개 민간 의료기관에 공급된 백신은 578만 명분이다. 방역당국이 지난 22일 의료기관 전산시스템 등을 통해 접종 중단을 공지했지만 이를 확인하지 못한 일부 의료기관 등에서 접종이 이뤄졌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주시는 13개 병·의원에서 접종 금지한 정부 조달분 중 179개가 시민에게 접종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들 병·의원은 20~70대 성인에게 돈을 받고 해당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 접종 용도로 유통된 백신인 줄 알고 맞은 백신이 알고 보니 무료 접종 용도였던 셈이다. 질병청에서 집계한 사고 백신 접종자 105명 중 63명 역시 유료로 백신을 맞았지만 정부가 조달한 무료 접종용 백신이었다. 일부 병원에서 접종 대상이 달라 따로 관리해야 할 정부 조달 물량과 유료 물량을 섞어서 관리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백신을 맞은 사람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서울·부산·전북 지역에서도 상온 노출 독감 백신의 접종자를 파악하고 있다.

아직까지 백신의 부작용을 호소한 사례는 없다. 방역당국은 독감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더라도 오염되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유통되고 있는 상온 노출 백신은 병원체를 화학적으로 완전히 불활성화시킨 사백신인 데다 주사기에 충전한 뒤 밀봉된 상태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오염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 문제는 효능이다. 사백신 자체가 면역 반응이 약하고, 상온에서 단백질이 파괴돼 독감 예방효과가 떨어지는 ‘물백신’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국가접종용 독감백신 유통을 맡고 있는 신성약품의 하청업체가 백신 유통 과정에서 일부 제품을 상온에 노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롯됐다. 질병청은 국가접종 시작 하루 전인 지난 21일 밤 늦게 안전상의 이유로 무료 접종을 전면 중단시켰다. 하지만 이후에도 일선 병·의원에서 접종이 이뤄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질병청의 관리 소홀이 도마에 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백신의 효력을 확인하기 위한 항원 단백질 함량시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발열반응 시험 등 백신의 품질 확인에 필요한 항목을 검사하고 있다. 1차로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백신 750도스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며, 검사 결과는 약 2주 뒤 발표될 예정이다.

질병청은 현장 조사를 통해 신성약품이 독감 백신 유통 과정에서 품질관리 기준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냉장 유통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상온 노출이 추정되는 제품을 추가 검사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에 문제가 된 백신과는 공급체계가 다른 만 12세 이하 어린이 및 임신부에 대해서는 이날 오후 접종을 재개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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