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손정의 회장만 소프트뱅크 자진 상장폐지 고집해"

입력 2020-10-05 10:32   수정 2020-10-05 10:40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에서 손정의 회장만 자진 상장폐지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소프트뱅크그룹의 한 임원은 5일 보도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손 회장을 제외한 소프트뱅크그룹 사람들은 자진 상장폐지 계획이 무용하고 형편없는 발상이라고 여긴다”며 “그럼에도 손 회장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다른 임원은 소프트뱅크그룹이 비상장사로 전환하면 손 회장의 거칠고 충동적인 성향이 제어 불가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장사 시절에 비해 신규 주주의 유입이 제한되면서 주주의 통제와 감시가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증시에 상장한 소프트뱅크그룹이 주식을 공개매수한 다음 자진 상장폐지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은 최근 몇년 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손 회장의 측근 중 하나로 꼽히는 라지브 미스라 비전펀드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2015년에도 소프트뱅크그룹의 자진 상장폐지가 구체적으로 추진됐다가 무산됐다.

올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프트뱅크그룹 주가가 폭락하면서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이 줄어들자 또다시 자진 상장폐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프트뱅크그룹은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아부다비 국부펀드와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나 별 소득을 얻지는 못했다. 결국 손 회장은 자사주 매입과 회사 부채 상환을 위해 암 매각을 추진했고 알리바바 주식, T모바일 지분, 통신 계열사 소프트뱅크 지분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모두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 꾸준히 나왔다.

손 회장이 자진 상장폐지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로는 저평가 상태에 대한 불만이 꼽힌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시가총액은 종종 보유자산 가치를 밑돌았다. 2014년 11월 소프트뱅크그룹의 시총이 820억달러인데 비해 보유 중인 알리바바의 지분 가치만 870억달러였다. 당시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그룹은 배에 황금알이 잔뜩 든 거위”라며 당시 기업가치가 황금알(투자 대상의 가치)에도 못 미친다고 공식석상에서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자진 상장폐지에 필요한 막대한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느냐 여부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소수주주들에게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서는 최소 1000억달러(약 116조원)를 동원해야 한다고 계산했다. 현재까지 전세계 증시에서 소프트뱅크그룹 정도의 대형 기업이 자진 상장폐지에 성공한 사례는 전무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진 상장폐지 계획이 회사 외부로 흘러나갈 때마다 회사 주가가 급등, 주식매입비용이 급증하는 점도 손 회장의 발목을 잡아왔다.

회사가 지고 있는 대규모 채무도 자진 상장폐지 추진에는 부담요인이다. 일본 상장사 중에서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소프트뱅크그룹은 도요타에 이어 두 번째로 채무가 많은 기업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알리바바 주식을 매각하면 자금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지만, 손 회장은 알리바바 주가가 더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 전량 처분을 꺼리고 있다. 비상장사 전환이 손 회장에게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손 회장은 이미 창업자이자 최대주주, CEO 자격으로 상장 상태에서도 소프트뱅크그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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