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독서공감] '최초의 독자' 편집자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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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08 17:15   수정 2020-10-09 02:03

[이미아의 독서공감] '최초의 독자' 편집자의 세계

흔히 ‘책을 읽는다’고 하면 작가와 독자, 서점을 떠올린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파는 공간이 ‘눈에 보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책 한 권이 태어나기까진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다. 출판사엔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표지를 만들고, 마케팅하고, 홍보하는 사람이 있다. 독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책의 개성을 정하는 사람들이다. 이른바 ‘책 덕후들’ 사이에선 “이 출판사는 OO분야가 강하지” “이곳에서 나온 책이라면 믿을 수 있지”라는 일종의 공식까지 있을 정도다.

책의 그림자 안에 숨어 있던 편집자들이 조금씩 책 밖으로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책이 좋아서, 책을 만들 수 있어서, 다시 태어나도 출판사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의 울림 있는 목소리다.

《읽는 직업》은 15년 넘게 출판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이 작가와 독자 사이를 잇는 편집자로서 살아가는 현장과 고민, 희망 등을 ‘저자-독자-편집자’라는 트라이앵글 구조를 중심으로 담담하게 서술한 에세이다.

그는 출판계의 트라이앵글 구조에 대해 “저자는 기존 작가의 글을 수없이 읽으면서 자신도 그들처럼 글을 써 먹고살 길을 찾겠다고 결심한다. 편집자는 누구보다 글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어 왔으니 책 주변에 머물며 먹고살겠다고 결심한다. 독자 역시 책 주변을 맴돈다”고 설명한다. 편집자로서 미처 출판하지 못한 책에 대한 애정도 드러낸다. “읽고 다듬어 세상에 내놓았던 수많은 원고는, ‘고통’이 집 지하실에 웅크려 있지 않고 빛 속으로 걸어 나와 실재하는 현실임을 알게 했으며,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귀머거리가 되는 것은 오히려 나임을 깨닫게 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편집자들은 ‘1000권밖에 안 팔리는 책을 줄줄이 생산해내는’ 기이한 존재”라면서도 “편집자는 출판의 지속성을 위해 종종 좋은 책들이 무덤 속으로 향하도록 방치한다”고 말한다. 출판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 ‘때로 책을 책꽂이에 처박아둠으로써, 즉 침묵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는’ 독자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문학책 만드는 법》은 문학동네의 소설과 시, 산문 부문 편집을 맡고 있는 14년차 편집자이자 유튜브 채널 ‘편집자K’ 운영자 강윤정 씨가 자신의 업무 일지를 바탕으로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책이다. 원고 고르기부터 작가 스타일 파악, 제목 정하기, 책 표지 디자이너와의 소통 등 편집자의 일상적 실무를 자세히 안내한다. 저자는 “문학 편집자는 작가의 러닝메이트”라고 정의한다.

또 “작가의 작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때로는 앞에서 이끌고, 때로는 뒤에서 든든하게 지지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작가와 나란히 달리는 사람이 문학 편집자”라고 덧붙인다. “‘작가마다 제각각 품고 있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가장 먼저 엿보고, 내 선택과 결정이 반영된 만듦새로 잘 어루만져 독자에게 선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이란 구절에서 편집자로서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좋은 문학책을 만들려고 애쓰는 편집자에게 이 책이 곁에 두고 종종 펼쳐 보는 참고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또 “독자들 역시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엿보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인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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