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전기차 배터리…'질소' 기반 반도체로 만든다

입력 2020-10-09 17:10   수정 2020-10-10 00:10

질소(N)를 사용해 반도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이 세계적으로 활발해졌다. 배터리 등에 쓰이는 전력 반도체 성능을 높이거나 메모리 반도체 처리속도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신소재 합성 등에 질소가 각광받고 있다. 전력 반도체는 전기 에너지를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형태로 변환해 공급하는 반도체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인버터, 전력 송·배전망,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증폭기 등에 쓰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높은 전압에서 고성능을 발휘하면서 전력 손실이 적은 수직형 전력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전력 반도체 소재로는 실리콘,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 등이 쓰인다. 질화갈륨은 전력 반도체 성능을 높일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은 스위칭 속도(논리 소자의 0과 1 전환 속도)가 10킬로헤르츠(㎑) 안팎이지만, 질화갈륨은 이보다 1000배 이상 빠른 수십 메가헤르츠(㎒)다. 반도체가 견딜 수 있는 최대 전압(항복 전압)도 실리콘보다 10배 이상 높다. 항복 전압이 높을수록 반도체의 내구성이 좋아진다.

ETRI 연구진은 질화갈륨 단결정 기판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전력 반도체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 질화갈륨 반도체는 저전압(200~300V) 영역인 소형 충전기에서 주로 활용됐다. 전력 손실이 발생하는 등 기술적 한계가 있어 대형 전자제품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ETRI 관계자는 “질화갈륨 단결정 기판 위에 동종의 중간 격리층(에피층)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기존 전력 반도체 제품의 결함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수년간 연구 끝에 에피층의 두께를 최적화하면서 항복 전압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기존(200~300V)보다 높은 800V급 수직형 질화갈륨 전력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장비업체인 비투지에 이전됐다. ETRI 관계자는 “질화갈륨이 지니고 있는 고출력, 고전압 특성을 극대화하면서 소형화가 가능한 기술”이라며 “전기자동차용 전력 반도체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전력 반도체 시장은 2030년 48조원으로 연평균 6% 성장이 예상된다.

신현석 UNIST(울산과학기술원) 자연과학부 교수는 반도체 소자를 더 미세하게 만들 수 있는 ‘초저유전율 절연체’를 질소 기반으로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유전율은 외부 전기장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말한다. 유전율이 낮으면 전기적 간섭이 줄어 반도체 소자의 배선 간격을 줄일 수 있다. 절연체는 반도체 안에서 전자가 움직일 때 정상 경로 밖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는다.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극도로 미세해지면서 스위칭 속도를 높이는 것 못지않게 유전율을 줄이는 것이 업계의 화두다.

연구팀은 기존 절연체(다공성 유기규산염)보다 30% 이상 낮은 유전율을 갖는 ‘비정질 질화붕소’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4차원(4D) 가속 빔 설비를 이용해 질화붕소의 유전율이 낮은 이유는 ‘원자 배열의 불규칙성’ 때문이라는 점도 새로 밝혀냈다. 삼성전자종합기술원, 기초과학연구원(IBS), 영국 케임브리지대·스페인 카탈루냐 나노과학기술연구소 등과 국제 공동연구로 진행된 이 기술 관련 논문은 글로벌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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