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아현1·흑석2구역도 공공재개발 추진

입력 2020-10-09 17:18   수정 2020-10-10 11:39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에 대한 서울 정비사업 조합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 ‘기생충’ 촬영지인 마포구 아현1구역과 동작구 흑석뉴타운의 흑석2구역 추진위원회가 공공재개발 추진에 나섰다. 현재 사업 진척이 더딘 만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 등이 참여하는 공공재개발로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과 상인도 적지 않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아현1과 흑석2, 공공재개발 나서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아현1구역(아현동 699)은 지난 6일 마포구에 공공재개발 사전의향서를 제출했다. 아현1구역의 공공재개발 찬성 인원은 주민(토지 등 소유자) 2187명 가운데 283명으로 약 13%를 기록했다. 정비구역 지정 전인 구역은 주민 동의율 5%를 넘기면 사전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다. 아현1구역 관계자는 “이 지역은 집 한 채를 두세 명이 나눠 가진 공유지분 소유자들이 많아 공공재개발로 용적률을 확보하지 않은 이상 사업 추진이 어렵다”며 “공공재개발 동의서를 추가로 더 걷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현1구역은 서울시와 LH, SH공사 등으로부터 개략적인 계획 수립을 검토받게 된다. 이후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면 서울시 등으로부터 정식 지원을 받아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정비계획안을 수립하게 된다.

흑석동 흑석2구역 추진위원회는 지난 7일 동작구에 공공재개발 공모신청서 제출을 완료했다. 지난달 사전의향서를 제출한 뒤 동의서 10%를 모아 정식 공모신청서를 냈다.

흑석2구역은 2009년 추진위 승인을 받았지만 이후 지금까지 조합설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지역 조합 신청 동의율은 상가 등의 반대로 70%대에서 답보 중이다. 재개발 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주민 동의율 75% 이상 외에도 토지면적 기준 동의율(50%)을 충족해야 한다. 흑석2구역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을 통해 대체상가를 만들거나 임대상가를 활용하면 상가 측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흑석뉴타운에서 1, 2구역을 제외한 나머지는 조합을 설립해 입주를 마치거나 시공사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
반대 주민 설득이 관건
공공재개발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불만이 사업 추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현1구역은 추진 주체가 둘로 나뉘어 있다. 공유지분을 반대하는 소유자로 구성된 ‘추진위’(가칭)와 공유등기 소유자들이 주축이 된 ‘재개발 모임’이다. 이번에 사전의향서를 낸 곳은 재개발 모임이다. 아현1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공공재개발에 관심이 있어도 원주민 사이에서는 반대 여론이 크다”며 “사전의향서가 통과되더라도 최종 66.7%에 이르는 조합원의 찬성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추진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지자체는 재개발 기본 요건, 주거정비지수, 주민 동의율 등을 따져 최종적으로 서울시에 공모를 추천하게 되는데 이때 주체는 한 곳이어야 한다. 마포구 관계자는 “아현1구역은 명확한 주체가 없는 상태라는 게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흑석2구역의 경우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상가위원회와 공공재개발을 꺼리는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흑석동 L공인 관계자는 “상가위와 추진위 간 갈등이 커 공공재개발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1일부터 11월 4일까지 후보지 공모를 받고, 내년 3월께 공공재개발 사업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에서 공공재개발 참여 의사를 밝힌 구역은 용산구 한남1구역과 영등포구 양평14구역, 성북구 성북1구역 및 장위9구역 등 20여 곳이다.

공공재개발은 민영 재개발을 추진 중인 구역과 정비구역 지정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 신청할 수 있다. 재개발 해제 지역도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말 정도면 공공재개발에 참여하는 정비구역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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