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이른바 ‘다나까체’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대화에서 말의 끄트머리를 ‘-다’나 ‘-까’로만 맺는다고 해서 그런 명칭이 붙었다. ‘그렇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같은 게 대표적인 다나까체다. 주로 군대에서 사용하는 언어 예절로 알려졌지만, 일상에서도 자주 쓰는 경어법 중 하나다. 우리 문법에서는 ‘하십시오체(體)’ 또는 줄여서 ‘합쇼체’라고도 한다.
‘-십시오’는 상대를 가장 높여 말하는, 정중한 명령이나 권유를 나타내는 말이다. 신문 등 인쇄매체의 인터뷰 글에서 질문할 때 자주 쓴다. 이를 ‘-십시요’로 잘못 쓰는 까닭은 매우 정중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형태가 ‘-오’로 끝나기 때문인 듯하다. 마치 하오체(體)의 ‘-오’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해요체’의 ‘-요’를 붙이고 싶어진다. 또 한 가지는 ‘-십시오’가 명령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정중해도 명령형이라 말하는 이나 듣는 이가 불편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십시오’는 종종 해요체인 ‘-시지요’나 ‘-세요’로 대체되곤 한다.
‘-시지요’는 권유형이라 덜 부담스럽다. 실제로 일상 대화에서는 “~해 주시지요” 식으로 해요체를 많이 쓴다. ‘-세요’도 마찬가지다. ‘-십시오’는 격식체이고 ‘-세요(셔요)’는 비격식체, 즉 일상에서 흔히 쓰는 구어체다. ‘-시지요/-세요’ 같은 해요체는 상대를 보통으로 높이는, 합쇼체보다는 낮은 단계의 존대법이다. 따라서 듣는 이에게 존대의 뜻을 담았지만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나 사람에게는 잘 쓰지 않는다.
‘아니오/아니요’도 경어법과 관련해 자주 틀리는 말 중 하나다. ‘아니오’와 ‘아니요’는 쓰임새가 다른 각각의 말이다. 가령 “다음 물음에 ‘예/아니요’로 대답하시오”라고 할 때는 ‘아니요’다. 즉 ‘예/네’에 상대되는 말로 쓰인다. ‘아니요’ 자체가 감탄사로 사전에 올라 있다. 이에 비해 ‘아니오’는 “이것은 책이 아니오”와 같이 서술어로만 쓸 수 있다. 이때는 기본형 ‘아니다’의 어간 ‘아니-’에 하오체 종결어미 ‘-오’가 결합해 문장 서술어로 기능을 한다.
정리하면, 우리 어법에 ‘-요’로 쓰는 종결어미는 없고, 오로지 ‘-오’뿐이 없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네가 이 일을 했느냐?”라는 질문에 “아니요, 제가 안 했어요”처럼 ‘예’에 대응하는 말일 때는 ‘아니요’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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