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경제 부총리의 주택難

입력 2020-10-18 18:06   수정 2020-10-19 00:25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택난은 해외 토픽감이다. 세계 10위권 규모의 경제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행정부 서열 3위의 경제부총리가 전셋집 때문에 고민하고 집 한 채를 팔지 못해 애를 먹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특히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자 각종 규제책을 내놨는데 이런 정책들이 효과를 내는지 외국에선 진작부터 주시하고 있는 터다.

홍 부총리의 고충을 바라보는 마음은 두 가지다. 먼저 안 됐다는 생각이다. 홍 부총리는 정책의 피해자다. 그는 투기와는 거리가 멀고 성실하고 청렴한 공직자다. 주위의 평가가 그렇다. 그는 정부과천청사와 멀지 않은 경기 안양과 의왕 일대에 30년간 살았다. 공무원 월급을 아끼고 모아 지금의 아파트를 샀고 2005년부터 살았다.
洪부총리도 피해자 중 한 명
세종 아파트에 청약한 것은 정부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정부는 적잖은 공무원들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면서 세종이 도시의 면모를 빨리 갖추지 못하자 공무원들에게 들어와 살 것을 주문했다. 아파트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가 생겨난 배경이다. 홍 부총리는 2017년 공무원 특공으로 세종시 분양권에 당첨됐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4년차인 올해 고위공직자가 주택 두 채 이상을 갖는 것이 문제가 됐다. 지난 8월 의왕 집을 내놨다. 세입자가 이사하고 매수자가 입주해 주택담보대출을 내서 잔금을 치르기로 했다. 그런데 전셋값이 급등해 이사하기 어려워진 세입자가 더 살겠다고 나섰다. 홍 부총리는 잔금을 받기 힘들어졌다. 완전히 꼬여버린 것이다.

홍 부총리는 서울 마포 전셋집에서도 곧 나가야 한다.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해서다. 마포 전세 시세는 홍 부총리 입주 때와 비교하면 2억~3억원 올랐다. 문제는 매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홍 부총리가 2억~3억원을 조달하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없는 매물을 만들 수는 없다.

홍 부총리를 개인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이처럼 측은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정책 수장으로서 홍 부총리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관여한 정책으로 옴짝달싹 못하게 됐으니 말이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는 집값 안정이다. 달리 말하면 집값 억누르기이고 수요 억제 위주다.
이제라도 공급확대 정책 펴야
세계적으로 보면 집값 안정을 정책 목표로 내세우는 나라는 거의 없다. 대다수 국가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목표다. 주거 안정은 주택의 수요와 공급이 맞아야 가능하다. 홍 부총리의 선배 공직자들을 만나보면 기재부 공무원들은 이를 다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거 불안이 나타나면 적극적인 공급확대 정책을 청와대에 주문했다고 한다. 노태우 정부 시절 1기 신도시와 노무현 정부 시절 2기 신도시가 그 예다.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책도 적극적으로 폈다.

홍 부총리는 경제정책 수장으로 시장경제 원리를 부동산 정책에 담지 못했다는 평가를 벗어날 수 없다. 요즘처럼 청와대가 일방통행하는 시기에 어떡하란 말이냐는 것은 항변에 불과하다. 그걸 하라고 있는 자리가 경제부총리다. 요즘 홍 부총리처럼 고통받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 배신으로 치를 떨고 있다. 1주택자도 높아진 세금 때문에 허덕인다. 무주택자는 전셋값과 월세가 뛰어 집을 못 얻을 지경이다. 홍 부총리가 국민의 고통을 알게 됐다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정책을 펴야 한다.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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