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최저가 납품을" vs 제조사 "불공정 갑질"

입력 2020-10-20 17:29   수정 2020-10-28 18:22


전자상거래업체인 쿠팡에서 판매되는 품목은 10억 개에 육박한다. ‘없는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 쿠팡도 못 파는 물건이 있다. 농심 백산수, LG생활건강 치약과 샴푸, 영실업 장난감 등이다. 소비자 편익을 명분으로 최저가 납품을 요구하는 쿠팡에 농심 LG생활건강 영실업 등이 ‘가격 후려치기’라며 납품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이들 업체는 한발 더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으로 쿠팡에 대응하고 있다. 쿠팡발(發) 유통·제조업체 간 가격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불붙은 제(製)·통(通) 가격 전쟁
쿠팡은 오픈마켓(온라인 상인들의 판매 장터)과 달리 상품을 제조사에서 공급받아 판매(사입)하는 전자상거래업체다. 대형마트의 ‘온라인 버전’이다. 쿠팡에도 오픈마켓이 있지만 전체 거래액에서 사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에 달한다. 가격 주도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건 사입 영역이다.

예컨대 쿠팡에서 구매할 수 있는 백산수는 농심 대리점주들이 오픈마켓 영역에 올린 제품이다. 쿠팡 사입 제품이 아니다 보니 쿠팡의 전매 특허인 ‘로켓 배송’이 안 되고 낱개 구매도 어렵다. 가격 역시 SSG닷컴 롯데온과 비교해 우위가 없다. 쿠팡 관계자는 “농심이 쿠팡에 백산수를 공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신라면도 대용량 제품만 납품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최저가 납품을 ‘강요’했다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 회사는 쿠팡에 자사 제품 전체 품목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완구류 1위 업체인 영실업도 쿠팡의 공세에 굴복하지 않는 대표적인 업체다. 영실업 관계자는 “쿠팡은 영실업의 주력 판로가 아니다”며 “영실업 제품은 대형마트와 완구 도소매점의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서만 판매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소비자 편익 VS 대형 유통사 ‘갑질’
농심 LG생활건강 영실업 등을 빼고는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쿠팡에 ‘백기’를 들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생활소비재를 제조하는 A업체 관계자는 “쿠팡은 최저가 매칭 시스템을 앞세워 올해에만 두 차례 납품가 인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최저가 매칭 시스템은 다른 온라인몰이 쿠팡보다 낮은 가격에 특정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확인되면 쿠팡 판매가도 무조건 이 가격에 맞추는 마케팅 정책이다.

‘제조-유통 전쟁’은 2010년에도 있었다. 당시 매출 11조원 규모로 파죽지세로 성장하던 이마트가 주도했다. 이마트는 농심 신라면을 납품가보다 30%가량 낮은 가격에 판매했다. 납품가와 상관없이 유통업체가 가격을 정하겠다는 이른바 ‘오픈프라이스’ 전략이었다. 농심이 이마트 납품 중단을 무기로 ‘결사항전’하면서 이마트의 실험은 약 1년 만에 중단됐다.

쿠팡이 제조업체 압박에 나서는 명분은 소비자 편익이다. 쿠팡 관계자는 “제조사들은 대형마트에 판촉 행사 등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다”며 “쿠팡에선 판촉 마케팅이 필요 없으므로 이를 고려해 납품가를 정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쿠팡에 납품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제조업체는 유통업체에 언제나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며 “쿠팡이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고 있지만 납품업체들은 거래가 끊길까 봐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17조원으로 전자상거래업계에서 네이버쇼핑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쿠팡 모바일 앱을 설치한 휴대폰은 2242만 대(7월 기준, 아이지에이웍스 추산)에 달한다. 국민 2명 중 1명꼴로 쿠팡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제조업체들의 독과점 구조를 허물고 제품을 낮은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제조사들의 납품 중단 등은 유통채널 길들이기이며 이는 가격 인상 등 소비자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동휘/김보라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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