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다 해준다…'비스포크'가 보여준 삼성의 미래 [너의 이름은]

입력 2020-10-24 09:01   수정 2020-10-24 18:13


삼성전자가 독자적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Bespoke)'로 생활가전 분야에서도 '초격차' 전략을 만들어가고 있다. 라이벌 LG전자의 "가전은 역시 LG" 이미지가 강한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까지 염두에 둔 새로운 브랜딩 전략이라는 업계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개인에 맞춘 '커스터마이징(맞춤형) 제품을 강화한 비스포크로 개성을 중시하는 신혼 부부는 물론 미래 소비자들을 선점할 계획.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스포크를 삼성전자의 혁신 요인으로 짚었다.
비스포크? 'be(되다)' 'spoke(말하다)' 합성어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세계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역대 최고인 623억달러(한화 약 71조원)로 집계돼 사상 처음 5위에 올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IT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인 덕분에 삼성전자도 지난해 브랜드 가치(611억 달러·6위)보다 순위가 더 올라갔다.

인터브랜드 추산 '톱5'에 아시아 기업이 진입한 건 2016년 도요타가 5위를 기록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인터브랜드가 브랜드 가치 평가를 시작한 2000년만 해도 43위에 그쳤지만 2012년 9위, 2017년 6위 등 순위를 계속 끌어올렸다.

인터브랜드는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 상승의 주요인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과 지속가능경영 활동을 확대한 점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플립'과 다양한 색깔·크기로 디자인이 가능한 비스포크를 언급했다.

삼성전자 가전의 미래로 평가되는 비스포크는 'be(되다)'와 'spoke(말하다)'를 합성해 만들어진 브랜드다. "말하는 대로 되다", 즉 소비자가 말하는 대로 맞춤 주문생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비스포크의 최대 장점은 디자인과 크기를 소비자가 직접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 재질과 색깔을 고를 수 있고 특정 부위만 원하는 대로 교체도 가능하다. 이사하거나 양도할 때 가전이 놓이는 공간의 인테리어와 조화를 고려한 배치도 할 수 있다.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제품 타입에 따라 비스포크 제품들 재질과 색상을 가상 적용해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구입 전 여러 색상 조합을 시뮬레이션 하면서 고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 식기세척기, 인덕션, 전자레인지 등의 라인업이 있고 최근엔 소형 냉장고인 큐브도 출시했다.

다양한 업체와 협업 통해 '디자인 세부화' 꾀해
삼성전자는 생활가전 미래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다는 '프로젝트 프리즘'으로 설정하고 비스포크에 힘을 쏟고 있다.

인테리어·가구 업체, 예술가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비스포크 디자인을 강화하는 게 포인트다. 최근 출시된 비스포크 냉장고는 한샘 프리미엄 브랜드 '키친바흐'에 사용되는 '페닉스(Fenix)' 소재를 활용했다. 페닉스는 이탈리아 가구 소재 업체 '아르파 인더스트리알레'가 개발한 소재로, 스크래치에 강하고 지문이 잘 묻지 않아 관리가 쉬운 장점이 있다.

페닉스 패널을 적용한 신제품은 모두 키친핏으로 4도어 냉장고, 3도어 김치냉장고, 2도어 냉장고, 1도어 냉장고·냉동고·김치냉장고·변온냉장고 등 7개 타입으로 다양화했다. 색상도 베이지·다크 그레이·블랙 등 3가지다.

프랑스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티보 에렘'의 작품을 담은 특별 에디션도 선보였다. 티보 에렘은 펜과 잉크를 사용해 건물의 정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패션·호텔 등 다양한 업계와 협업을 진행해왔지만 가전업체와의 협업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비스포크 티보 에렘 에디션은 △프랑스 3대 성(城) 중 하나이자 역대 왕들의 안식처였던 퐁텐블로의 동화 같은 풍경을 옮긴 '퐁텐블로 성(Fontainebleu)' △런던 지하철 150주년을 기념해 런던 스카이라인을 한 캔버스에 담은 '런던 호라이즌(London Horizon)' △화재로 훼손된 노트르담을 애도하는 마음을 표현한 작가의 신작 '노트르담 성당(Notre Dame)' 3가지가 출시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비스포크 냉장고에 다채로운 패널을 적용해왔다. 론칭 당시 김종완, 김충재, 문승지, 양태오, 임성빈, 장호석 등 유명 디자이너 및 작가들과 손잡고 냉장고 패널을 선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슈퍼픽션' 캐릭터를 적용한 한정판 패널, 서울·베를린 등 글로벌 도시에서 영감을 얻은 시티트래블 컬러 적용 패널 등을 출시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과 손잡고 온라인 현대식품관 '투홈'에서 라이프스타일 맞춤 식품 패키지도 판매하는 등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가전시장 포화에도 '소비자 펀딩' 등 경쟁력 갖춰
비스포크의 진화는 소비자들의 펀딩 참여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최근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진행한 맞춤형 소형 냉장고 '비스포크 큐브' 펀딩에는 총 2억6000만원이 몰렸다. 삼성전자가 당초 목표치로 잡은 42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많이 모일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펀딩 속성상 가격은 39만9000~44만8000원으로 정가보다 20만원가량 저렴해졌다.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프리미엄 주방 가구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냉장고를 합리적 가격에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비스포크 인테리어를 구현하는 제품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가전 부분은 이미 시장이 포화됐고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 수도 점점 줄고 있다. 때문에 업체 입장에선 시장을 키우기 위해선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 브랜드 전략이 필수"라며 "비스포크는 별도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로 소비자가 원하는 구성을 담는다는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차별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커스터마이징을 점점 더 세부화하는 서비스로 정체된 가전 시장을 일깨울 가능성이 높다"며 "가전 교체 주기를 앞당기고 상품성 높은 제품을 출시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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