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아닌 국민에 충성하는 公僕(공복)을 보고 싶다

입력 2020-10-23 17:28   수정 2020-10-24 00:04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 전날 심야에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관련 자료 444건을 업무용 PC에서 삭제한 것과 관련,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직적 은폐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성 장관은 산업부 직원들의 관련 자료 삭제 등 감사 방해 행위에 대해 유감이라면서도 “조직적 은폐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조직적 감사 방해가 있었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장관으로서뿐 아니라 공직자로서 올바른 자세인지 의문이 드는 언행이다.

문재인 정부에선 유독 국민이 아니라 정권에 충성하는 듯한 장관을 많이 보게 된다. 경제부처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부터 그런 축에 든다. 한때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해 소신을 보이는가 싶던 홍 부총리는 이내 꼬리를 내리고 부동산과 일자리 정책 등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의중을 읽고 따르려는 모습을 보였다. 본인 스스로 주택임대차 3법의 부조리를 경험하고서도 “전세 거래가 늘고 있다”는 궤변을 내놓는가 하면, 재정 파탄을 부를 세금 퍼주기 일자리 대책엔 말 한마디 못 하고 있다. 정치인 출신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문관료 출신 장관들의 이런 ‘정권바라기’ 행태는 국민을 허탈하게 한다.

공직자는 정권 하수인이나 종이 아니다. 오로지 국민에게 봉사하고 충성해야 하는 심부름꾼이다. 그들을 ‘공복(公僕·public servant)’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주권을 가진 국민의 수임자로서 언제든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며 공익을 추구하고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다. 국익과 정권이익, 공익(公益)과 사익(私益)이 충돌할 때 공직자는 국익과 공익 편에 서는 게 마땅하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월성 1호기 감사에 대해 국민의 호평을 받은 것은 정치권의 압력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공익을 위한 자기 직분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처신임에도 그가 박수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공복다운 공직자가 드물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공직자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에 공직자들이 휘둘리지 않아야 정책 안정성이 유지되고 국가의 중심이 잡힌다. 정권도 공직자들을 줄 세우려고 해선 안 된다. 정권이 그렇게 하더라도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들이 많아져야 나라에 희망이 있다. 국민은 그런 공직자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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