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V'자 반등…수출기업은 비명

입력 2020-10-25 17:20   수정 2020-10-26 01:03

세계 각국에 컨테이너선을 띄우는 해운업계에 오랜만에 ‘순풍’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을 겪던 해운사들의 실적이 해운운임 급등에 힘입어 하반기 들어 ‘V’자로 반등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불황에 대비해 운항 선박을 크게 줄였다. 그런데 물동량은 예상만큼 줄지 않았다. 수요가 크게 감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컨테이너를 실을 선박 부족이 심해지면서 운임이 치솟고 있다.

해운운임 급등으로 한때 생사의 기로에 섰던 국적 대표 선사 HMM(옛 현대상선)은 3분기 3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컨테이너선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미국·유럽 항로 “부르는 게 값”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3일 1469.03을 기록했다. 2012년 4월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SCFI는 최근 3개월간 한 차례를 제외하고 매주 연중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 4월 말(818포인트)과 비교해선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국내 수출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국과 유럽 항로 해상 운임이 특히 많이 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서안 항로 운임은 1FEU(1FEU=12m 길이 컨테이너 1개)당 3865달러를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1361달러) 대비 세 배가량 뛰었다.

해운 운임 급등은 공급 감소 영향이 크다.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물동량이 급감할 것으로 보고 선박 운용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수리 또는 정비 중인 선박도 많다.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IMO2020)가 강화된 영향이다.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장착하기 위해 노후 선박 상당수가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사들은 남은 배들을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른 중국 노선부터 집중 투입하고 있다”며 “미주, 유럽 항로의 운임이 더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HMM, 3분기 깜짝실적 기대감
국내 대표 해운회사인 HMM은 해운운임 급등의 최대 수혜 업체로 꼽힌다.

올해 글로벌 선사들이 코로나19 여파로 공급을 줄인 상황에서 HMM은 올 들어 세계 최대 규모인 2만4000TEU급(1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모두 투입했다. ‘규모의 경제’ 효과로 HMM은 지난 2분기 136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5년 1분기 이후 21개 분기 만의 흑자였다. SM그룹 해운 부문 계열사인 SM상선도 2분기 창사 이래 최대인 20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3분기엔 흑자폭이 더 커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은 3분기 매출 1조8340억원, 영업이익 3553억원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영업이익은 8387억원으로 글로벌 해운불황이 시작되기 직전 해였던 2010년(6020억원) 이후 최대를 달성할 전망이다.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있어 해운운임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선박 운항 비용까지 줄어 해운사들의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고 있다.
수출기업들, 선박 긴급 투입 요청
해운사와 달리 수출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선박 부족뿐 아니라 운임 급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16년 한진해운 파산 후 국내 선사들의 선복량(적재 능력)이 줄어든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달 24일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선주협회가 개최한 선주·화주 간담회에서 삼성SDS 판토스 현대글로비스 등은 컨테이너 선박의 긴급 투입을 요청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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