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탁거부에 헤지펀드 '고사 위기'…금감원, 연말까지 가이드라인 마련

입력 2020-10-30 17:25   수정 2020-10-31 01:27

신규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설정이 끊겼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계기로 수탁사의 감시 의무와 책임이 강화되자 은행들이 일제히 수탁 업무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운용사는 신음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관련 협의체 구성과 가이드라인 논의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탁업무 가이드라인 마련”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헤지펀드 수탁 거부 사태 해결을 위해 ‘헤지펀드 수탁업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수탁업무 TF에는 사모운용업계와 은행업계, 금융투자협회, 은행연합회 등이 참여한다.

금감원은 TF 논의를 거쳐 연말까지 ‘헤지펀드 수탁업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금감원은 헤지펀드 수탁 거부 사태가 심각해지자 최근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는 헤지펀드 수탁업무와 관련해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운용업계와 수탁은행 요구사항을 반영해 금투협 규정에 수탁업무 가이드라인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 들어 8월 중순까지 신규 설정된 헤지펀드는 하루 평균 4.1개에 그쳤다. 지난해 하루 평균 18.5개가 설정된 것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 4월까지는 월별 신규 설정 펀드가 세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5월 54개로 급감했고, 7월엔 24개까지 쪼그라들었다.

옵티머스 사태가 기폭제가 됐다.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옵티머스 지시로 공공기관 매출채권 대신 비상장사 사모사채 등을 담아 책임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당국이 지난 4월 24일 수탁사에 운용사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감시 기능과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의 라임 사태 후속 대책을 내놓은 이후 은행들의 수탁 거부 움직임이 나타났고, 옵티머스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수탁사 의무 강화에 수탁 거부 ‘딜레마’
현재 대부분 은행은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나 해외 기업 매출채권 등을 담은 대체투자 펀드, 재간접 펀드의 수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기존에 펀드 설정액의 0.02~0.04%에 불과했던 수탁 수수료율을 두 배 이상 높게 부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투협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신생 운용사 펀드 수탁을 무조건 거부하고 있다”며 “과거부터 은행 리테일 조직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일부 운용사만 간신히 신규 설정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수탁사의 헤지펀드 감시 의무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은행들의 수탁 거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수탁사에 운용 행위 감시와 시정 요구, 사무관리사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 권한 등을 부여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도 운용사의 운용 행위가 법령이나 집합투자규약 등을 위반했는지 확인하는 의무를 수탁사에 맡기는 법안을 내놨다.

은행들은 헤지펀드 수탁과 관련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탁 업무 관련 인력을 지금의 두세 배로 늘려야 할 판”이라며 “수수료율을 대폭 높이거나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어 보이는 펀드 수탁은 아예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사모운용사 최고경영자(CEO)는 “헤지펀드가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지만 당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으로 수탁은행과 운용업계 간 불신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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