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설국열차' 고아성 "감옥문 꽉 닫지 말라고 부탁했죠"

입력 2013-08-12 10:18   수정 2013-08-12 10:23

아역배우가 무럭무럭 잘 자랐을 때 흔히 폭풍성장이라는 말을 쓴다. 그런데 이 단어도 흔하디 흔한 말이 됐다. 예전과 조금만 달라도 이 수식어를 제목으로 가져다 붙이니 말이다. 하지만 배우 고아성(21)에게는 이 말이 딱 어울린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겉모습에서부터 작품에 녹아든 연기까지. 영화 ‘설국열차’(봉준호 감독, 모호필름 오퍼스픽쳐스 제작) 속 고아성에게 모든 것이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고아성은 ‘설국열차’에서 요나를 연기했다. 요나는 남궁민수(송강호)의 딸로 기차 안에서 태어난 일명 ‘트레인 베이비’다.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17년을 살아온 요나는 단단한 흙을 밟아본 사람과는 성격에서부터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봉준호 감독의 창작물 요나. 고아성의 마음속에 내제돼 있던 호기심이 요나를 통해 제대로 표출됐다.

◆ “비행기, 20시간 정도 탄 것 같은 기분”

고작 17살, 우리나라로 치면 고등학교 1학년. 하지만 요나는 세상 물정을 다 안다는 듯 몽환적인 눈빛으로 관객들을 바라본다. 마약류의 일종인 크로놀의 냄새를 맡는 모습은 마치 해바라기를 까는 햄스터를 연상하게 하고, 술을 병째로 마시며 쾌락에 젖는 능숙함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온 얼굴에 숯을 칠한 것 같은 까만 얼굴이 그렇게 익숙할 수가. 그래서일까? 화면 밖 고아성의 모습은 ‘누구세요?’ 그 자체다.

“술도, 약도, 살인까지 하는 요나는 참 대단해요. 그런데 그 정신이 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에요. 학습되지 않은 아이들은 벌레를 잡아 뜯어보기도 하고 잠자리를 잡아 날개도 찢어보잖아요. 기차에서 태어난 요나는 17살이지만 어린아이와 같아요. 옳고 그름의 기준이 없는, 학습되지 않는 본능적인 소녀죠. 사실, 만들어내야 되는 캐릭터는 굉장히 힘들어요. 그런데 그게 재미있어요. 혼자서 상상을 하다보면 어디까지 가야 될지 모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봉준호 감독님께 조언을 구했죠.”

남궁민수와 요나의 등장은 꽤 흥미롭다. 감옥 칸에서 등장하는 밀실. 시체 안치실과 같은 형태를 띠는 이 밀실은 죄질이 더 악한 이들의 감옥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송강호와 고아성은 한편으로는 웃음을, 한편으로는 극도의 공포감을 주기도 한다. 이는 살아있는 사람이 시체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무시무시한 해석으로 이어진다. 보는 사람도 이렇게 무서운데, 직접 경험을 해 본 사람은 어땠을까?

“남궁민수가 요나의 칸을 열어주잖아요. 그 칸을 꽉 닫지 말라고 부탁했어요. 정말 답답하고 무서웠어요. 정말 시체 느낌이 들었다니까요? 흔들리는 기차 세트 안에서도 힘든 부분이 있었죠. 평소 멀미를 잘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요나는 17년 동안 기차에서 살아온 사람이니 힘들어하면 뭔가 이상하잖아요. 촬영을 끝내고 집에 갈 때는 마치 비행기를 20시간 정도 탄 것 같았어요. 놀이기구를 타고 내리면 땅이 흔들리는 것 같은 현상, 딱 그 느낌이었다니까요? 점차 적응을 했지만요. 하하.”



◆ “22살, 배우로서 아직 막내”

어렸을 적부터 연기를 시작해 ‘올해 연기한 지 얼마나 됐죠?’라고 물으면 ‘어, 그게’ 하며 손으로 세어 보아야 될 정도. 고아성에게 연기는 이미 삶 속에서 사르르 녹아버린 그런 존재였다. 우리나라 나이로 22살. 누구보다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을 대학생. 고아성은 그런 때 일수록 조금 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누가 밀어도 떠밀리지 않고, 혼자 그렇게 스스로.

“사실 22살은 배우로서 유리한 나이가 아니에요.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죠. 오히려 20대 중후반이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급할 이유가 없어요. 천천히 해보려고 노력중이에요. 다행히 지금은 10대 고등학생 역할도 맡을 수 있어서 원 없이 해보고 성인연기에 도전하려고요. 다음 작품인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서도 고등학생이에요. 참 신기하죠? 지금 걸그룹에 들어간다고 하면 맏언니인데, 배우로는 막내이니 말이죠. 얼마나 다행이에요. 하하.”

시원하게,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아마, 자신이 해야 될 일을, 하고 싶은 일을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근거리는 말투에도 힘이 있다. ‘설국열차’ 개봉이라는 거사(?)를 치른 뒤라 휴식을 가지고 싶을 법도 한데 “그동안 많이 쉬어서 이제 일을 해야 된다”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쉴 때 쉬고, 일할 때는 확실히 하는 모습이 프로다. 휴식은 잠시 ‘우아한 거짓말’ 이후로 넘길 예정이다.

“배우는 비정규직 프리랜서잖아요. 저는 정규직 분들이 휴가를 안가는 비수기 때 혜택을 누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날씨 좋은 가을, 정규직 분들이 일을 할 때 여행을 갈 수 있어 좋아요. 촬영이 끝나고 나면 각별한 보상을 하려고요. 사실, 타투도 ‘설국열차’의 보상이었어요.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죠. 시차적응을 하자마자 타투를 하러 달려갔어요. 제가 직접 고른 안경과 옷핀 그림을 들고서요. 고민을 하다 안경으로 새겼어요. 이건 절대 지워지지 않는데요. 나중에 결혼할 때도, 할머니가 됐을 때도 내 몸에 남아있다니, 정말 재미있지 않나요?”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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