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21편. 꼬인 수급(需給)의 독(毒) 어떻게 풀까?

입력 2013-08-28 09:30  

[조충현의 ‘펀드노트’] 21편. 꼬인 수급(需給)의 독(毒) 어떻게 풀까?

최근 방영되고 있는 ‘황금의 제국’이라는 드라마는 카리스마로 그룹을 지배하던 회장이 죽고 난 다음, 남은 가족과 제3의 인물이 상황과 이익에 따라 서로를 배신하고 결탁을 거듭하면서 각자의 몫을 늘리려고 치열한 암투를 벌이는 것이 주 내용이다. 가장 믿고 의지해야할 가족 간에 돈을 두고 싸우는 비정한 장면들은 보는 사람들의 간담마저 서늘하게 한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믿음이란 배신의 씨앗이요, 사랑은 결국 서로에 대한 배반으로 끝난다는 견해가 있다. 그래서 믿음은 배신을 달고 다니며, 믿음의 깊이만큼 받는 상처도 깊기 때문에 대책 없는 믿음은 우둔한 짓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펀드를 믿었다. 5년여 전 많은 투자자들이 직접투자수단을 버리고 간접투자수단인 펀드를 택해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너도나도 뛰어들며 후끈 달아올랐던 그 시점에 투자한 많은 펀드투자자들이 지금껏 손실을 만회하기는커녕 꼬박꼬박 수수료만 내고 있어서 공연히 펀드 투자를 했다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다.


전문가가 투자해 주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말과 남다른 수익이 날 수 있다는 주변의 얘기에 잘 살피지 못하고 투자한 결과에 대해 때 늦은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 넘볼 수 없는 투자대상(해외, 원자재, 파생상품 등)의 주인이 되었다는 기쁨과 얼마 안 되는 수수료 부담만으로 전문가들이 내 돈을 자기 돈처럼 불려 주는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금융투자에 반감을 갖고 언제나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던 보수적 투자자들이 투자를 미루다 그들마저 펀드 투자에 나서는 순간 펀드 시장의 열기는 식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융황제이자 월가의 나폴레옹으로 불리는 J. P. 모건(John Pierpont Morgan)이 “폭등이 있으면 폭락이 있고, 과열이 있으면 침체가 있다고” 한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국내펀드시장은 정점을 찍고 몇 년째 지루한 침체 국면에 빠져 있다.


손실과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완전 판매의 후유증으로 투자주체간에 신뢰는 무너졌다. 이제 펀드투자자들은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과 일부 손실을 확정하고라도 기회만 있으면 시장을 떠나려 하고 있다. 종합지수가 의미 있는 지수대로 반등할 때마다 쏟아지는 대량 환매가 이를 증명한다. 실제로 개인투자 비중이 큰 공모펀드의 경우 한때 80% 이상 (2008년 7월, 193조원)에 이르던 것이 최근에는 60%이하(2013년 6월, 106조원)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 규모는 244조원에서 최근 180조원으로 20% 가량 줄어들었다.


“스스로 잘 되겠지” 하고 바라보고 있기에는 당면한 펀드시장의 수급 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꼬인 수급 위기를 풀어낼 원천적 방안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 신상품을 출시하고 환매를 지연시키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시장 내에 상존하고 있는 패배감과 근본적인 불신을 걷어낼 근본적인 방안 없이는 지긋지긋하게 이어지고 있는 펀드시장의 수급(需給)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긴 기다림과 손실로 인해 펀드투자자들은 지쳐있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지친 투자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새로운 희망을 주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시장리더(운용사, 판매사, 1급 투자자, 정책당국 등)들의 진정성 있는 자세 변화다. 시장리더들이 우선 각박한 이기심을 내려놓고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투자자들에게 다가선다면, 꼬인 펀드시장의 수급(需給)의 독(毒)은 하나씩 풀려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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