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지카바이러스 비상사태 선포…세계경제 먹구름

입력 2016-02-02 06:43   수정 2016-02-02 14:20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현지시간) 신생아에게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할 수 있는 지카 바이러스의확산이 이례적인 사례라고 보고 국제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WHO는 이날 저녁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위원회 회의 결과 지카 바이러스가 국제 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한다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지카 바이러스가 신생아 출산에 소두증 등을 유발하는지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지만, 사태의 위협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며 "여행이나 교역에 대한 금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국제적인 신속한 공동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말했다.

찬 총장은 "긴급위원회 전문가들이 여러 증거를 검토하고 소두증이나 신경마비 증세 등이 나타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며 (브라질 등 남미는 물론) 세계 다른 지역의 공중 보건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며 "개인은 물론 특히 임신한 여성들이 모기에 대한 대처를 잘하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찬 총장은 또 "(지카 바이러스 발병지역에) 여행을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의사와 상의하거나 긴 팔의 상의나 바지, 모기 퇴치제 등 개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긴급위원회 데이비드 헤이만 위원장도 "지카 바이러스에 의해 신경마비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지 아직 증명하기 어렵지만, 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과 치료법 등이 빨리 나오도록 하면서 현재의 확산 추세를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HO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함에 따라 WHO를 비롯한 국제 의료 기관들의 재원이나 인력 등은 지카 바이러스차단과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집중된다.

WHO 미주지역 본부는 지카 바이러스와 비슷한 댕기열 등의 발생 사례 등을 고려해 미주지역에서만 300-400만명이 감염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현재 브라질을 중심으로 파나마 등 중남미로 확산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도 감염자가 발견되는 등 동남아에도 이미 전파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WHO는 지난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1만1천명 이상이 사망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도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었다.

그러나 이미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이후 뒤늦게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해 늑장 대응을 한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WHO가 이날 긴급위원회 회의가 끝나자마자 그 결과를 발표한 것도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당시 빗발친 늑장 대응이란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찬 WHO 사무총장은 아직 브라질만 집중적으로 지카 바이러스가 나타나는데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소두증 등 심각한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면서 즉각적인 상황 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브라질 보건당국도 이날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의 혈액 체취를 금지하고, 각 지역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발생 상황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지카 바이러스 차단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한편 급속도로 퍼지는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가뜩이나 침체한 세계 경제에 불안을 더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최악의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 지역이 지카 바이러스로부터 직접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2일 현재 중남미에서 이 바이러스가 보고된 나라 또는 지역은 20개를 훌쩍 넘었다.

특히 브라질은 소두증 신생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브라질이 가장 많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으며 콜롬비아가 그 다음이다.

또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아이티, 온두라스, 멕시코, 파라과이, 푸에르토리코, 수리남, 베네수엘라 등지에서도 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특히 관광산업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여행 경고 대상으로 포함한 국가 또는 지역은 카리브해 인근과 남미 등 23개국이다.

CDC는 임신부나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은 여행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는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로 설상가상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 브라질행 비행기표를 취소하는 사람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브라질의 여행·관광산업 규모는 2014년 기준 세계 9위다.

이 분야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이지만 절대적인 규모가 크다.

2014년 여행·관광 분야의 직간접적 일자리는 전체의 8.8%인 880만개에 이른다.

브라질은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치러야 하는데, 바이러스를 조기에 퇴치하지 못하면 올림픽 흥행에 실패하게 된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설한 경기장이 텅텅 비면 브라질은 올림픽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는커녕 더 깊은 수렁 속에 빠져들 수 있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올림픽 예산은 391억 헤알(약 11조6천억원)에 달한다.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8% 감소했으며 올해도 3.5% 줄어들 것으로 국제통화기금은 예상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은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지난해 6월말 262.0bp에서 지난 1월 29일 현재 479.34bp로 84%나 높아졌다.

브라질은 예산 부족 때문에 이달 예정된 카니발을 취소하는 도시도 속속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경보를 낸다면 지카바이러스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은 단기적으로 관광객이 감소할것으로 전망했다.

BI에 따르면 WHO의 경고 이후 2개월간 관광객 감소폭이 가장 컸다.

2013년 사스가 발생한 홍콩에서는 관광객이 2개월간 68% 줄었으며 지난해 메르스가 유행한 한국에서는 같은 기간에 54% 감소했다.

브라질은 이미 숙박업이 부진에 시달리는데 특히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라고 BI는 예상했다.

브라질 외에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같은 지역도 관광객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카리브해 국가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자메이카 등 몇몇 나라는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아이 갖는 것을 늦추라고 자국민에게 권고했다.

엘살바도르는 최대 2년간 임신을 연기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미국에 상륙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 1위 경제국인 미국으로 바이러스가 번질 경우 파장은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항공사와 크루즈선사, 호텔 등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온콜인터내셔널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64%의 미국인은 지카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으로 계획한 여행을 취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항공사들과 크루즈선사, 리조트 등은 취소나 연기 등에 직면해 조치를 내놓고 있다.

미국의 아메리칸항공은 임신부와 동행인에 대해 수수료를 받지 않고 환불해줄 계획이다.

델타항공은 이달 29일까지 여행자들이 목적지나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유나이티드항공과 제트블루도 승객이 여행을 미루거나 환불하도록 조치했다.

대한항공도 미국 항공사들과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상파울루 노선에서 승객이 임신부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환불을 요청하면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면서 "아직은 영향이 크지 않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열캐리비안, 카니발 등의 크루즈 선사들도 승객에게 환불 등을 해주기로 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22일 이후 지카바이러스로 인한 여행 수요 감소 우려 때문에 로열캐리비안의 주가는 6% 떨어졌으며 노르웨이전 크루즈라인은 7%, 카니발은 4% 하락했다.

같은 기간에 S&P 500 지수는 1% 올랐다.

국내에서도 모두투어, 하나투어 등 여행사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가 인도네시아에서도 확인되자 동남아 여행 성수기에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여행 관련주들이 나란히 급락했다.

이처럼 지카바이러스로 여행·관광업이 가장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지만 향후 영향은 다른 분야로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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