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극 여신’ 박민영 “역할, 비중 신경 쓰지 않고 도전할 거예요”

입력 2017-08-14 07:27  




여려 보이지만 그 안에 단단함이 있고, 청순함 보다는 활발함과 에너지가 넘친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보다 훨씬 많은 세계를 간직한 배우 박민영.

어떤 작품에 등장해도 그 안을 환하게 밝히는 그녀가 지난 2개월여 동안 비운의 여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KBS2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를 마치고 신채경을 털어내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박민영은 데뷔작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부터 드라마 ‘아이엠 샘’, ‘자명고’, ‘성균관 스캔들’, ‘시티헌터’, ‘영광의 재인’, ‘닥터 진’, ‘개과천선’, ‘힐러’에 이르기까지 그간 시청자 사랑을 받았던 작품 속 인물은 그녀의 표정처럼 늘 밝고 씩씩했다.

“죽을 힘을 다해서 연기했어요. ‘7일의 왕비’는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 작품이에요. 잘 하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에요. 잡음 없이 끝나서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고, 채경이를 보내야 하는 것이 아쉬워요. 쓰리고 아픈 마음이에요.”

지난 3일 20회를 끝으로 종영된 ‘7일의 왕비’에서도 그녀의 매력은 빛났다. 박민영, 연우진, 이동건이 주연을 맡은 ‘7일의 왕비’는 역사에 단 몇 줄로 기록된 비운의 여인 단경왕후의 삶과 사랑을 그린 로맨스 사극으로 박민영은 신채경으로 분해 단경왕후의 드라마틱한 삶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단경왕후는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인 7일 동안 왕비의 자리에 앉았다 폐비된 비운의 여인. 그를 사이에 두고 중종(이역·연우진)과 연산군(이융·이동건)이 벌이는 삼각관계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단경왕후의 삶을 이렇게 집중적으로 조명해 본 작품이 없기 때문에 좀 신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사랑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진한 멜로를 하고 싶어서 선택했는데, 이렇게까지 슬플 줄은 몰랐어요. 밝은 면이 좀 아쉽지만, 이번 작품을 하며 마음껏 울고 또 마음껏 사랑해본 것 같아요. 팩션 사극이긴 하지만 실존 인물이 주는 조심스러움이 있었죠. 그걸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도 흥미로웠어요.”




박민영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 던진 채경의 슬픈 사랑을 절절하게 표현, 몰입도를 높이는 고도의 감정 열연으로 극을 이끌어왔다. 마지막까지 빛났던 그녀의 존재감은 캐릭터는 물론 드라마와 환상적인 시너지를 폭발시키며 클래스부터 남다른 ‘사극 여신’임을 증명했다.

“‘사극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좋지만 부끄럽기도 해요. 드라마 자체가 비극이라 신파로 흘러가겠다는 걸 알고 어느 정도 각오를 했었어요. 바닥끝까지 감정을 긁어내는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정말 치열하게 연기하면서 해소가 된 것 같아요.”

마지막 방송에선 신채경이 왕비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폐비 논의가 시작됐고, 잔혹한 운명은 끝까지 그녀를 옭아맸다. 끝내 열흘도 되지 않아 쫓겨나는 신채경의 모습은 한없이 초연했으며 두 눈에는 슬픔만이 가득했다. 끝까지 잔혹 동화를 써내려가는 그녀의 삶은 마음을 저리게 할뿐만 아니라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행복한 척하는 새드엔딩이죠. 평생 한 남자만 바라보는 채경이의 마음이 아프게 다가왔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습어요. 제가 중심을 잃으면 캐릭터가 망가진다고 생각해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연기했어요.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잖아요. 주체적이고, 당당하고, 현명하고, 사랑스럽게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이렇듯 박민영은 신채경의 처절한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하며 감탄을 자아냈다. 그녀는 몰아치는 생존 로맨스 속에서 아픔으로 물든 신채경의 마음을 섬세하고 애절한 눈물을 통해 전달하며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었다.

“이제까지 눈물을 안 흘리는 역할을 맡아본 적은 없지만 그 슬픔이 ‘남자친구와의 이별’ 이정도의 슬픔이었다면, 이번에는 그것보다 훨씬 깊은 감정을 끌어올려야했어요. 단순히 사랑을 못해서가 아니라 나 혹은 내 가족이 죽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목숨을 건 생존 로맨스가 지속되다 보니까, 감정의 깊이가 달라지 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통해 소녀의 눈물이 아닌 여인의 눈물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망가진다 하더라도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싶다”던 각오를 다졌던 박민영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열정을 보였다. 폭풍 오열은 기본, 고초를 겪고 감옥에 갇히거나 장대에 매달리는 등의 열연은 명장면을 탄생시키기에 충분했다.

“높은 장대에 매달려 있는 장면을 찍을 때 실제로 높이 올라가 계속 매달려 있었어요. 낮과 밤 도합 5시간 정도 매달려 있었는데, 사실 조금 힘들긴 했어요. 액션팀한테 혼났어요. 엄살 좀 피워도 된다고, 이렇게 배우가 오래 와이어 타고 매달린 건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 같아요. 고소공포증이 살짝 있는데, 밤이 되니까 더 무섭더라고요. 그 때는 감독님께 바스트 컷 먼저 찍어달라고 말씀드리기도 했어요.”

그런 가운데 박민영 특유의 맑고 러블리한 면모는 시청자들의 아린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사랑스러움을 무장하고 첫 등장을 하던 순간은 물론 특유의 꽃미소와 귀여운 사투리는 기분 좋은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여기에 수려한 외모와 넘사벽 한복자태는 팔색조 매력을 한층 극대화 시키는데 일조했다.

“‘7일의 왕비’에서도 한 번 남장을 해봤어요. 남장을 하고 기생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는 장면이었는데 다들 너무 좋아해주셨어요. 왜 이렇게 좋아할까 생각해보니 ‘성균관 스캔들’ 때문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 때의 그 풋풋함을 표현해내지 못 할거라 생각했는데, 평소에는 과묵하신 이동건 선배님도 ‘왜 남장하니까 더 귀엽지?’라고 해주시더라고요.”

박민영은 배우들과의 찰떡 케미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극중 연산(이동건)과 이역(연우진) 두 남자의 사랑을 받으며 만들어낸 애틋하고 달달한 호흡과 유모와의 알콩달콩한 관계는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오빠들과 촬영을 하니까 많이 까불었어요. 캐릭터와 다르게 두 배우는 정말 사랑스럽고 매력이 넘쳐요. 이렇게 캐스팅을 잘할 수 있나 싶었어요. 융 오빠(이동건)는 세련되고 여유롭고 매너가 있어요. 역 오빠(연우진)는 순박함과 진중함이 있어요. 두 배우 모두 다양한 매력을 지녔어요.”

‘7일의 왕비’로 오랜만에 사극을 찾아온 박민영은 무한 연기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20회 동안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했다. “신채경을 연기하며 행복했던 기억만 남았다”는 그녀의 말처럼 박민영이 연기한 신채경은 오래도록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자리매김 할 것이다.

“앞으로도 이만큼 열심히 하면 잘 되리라 믿어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역할, 비중 신경 쓰지 않고 도전할 거예요.”

(사진제공 = 문화창고)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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