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닥터 프리즈너’ 남궁민 “‘나이제를 조금 더 무겁게 표현했으면 어떨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은 남아요”

입력 2019-05-27 07:34  




강력한 한 방이었다.

배우 남궁민이 지난 15일 인기리에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를 통해 연기력을 입증하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닥터 프리즈너’는 대형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에이스 의사 나이제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이후 펼치는 신개념 ‘감옥X메디컬 서스펜스’ 드라마다. 남궁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수술 실력과 올곧은 신념을 지닌 응급의학과 에이스 닥터 나이제 역을 맡아 극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배우로서 다시 집중조명 받고 있다.

“‘인생 캐릭터’라고 불리기엔 아직 너무 부족하죠. 아니라고 단정 짓는 게 아니라 앞으로 인생 연기를 펼칠 게 남아있을 것 같아서 인생 캐릭터라고 하기에는 아쉬울 것 같아요. 물론 ‘닥터 프리즈너’를 할 때는 담금질도 했고, 끝난 후 ‘잘했어. 수고 했어’라고 스스로에게 칭찬도 해줬어요. 그냥 저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잘 마무리를 한 것뿐이에요. 에너지 소모도 컸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끝나고 크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없어요. 그거면 됐어요. 괜찮다고 생각해요.”

‘닥터 프리즈너’는 드라마 ‘김과장’, ‘리멤버’, ‘조작’ 등 장르물에서 두각을 보인 남궁민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시청자들의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첫 회부터 지상파 수목극 시청률 1위로 출발한 ‘닥터 프리즈너’는 종영까지 왕좌를 지켜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해 7월에 대본을 받아 나이제로 살았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긴 여행을 마친 기분이에요. 특히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막판에는 살도 많이 빠졌고 힘들었어요. 무사히 잘 마쳐서 너무나 다행이에요. 또 하나의 작품을 마무리했다는 점이 되게 뿌듯해요. 드라마를 시작하면 다이어트를 해요. 66~67kg 정도가 화면에 딱 잘 나오는 무게더라. 근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62kg까지 빠졌어요. 다이어트를 하려던 게 아닌데 대본이 나오면 정신없이 보고 빠른 시간 안에 소화하려다 보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남궁민은 정의롭고 올곧은 신념을 지닌 나이제가 3년 전의 사고로 일련의 사건을 겪은 뒤 형집행정지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권력층을 감옥에서 빼내는 죄수들의 의사로 변화하는 과정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작품을 할 때마다 어렵다고 느껴요. 내가 맡은 인물을 세심하게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까 캐릭터 연구는 항상 어렵고 연기도 할수록 어렵게 느껴지죠. 대본이 있기 때문에 그 의도를 충실히 맞춰서 해석을 하는 게 내 몫이에요. 무엇보다 내가 한 해석이 감독님, 작가님의 의도와 잘 맞는 궁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와 감독, 작가의 의도가 잘 맞으면 시청자들이 ‘연기 괜찮은데’라고 느끼는 것 같고, 아니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똑같은 열정을 갖고 같은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 속 캐릭터에 비해 나이제가 더 어렵진 않았어요. 다만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나이제를 조금 더 무겁게 표현했으면 어떨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은 남아요.”

무엇보다 남궁민은 다크 히어로인 나이제 캐릭터를 완급조절 연기로 완벽하게 표현해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악에는 악으로 맞서고, 상대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능청스러움과 위기 상황에서는 냉철한 판단력을 보이는 등 나이제의 복잡다단한 캐릭터성을 탁월하게 그려낸 남궁민이다.

“사실 일상을 살다 보면 굴복해야 할 때가 있지 않나. 나는 연예인으로 살다 보니 누가 나한테 이유 없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다고 해도 일반 사람보다 참아야 할 때가 있어요. 연예인이 아니어도 직업이나 생계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는 부분들이 많지 않나. 나이제는 참지 않고 푸니까 더 통쾌해 하지 않으셨을까 해요.”




이처럼 남궁민의 연기 내공은 ‘닥터 프리즈너’의 품격을 높였다. 남궁민이 김병철에게 “내가 과장님을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뭔 줄 아냐. 과장님은 이기기 위해서 남의 손에 피를 묻히지만, 나는 이기기 위해 내 손에 피를 묻힌다”고 말한 12회 엔딩은 남궁민의 광기가 안방극장까지 전해지며 전율을 선사했다. 신들린 연기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며 눈빛 하나, 대사 한 마디에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또 최원영이 자기 어머니에게 한 만행을 알게 돼 분노의 눈물을 흘리는 28회도 남궁민의 연기력이 완성한 장면이다.

“1회 엔딩에서 이재환(박은석 분)의 어깨에 주사기를 찔러 넣으면서 ‘나 기억해?’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연기할 때는 몰랐는데 TV로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사실 그 장면은 대본을 읽으면서도 놀란 장면이고, 어느 정도 파격적인 느낌은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도 놀랐어요. 또 다른 장면은 한소금(권나라 분)이 공격을 당하고, 내가 그 피를 묻힌 채 선민식(김병철 분)에게 갔을 때에요. 사실 선민식과의 싸움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도 지루하고 피로감이 있었을 텐데 피 묻히고 ‘내가 너를 어떻게 잡는지 보여줄게’라고 경고하는 장면은 정말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긴장했어요. 사실 피 분장을 기가 막히게 예쁘게 해 준 덕이 게 커요. 분장팀 친구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60분을 쥐락펴락하는 완급조절이 돋보였다. 능청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재벌들을 갖고 놀다가도 180도 돌변해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전략을 세우고 상대방을 무너뜨렸다. 악역처럼 이성을 잃고 폭주할 때도 있었지만 선한 본성과 인간미를 버리지 않는 모습은 시청자가 남궁민 표 나이제의 복수를 응원하게 했다. 가장 선한 얼굴부터 가장 악한 얼굴까지 남궁민이 가진 연기 스펙트럼을 남김없이 펼쳐 보이며 ‘닥터 프리즈너’가 놓친 빈틈을 메웠다.

“‘닥터 프리즈너’는 이전 작품 ‘김과장’, ‘훈남정음’과 달리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살려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발성을 들릴 듯 말 듯하게 대사를 쳤죠. 호흡을 조절하면서 속삭이듯 말을 했어요. 그래서 커피라든가 목을 건조하게 하는 건 자제했어요.”

나이제가 판코니 빈혈부터 헌팅턴 무도병까지 천적인 의술을 이용해 매번 불리한 싸움을 역전시키는 과정은 여러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그려졌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는 복잡한 인물 관계에서도 극이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던 것도 남궁민의 몫이 컸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를 준 대사 톤과 다채로운 표정 연기, 디테일한 표현력으로 극의 무게 중심을 잡으며 주연으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최)원영 형은 엑스트라 시절에 만난 적이 있어서 연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김)정난 누나는 드라마를 같이 해서 원래 알고 있던 사이였죠. (김)병철 형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어요. 선민식과 나이제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닥터 프리즈너’의 색을 잡아갈 때 둘이 제일 많이 나와서 서로 톤을 맞추며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본 리딩, 리허설을 하면서 공유할 건 공유하고 상의할 건 상의했어요. 병철 형과 엎치락뒤치락하는 호흡이 잘 맞았어요. 의도했던 부분이 방송에도 잘 드러나서 연기자로 되게 좋았어요. 만족스러웠어요.”

‘남궁민의 장르물은 언제나 옳다’는 말을 스스로 입증해낸 남궁민. 그는 ‘닥터 프리즈너’로 인생 캐릭터 경신과 함께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활약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남궁민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가 챙길 수 있는 대본이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이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연구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작품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해요. 다음 작품이 고민도 되지만 나는 연기하는 그 자체가 너무 좋아요. 연기가 돈을 벌기 위한 생활 수단이 아니라 사랑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마음에 들고 책임질 수 있는 작품이라면 성공 여부를 떠나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또 내가 연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받지만 치유 되고 깨닫는 것도 있어서 그냥 꾸준히 하고 싶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