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악플러 선처는 없다’ 고준희 “대중과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입력 2019-12-10 07:38  




약 7개월의 공백기를 깨고 활발한 활동을 예고한 배우 고준희.

최근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틀고 취재진과 마주한 그는 각종 루머와 악플로 힘든 시간을 보낸 심경을 털어놓았다.

“드라마 ‘빙의’를 끝내고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중간에 광고 촬영도 했고요.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까지 자전거를 탔어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왜 복장을 갖추고 장비를 사는지 알겠더라고요. 장시간 타다보니 복장의 필요성을 느껴 여성용 의상까지 구입했어요.”

고준희는 올 초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끝난 후 여러 매니지먼트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매번 불발됐다. 그러다 지난 달 박해진이 소속된 마운틴무브먼트와 손을 잡았다.

“회사와 미팅한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어요. 나에 대해 다 알 수 있는 것과 달리 나는 알 수 있는 게 없고 들리는 이야기로만 믿어야 한다는 게 힘들었어요. 말로만 듣고 파트너를 알아보고 판단하는 건 어려운 일이죠.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과정이었어요. 의도치 않게 회사와 미팅이 기사화되는 게 당황스러웠고요. 마치 소개팅 같았어요. 거절당한 느낌이었고 자꾸 회사와 미팅이 잘 안 될 경우 더욱 안 좋은 일과 엮여 확대 해석됐어요. 마운틴무브먼트 대표님이 박해진 선배를 잘 챙겨주는 걸 보고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오래 전 광고 촬영장에서 우연히 알게 됐고, 이번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대표님께서 응원도 해주고 좋은 에너지를 전해줘 계약을 하게 됐어요.”

그는 버닝썬 사태와 관련된 승리, 정준, 최종훈 등이 속한 단체 채팅방에 등장한 여배우라는 루머에 휘말린 바 있다. 당시 이들은 뉴욕에서 머무르고 있는 한 여배우를 접대 자리에 초대하자는 이야기를 채팅방에서 나눴다. 때마침 뉴욕에 체류 중이던 고준희에게 불똥이 튀었다. 이후 그는 `뉴욕 여배우`라는 오명을 얻게 됐고 악플의 희생양이 됐다.

“하루아침에 퍽치기를 당한 기분이었어요. 퍽치기를 당하면 가방을 잃어버리고 다치지 않나. 제일 먼저 수습을 해야 했죠. 넋 놓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루머에 대해 피해자에게 물어볼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물어봐야하지 않냐. 나도 모르는 일을 나에게 물어보니까 답답하더라고요. 지금은 시간이 지나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게 됐지만 그때는 정말 답답하고 막연했어요.”




해당 루머로 고준희는 당시 출연 예정이었던 드라마에서도 하차 수순을 밟았고, 본의 아닌 공백기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나는 괜찮았어요. 처음에 당황스럽고 예정된 스케줄의 하차 통보를 받았을 때만 화가 나는 듯 했지만 가족이 너무 힘들어했어요. 어머니가 아직도 이명 치료를 받고 있어요. 부모님도 나를 믿고 응원해줬어요. 제일 큰 힘이 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아픈 걸 보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세워놓은 계획이 한 순간 없어져 버리니 왜 속이 안 상하겠나.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나 자신을 뒤돌아보고 더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런 시간을 줬나보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했지만 쉽진 않았어요.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부모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죠. 이번 기회에 일에 대한 갈증보다 감사함을 더 깨달았어요.”

악플러와 전쟁. 여배우로서 좋지 못한 소문만 돌았고 해명할 기회가 없었다. 새 소속사 측은 이미 수십 명의 악플러를 잡았다. 선처는 없다.

“쉬는 동안 ‘내가 이런 직업을 선택해서 이렇게 된 건가’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정말 무서웠어요. 나랑 친하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이 상처받는 게 정말 힘들었죠. 오히려 나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주변 스태프, 친구, 가족들한테 물어보는 상황이라 나는 잘 몰랐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끝까지 선처 없이 가고 싶어요.”

고준희는 2003년 MBC 드라마 ‘나는 달린다’를 통해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벌써 데뷔 17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 그는 데뷔 초에 비해 일을 더욱 즐길 수 있게 됐단다.

“작품 선택의 기준은 우선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 지가 우선이에요. 그리고 상대 배우도 봐요. ‘언터쳐블’, ‘빙의’ 모두 한 번쯤 호흡해보고 싶은 김성균, 송새벽이라 더 끌렸어요. 복귀작은 밝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특정 장르를 규정짓긴 그렇지만 로맨틱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조만간 고준희는 뷰티 예능 프로그램 MC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오는 24일 방송되는 MBC뮤직 뷰티쇼 ‘핑크페스타’의 진행자로 발탁됐다. ‘핑크페스타’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들을 위해 최신 트렌드를 다루는 뷰티 예능 프로그램으로 K뷰티를 글로벌하게 알리고자 기획됐다. ?고준희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및 아시아권에서도 트렌디한 패셔니스타로 인지도가 높아 MC로 최종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능 울렁증이 있어요. 예능을 나가면 어느 순간 어떤 얘기를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웃겨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면서 헛소리를 하고 그게 편집이 안 돼 방송되면 ‘왜 저랬지’ 늘 괴로웠어요. 뷰티 프로그램 MC는 계속 섭외가 들어왔어요. 내 영역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젠 배우에게 연기만 바라지 않다는 걸 알아 하나하나 극복하려고 해요. 중국 왕홍들과 K뷰티를 알리는 방식이 신선했어요.”




모델로 데뷔해 배우로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 온 고준희는 서구적인 외모와 늘씬한 몸매로 일찌감치 20~30대 여성들의 ‘워너비’로 꼽혀왔다. ?특히 고준희 만의 독보적이면서도 트렌디한 매력으로 유행을 선도, ‘완판녀’라는 수식어를 얻은 바 있다.

“너무 감사하죠. 내가 바르는 립스틱 컬러와 헤어스타일 등에 대해 궁금해 하니 감사해요. 내 이름 앞에 붙는 단발이나 숏컷에 대한 수식어도 대중이 만들어줬어요. 가죽이나 청재킷 입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키가 커서 운동화를 많이 신는 것도 단지 편해서고 의도하지 않은 내 스타일이예요.”

배우 생활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고준희는 향후 활동을 약속하며 대중들에게 부탁을 전했다.

“악플을 남긴 사람들을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마음이 좋지 않아요. 너무 예쁘고 좋은 날이 많을 사람들일 텐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도 조심스럽고 안타깝죠. 하루 이틀 사이에 생긴 게 아니기 때문에 ‘악플러들에게 일침을 가한다’고 싶지 않아요. 대중은 이전보다 수준이 굉장히 높아지지 않았냐.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앞으로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고 본인의 언행이 한 사람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수 있는지를 인지하고 글을 작성했으면 좋겠어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가십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이 답답했고 황당했어요. 연예인뿐만 아니라 대중 또한 말의 무게감을 알고 글이나 행동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고준희는 2020년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앞으로 목표는 잘 되는 거예요. 추상적일 수 있지만 엄마가 건강해지고 내년에는 함께 할 사람들이 있으니 돈을 벌 수 있는 해였으면 좋겠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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