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의 '돌변'…한반도 평화 메신저에서 파국 주역으로

입력 2020-06-14 07:59   수정 2020-06-14 08:12

정치적 위상을 대내외에 각인시키는 과정이라는 해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반도 평화의 메신저에서 냉각기의 주역으로 돌변하는 데는 불과 2년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시작으로 13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와 대남 군사행동까지 시사하는 담화를 내며 남북관계의 험로를 예고했다.
그가 처음부터 남북관계 차단의 선봉에 선 것은 아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그는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특사 자격으로 남한을 방문했다. 김일성 일가를 일컫는 이른바 `백두혈통`이 남한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오빠의 친서를 전달했고, 화기애애하게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예선 첫 경기를 관람했다.
마지막 날에는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함께한 비공식 환송만찬 자리에서 "하나 되는 그날을 앞당겨 평양에서 반가운 분들을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며 덕담을 남겼다.
2018년 4월 서울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9월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지근거리에서 의전을 수행하며 행사의 분위기를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이 본격적인 `배드 캅`(거친 경찰) 역할을 맡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다.
그는 지난 3월 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를 발표, 청와대의 북한 화력전투훈련에 대한 유감 표명을 맹비난했다. 담화에는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바보스럽다`, `저능하다` 등 원색적인 표현이 담겼다.
김정은 위원장의 혈육이자 국정운영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 김 제1부부장이 직접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낸 것은 북한 지도부의 격앙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4일 담화에서는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을 `쓰레기`, `똥개` 등 거친 표현으로 난타하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남측이 제대로 조치하지 않는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로부터 아흐레 만인 13일 담화에선 본격적인 대남 군사행동까지 예고했다.
그는 특히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사업 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언급, 자신이 명실상부한 `2인자`임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이런 일련의 담화가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을 대내외에 각인시키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4월 문 대통령과의 첫 번째 정상회담에서 김여정이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담화에서 김여정을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제1부부장"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자신의 권한이 김 위원장과 당,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백두혈통인 김여정의 입을 통해 최고존엄을 건드리는 것은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라며 "이와 함께 김여정은 안팎에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줌으로써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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