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꼰대인턴’ 한지은 “매번 캐릭터로서 존재하고, 그 역할로 기억되고 싶어요”

입력 2020-07-02 11:18  




“저에게 ‘꼰대인턴’이란 포장되지 않는 선물이에요. 매 작품이 저에게 선물이라고 생각하는데, 포장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그 자체로 너무 행복하고 사랑이 됐다는 의미에요. 태리로 보여드리고 싶은 건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어요. 그 부분에 가장 집중했고, 현장에서 대본도 많이 보고 연구도 많이 했지만, 현장의 것을 보고 느끼려 했어요. 저에겐 새롭게 시도하는 연기였어요. 그것들을 다행히 많이 좋아해 주셨고, 그걸 표현할 수 있게끔 다들 도와주셔서 포장하지 않은 선물이었어요.”

한지은이 딱 맞는 옷을 입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대중에게 더 큰 신뢰감을 준다면,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여기에 욕심도 많고 열정도 넘친다. 한지은은 그런 배우다. 진정으로 일을 즐기는 사람의 여유와 에너지가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지난 1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신소라 극본, 남성우 연출)에서 여주인공 이태리로 열연한 한지은은 인터뷰 내내 쉼 없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깔깔댄다.

“아직 실감이 안 나는데, 촬영이 끝난 것 자체는 아쉬워요. 정이 많이 들었어요. 너무나 좋은 분들과 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이런 분들과 헤어진다는 게 아쉽더라고요. 그래도 방송을 애청해 주신 분들이 많아서 기쁜 마음으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꼰대인턴’은 가까스로 들어간 회사를 이직하게 만들었던 최악의 꼰대 부장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의 지질하면서도 통쾌한 복수극이자, 시니어 인턴의 잔혹한 일터 사수기를 그리는 드라마로, 신구세대를 막론하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한몸에 받았다.

“투톤 헤어로 시작해 펌도 하고, 머리도 잘리고, 거기에 부녀 설정도 밝혀지고, 취업비리까지 연루됐죠. 여러 에피소드가 많았어요. 참 우여곡절이 많았죠. 그럼에도 너무 재밌었어요. 한 드라마 안에서 이렇게 많은 변화를 겪을 수 있구나 싶기도 했고, 이런 부분에서 작가님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써주셨는지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감독님도 많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죠. 애정을 많이 가져 주셨어요. 마지막까지도 감독님이 ‘더 신경써줬어야 하는데’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너무 감사하고 충분했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우리 현장이 얼마나 배려가 깊고 훈훈한 현장이었나 싶어요.”

한지은은 극중 준수식품의 라면사업부 마케팅영업팀 인턴사원인 이태리로 등장했다. 인서울 대학 출신에 적당한 외국어 실력과 허접한 공모전 수상 이력을 지닌 이태리는 ‘서류광탈’을 끝내고 채용 전환형 인턴으로 합격한 뒤 어떤 심부름이든 마다하지 않다가도 ‘결국 복사왕으로 끝날 각’이라는 깊은 깨달음을 얻고 순응형 인간에서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코믹한 인물로 변신해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자아냈다.

“초반에 어디까지 보여드려야 할지 걱정했어요. 너무 갑자기 나와서 지르고, 그런 부분이 많아서 비호감으로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귀엽다’는 반응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거기에 서사가 풀리면서 이해도가 높아지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싶어요.”




어떤 작품이든 홍일점 캐릭터와 이를 표현하는 배우의 연기는 매우 중요하다. 시청자 몰입도를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캐릭터에 사랑스러움을 불어넣는 한지은의 존재는 ‘꼰대인턴’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는 물론, 유독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눈물이 극의 감성을 더하고 안방극장의 마음까지 흔들었다.

“캐릭터적인 것이 1차적으로 가장 힘들었어요. 태리라는 친구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서 많은 것들이 표현이 되는 캐릭터였죠. 그러다 보니 적정선을 찾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어요. 태리라는 인물 자체가 그녀만의 서사가 후반부에 나와요. 초반에 숨기고 가는 게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중간 중간에 ‘쟤가 왜 저러지?’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걸 표현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하는 것과 숨기는 게 아무래도 좀 힘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한지은과 이태리 캐릭터의 싱크로율은 맞춤옷처럼 딱 들어맞는다. 대중이 기억하는 배우 한지은은 밝고 유쾌했다. 여배우지만 몸 사리지 않았고,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부딪혀왔다. 한지은만의 캐릭터 소화력은 ‘꼰대인턴’에서도 여지없이, 더욱 완벽하게 빛났다. 주저앉기보다 툭툭 털고 일어서는 이태리, 밝지만 가슴 속에 아픔을 품고 있는 이태리, 유쾌한 미소와 툭 떨어지는 눈물을 모두 가진 이태리. 한지은은 예쁜 척하지 않아서 더욱 예쁜, 한지은만의 사랑스러움으로 ‘이태리’ 캐릭터를 맞춤옷처럼 소화했다.

“저도 여자라 예뻐 보이고 싶은 건 사실인데, 제 성격 자체가 털털한 게 있어요. 부담보다는 ‘어디까지 내려놓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컸어요. 촬영할 땐 불안해서 ‘괜찮은거냐’ 묻고 그랬어요. 결과물이 잘 나온 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무엇보다 이미 ‘멜로가 체질’ 때도 큰 고난을 겪어서, 이번엔 즐길 수 있었어요. 제 성격은 밝고 장난기가 많은 편이에요. 원래 기분이 좀 업된 스타일이죠. 촬영장에서도 뛰어다니고. 그런 부분들은 닮은 거 같아요. 그리고 먹는 걸 좋아해요. 외강내유 스타일도 닮은 거 같아요. 약해 보이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잘 못 보여요. 다른 사람에겐 씩씩하게 보이고 싶고. 혼자 있을 땐 고민을 많이 해요. 태리도 겉으론 씩씩하고, 정의감도 불타지만 혼자 있을 땐 걱정도 많은 하지 않나요. 그런데 전 태리만큼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진 못해요.”

극중 가열찬(박해진 분)과 이태리의 짠내 러브라인은 화제가 됐다.

“개인적 욕심이라면 로맨스물에도 관심이 많아서 로맨스적인 멜로가 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많이 했어요. 열찬과 태리가 꽁냥꽁냥하고 회사 안에서. 근데 사실 그것이 부녀라는 사실의 반전이 사무실에서 공개적으로 밝혀지는 순간 ‘러브라인은 끝인가’ 했던 거 같아요. 사실은 꽁냥꽁냥이라고 하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비밀리에 하면서 귀여운 모습들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이 드라마 작품 자체를 봤을 때는 오피스물이 주라서 로맨스적인 것들을 깊게 가져가는 것은 중심을 벗어날 거라는 생각에 작가님도 고민 많이 하셨던 거 같아요. 박해진 오빠는 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인데 현장에서 묵묵하게 저를 알게 모르게 서포트를 해줬어요. 눈치도 빠르고 전체를 보는 스타일이죠. 안 보는 듯 하면서 다 보고 있더라고요.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어 보이면 먼저 다가와서 그런 것들을 잘 넘길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조언도 해줬어요. 그게 힘이 됐어요. 또 태리가 자유로워야 나올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힘이 됐어요.”

9회 엔딩 장면은 시청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반전이었다. 극중 이태리와 이만식(김응수 분)이 부녀지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무실 내에 파란이 일어난 것.

“작가님이 부녀 케미를 보고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후반부에 등장했는데, ‘좀 더 일찍 나왔다면 더 재밌는 게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초반에 태리가 만식을 유달리 구박하는 모습을 일부러 표현하려 했어요. 단둘이 있는 장면은 별로 없지만, 나중에 부녀라는 게 밝혀졌을 때 ‘그래서 쟤가 그랬구나’ 하는 걸 어떻게 보여줘야 할 지 고민이 많았죠. 감독님, 작가님과도 의견을 많이 나누고. 후반부에 나오는 반전이다 보니 ‘우리의 사건들을 잊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어요. 그런데 시청자 분들은 다 기억해주시더라고요. 감사하고 뿌듯했어요.”




극중 이태리는 가열찬에게 뽀뽀까지 해놓고 고백을 거절한다. 그것도 아빠를 구박한 남자라는 복선이었을까.

“그 장면은 정말 재밌고 귀엽지 않나요. 술김에 뽀뽀를 하고, 정신을 차리고 ‘꼰대라서 싫다’고 하고. 어쨌든 태리가 하는 얘길 보면 혼란스러워 하는 게 느껴져요. ‘그때 왜 그런 거냐’고 계속 확인하려 하고. 이게 사람에게 마음이 있다는 증거 아니냐. 가열찬의 마음을 거절한 건, 만식 때문이라기 보단 ‘이.라.꽁’ 자료에 욕을 써놓은 게 크지 않을까 싶어요. 로망과 환상이 다 깨진 거죠.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쩔 수 없다는 게, 그 신에서 보여줬다는 게 생각이 들어요. 태리의 혼란을 보여준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한지은은 아버지 이만식 역의 김응수와 실감나는 부녀 관계 연기도 호평을 받았다.

“김응수 선배님과 라디오에 출연했는데 ‘시한폭탄’이라고 별명을 지어줬어요.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고 하시는데, 그게 큰 칭찬이라고 하더라고요. 뭔가 스스럼없이, 허물없이 대하면서 ‘이런 애 처음 봤다’고 해주셨어요.”

이제 ‘태리태리 이태리’는 한지은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태리태리 이태리’도 너무 감사한 것이 대본에 없던 거였어요. 근데 면접 신에서 하고서 왠지 저는 그걸 하고서 혼자 아쉽더라. 필에 젖어서 그냥 태리라면 임팩트를 살리고 싶었을 것 같아 ‘태리태리 이태리’를 그냥 했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저의 고유명사가 됐고, 저를 태리태리 이태리로 현장에서도 부르고 드라마 보는 분들도 태리태리 이태리라고 부르고 고유 포즈처럼 됐고 다 따라하더라고요. 이게 되게 많이 기억에 남는구나 싶었어요. 되게 기분이 좋았어요.”

한지은은 2010년 영화 ‘귀’로 데뷔한 후 10년간 배우로서의 시간을 묵묵히 걸어왔다. 김수현 주연의 영화 ‘리얼’에서 4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김수현의 그녀’로 낙점된 이력과 함께 tvN ‘백일의 낭군님’의 애월, JTBC ‘멜로가 체질’의 한주 역을 거치며 유명 감독들의 원픽이 한 인물. ‘멜로가 체질’ 종영 이후 지상파 주인공으로 발탁되며 안방의 대세로 떠올랐다.

“나이가 전부는 아니지만 저도 불안했던 적이 있었어요. 배우는 많고, 저보다 가능성 있는 어린, 신인들도 많으니까. 제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없을까봐 그런 걱정을 했어요. 그래서 더 특별하고, 신기하고 ‘세상이 달라졌구나’ 싶기도 해요. 저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던 건, 제작하는 분들, 감독님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배우를 바라봐 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멜로가 체질’로 첫 주연이 됐는데, 그래서 이병헌 감독님께 참 감사해요. 선입견과 선을 허물고 저 한지은이라는 배우를 순수하게 바라봐주셨어요. 그걸 보고 ‘꼰대인턴’ 남성우 감독님도 선입견을 깨고 ‘넌 그냥 태리’라고 해주셨어요. 저를 순수하게 바라봐주시는 자체가 감사하고 뿌듯했어요. 더 관리도 열심히 하고 발굴해 주신 것에 보답하기 위해 더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여전히 연기자로서 보여줄 게 많은 11년 차 배우 한지은이다. 그는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이번에 배우로 목표는 궁금한 배우였어요. 매번 캐릭터로서 존재하고, 그 역할로 기억되고 싶어요. 아직 해내가야 할 작품이 많고, 더 많이 연기를 하겠지만 저를 지켜봐주신 분들 중에 제가 ‘멜로가 체질’에 나왔던 것도 몰라보시더라고요. ‘완벽하게 속였구나’ 싶어서 정말 뿌듯하고 만족감을 얻어서 좋았어요. 차기작은 몇 개 얘기 중인 작품은 있는데, 하나로 좁혀지진 않았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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