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신분증 좀 보내줘"…기자 엄마도 당할 뻔한 '신종피싱'

이지효 기자

입력 2020-09-10 14:37  



"나한테 이런 문자가 왔는데 혹시 무슨 일 있어?"

일하고 있는 제게 온 엄마의 연락이었습니다. 제가 아닌 저는 엄마에게 폰이 고장나서 문자만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아마존`이라는 외국 사이트에 가입해야 하니 엄마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죠.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 저라면 웃으면서 넘겼지만 엄마는 제가 걱정이 되셨나봅니다. 주민등록증을 사진을 찍어서 막 보내려다가 저한테 전화를 거셨죠. 제가 안 받았다면요? 다시 생각해도 정말 아찔했던 순간입니다.

실제 `메신저 피싱` 사례.

어느 날 갑자기 낯선 휴대폰 번호로 온 문자.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 가족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더니 인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급하다"는 채근에 못 이겨 개인정보를 함부로 보내려고 하셨나요? 그렇다면 잠시 멈춰주세요. 이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낳은 언택트 사기, 바로 `메신저 피싱`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 `메신저 피싱` 사례.

실제 `메신저 피싱` 사례.

● 갑자기 `바빠?"라고 묻는 문자는 의심하세요

엄마는 `무슨 인증을 받으려고 하냐"며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상대는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엄마 휴대폰으로 인증을 받는 거라 주민등록증이 필요하니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합니다. 급하게 아마존 사이트에 가입해야 하는 게 인증이 필요한 이유였습니다. 저는 화가나서 한바탕 욕을 퍼붓거나, 아니면 경찰서에 신고라도 했을 건데 엄마는 그마저도 무섭다며 사기범의 번호를 차단했습니다. 어른들에게 디지털이란 미지의 세계, 베일에 써여 있는 무서운 존재일지 모릅니다. 사기범도 그걸 노린 거죠.



그런데 이런 사기 흔하게 벌어지는 걸까요.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국 `메신저 피싱` 피해액은 1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4억원)보다 52%나 많아졌습니다. 최근 가족을 사칭해 접근한 뒤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등의 사례로 금감원에 피해구제신청서가 접수된 건은 총 229건에 달합니다. 과거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유인하던 `보이스 피싱`이 요즘에는 달라졌습니다. 저희 엄마의 사례처럼 문자나 카카오톡 같은 SNS를 이용한 `메신저 피싱`으로 옮겨온 겁니다.

● 주민등록증 등 탈취해 계좌 만들고 대출까지 받아

`메신저 피싱`의 수법도 나날히 교묘해집니다. 이전에는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에 닥쳤다며 은행이나 폰뱅킹을 통해 대리 입금을 종용했다면, 요즘에는 그렇게 노골적인 방식이 아닙니다.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아들이나 딸 등 가족을 사칭한 문자 메시지로 접근해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죠. 주민등록증 사본이나 신용카드 번호와 같은 것 말입니다. 사기범은 이렇게 얻어낸 개인정보를 활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피해자 명의의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활용해 금융회사에 비대면 방식으로 계좌를 개설합니다. 이후 카드론이나 약관대출 등을 받아 금액을 편취하는 것입니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구글 기프트 카드나 문화상품권 등을 사달라고 하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 비교적 손쉬운 방법인데요. 피해자가 상품권을 구매하면 뒷면의 `일련번호`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이 번호만 있으면 돈처럼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번호는 절대 알려주면 안되겠죠.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사품권을 대신 사달라고 하는데요. 지나치게 많은 금액에 의심을 품으면 "외국인들 상대로 상품권을 파는데 수익이 좋다"고 둘러댑니다. 상품권을 이용하면 피해 구제 등 대처가 어렵기 때문에 자주 쓰이는 수법이라고 합니다.

`메신저 피싱`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이런 사기를 당하거나, 당할 뻔한 분들. 저희 엄마뿐이 아닌가 봅니다. 지난달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메신저 피싱`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청원인은 구글 기프트 카드를 사달라는 말에 넘어가 무려 1,015만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한곳에서 하루 5번을 방문해 기프트 카드를 구매했지만 누구도 수상하거나 의심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사기에 사용되는 상품권`이라고 고지했다면 피해의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청원인은 해당 카드를 파는 본사 측에서 교육 등을 진행해 점원들이 이런 피해를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피해 사실 알았다면? 금융감독원에 구제 신청해야

구글 고객센터는 홈페이지에서 신고 접수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환불 등의 조치는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에 한해 해당 카드를 구입한 점포에서 가능합니다. 문화상품권 발행업체 한국문화진흥이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컬쳐랜드에서는 노출된 핀 번호를 일정 기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블록처리`도 해준다고 하네요. 상품권이 아닌 돈을 거래했다면 송금·입금 금융회사 콜센터 및 금융감독원 콜센터(☎1332)에 전화해서 해당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 및 피해구제신청을 접수해야 합니다. 본인이 알지 못한 핸드폰 개통 여부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운영하는 명의도용방지서비스에 접속하면 조회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미덕인 시대. 저도 집에서 혼자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따로 약속을 잡아 사람을 만난 지도 제법 오래된 것 같습니다. 얼굴 보기가 힘드니 카카오톡 같은 SNS를 써서라도 그 외로움을 조금은 채우고 있는 데요. 이런 시국을 노려 사기까지 `언택트`로 행해지고 있다니 너무 슬픈 현실입니다. 물론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인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겁니다. `뭐해`라는 가족의 연락까지 의심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지만, 사기를 당한 이후에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을 테니까요. 모쪼록 코로나 시대에 건강과 금전을 모두 잘 지키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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