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듭니다" 호소 묵살…결국 근육 녹은 병사

입력 2026-05-26 18:09   수정 2026-05-26 23:12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강원도 철원의 한 군부대에서 병사에게 팔굽혀펴기 100회를 시켜 근육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 병사 가족은 해당 간부를 군사경찰에 고소했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철원군 15사단에서 복무 중인 A 상병 측은 지난 3월 9일 오후 4시께 문제의 가혹행위가 벌어졌다고 했다.

당시 체력단련 시간에 '뜀걸음과 팔굽혀펴기 100회를 달성한 뒤 자유롭게 체육활동을 하라'는 중대장 지시에 따라 A 상병은 동기와 함께 체력단련실로 이동했다.

팔굽혀펴기에 나선 A 상병이 15회를 했을 때쯤 B 중사가 들어와 "그렇게 깔짝이지 말고 내려가라"며 A 상병의 등을 강하게 내리눌렀다. B 중사는 A 상병의 활동복 상의를 움켜쥔 채 들어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A 상병이 "저 너무 힘듭니다. 간부님",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며 세 차례 중단을 호소했으나 멈추지 않았다. 50회를 채운 뒤에도 강제 팔굽혀펴기는 재개됐고, 100회에 가까이 이어가다 A 상병의 호흡이 급격히 거칠어지자 멈췄다.

이튿날 양팔에 심한 통증을 느낀 A 상병은 11일 의무대를 찾아 링거를 맞았다. 그러나 소변 색깔이 '콜라색'으로 변하자 A 상병은 국군포천병원으로 후송됐다. 당시 혈액검사 결과 근육효소(CK·크레아틴키나아제) 수치는 4만으로, 정상 수치(50~200)의 수백 배에 달했다.

13일 민간 대학병원 재검사에서는 수치가 7만7,380까지 치솟았다. 신부전증·부정맥 소견도 나왔다. 중증 횡문근융해증 진단을 받은 A 상병은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A 상병은 퇴원 이후에도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으며, 무리한 근력운동 금지와 신장 기능 지속 관찰이 필요한 상태로 전해졌다.

A 상병의 누나는 "극심한 고통 호소에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가혹행위로 인해서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며 "동생은 죽을 고비에서 살아온 생존 병사"라고 말했다. 이어 "멈춰달라고 했을 때 멈췄다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왜 이렇게까지 했느냐고 묻고 싶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횡문근융해증 치료를 받는 병사 모습. 연합뉴스

A 상병 측은 B 중사를 직권남용 가혹행위죄와 폭행죄로 군사경찰에 고소했다.

15사단 관계자는 "현재 군 수사기관에서 관련 사안을 수사 중이며, 확인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법규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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