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엔 환율이 장중 830원대 중반까지 떨어지며 18여 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소비자들의 환전 부담도 한층 줄어들 전망이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00엔당 840.2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2.05원 하락했다.
장중에는 835.86원까지 떨어지며 올해 최저치를 새로 썼다. 지난 2008년 1월 2일(833.4원) 이후 약 18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엔 환율이 830원대까지 내려오면서 일본 여행객들의 비용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100엔당 900원이던 환율이 835원으로 떨어지면 10만 엔을 환전하는 데 필요한 돈은 90만 원에서 83만 5천 원으로 6만 5천 원 줄어든다. 다만 실제 환전 금액은 은행별 수수료와 환율 우대율에 따라 달라진다.
원·엔 환율 하락은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맞물린 결과다. 반도체 등 수출 기업의 달러 매도가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반면, 일본에서는 감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국채 발행 가능성이 엔화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원·달러 환율을 엔·달러 환율로 나눠 산출하는 만큼, 원·달러가 하락하고 엔·달러가 상승하면 하락 압력이 커진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원 내린 1,328.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024년 10월 2일(1,319.3원)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장중에는 1,325.4원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와 국내 증시 급락에도 원화 강세가 이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73% 하락한 5,552.74에 마감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5천억 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원화로 환전하기 위해 내놓은 달러 매도 물량이 환율 상승 압력을 상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 선물 매도세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글로벌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환율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주간 거래에서는 수출 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에 환율이 하락하다가 야간 거래에서 글로벌 달러 강세를 반영해 반등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임환열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오늘 밤에도 환율이 반등할 여지는 있지만, 시장 심리 자체가 원화 강세에 쏠려 있어 환율 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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