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배타적…우리가 장사 잘되면 중국점포들이 주변 포위해요"(종합)

입력 2017-03-05 09:12  

"中은 배타적…우리가 장사 잘되면 중국점포들이 주변 포위해요"(종합)

中, 사드 전에도 한국 유통 '무덤'…진출 20년에도 여전히 적자

롯데 "적자 폭 줄고 있어…유통 중국 철수 고려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추진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언론과 소비자들이 롯데 등 중국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협박과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사드 사태 이전부터 중국은 한국 기업들에 그다지 '친절한' 시장이 아니었다.

자국 기업 보호 등의 목적으로 텃세와 까다로운 규제가 많고, 사회적 네트워크나 인맥 관계를 중시하는 이른바 '관시(關係)' 문화 탓에 신경 써야 할 경영 외의 요소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에 따라 중국에 진출흘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 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는 대표적 업종이 바로 한국의 '유통'이다.





◇ 롯데 백화점·마트 연 1천억 손실에 이마트도 거의 장사 접어

중국에서 '사드부지 제공자'로 낙인돼 집중적으로 공격받는 롯데의 경우, 현재 중국 내 약 120개 유통 계열사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중국 현지 롯데 유통 계열사들의 연 매출이 2조5천억 원에 이른다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해마다 1천억 원 안팎의 적자를 보며 '밑지는 장사'를 하는 게 현실이다.

롯데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사업에서 롯데백화점은 830억 원, 롯데마트가 1천240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각각 냈는데, 이 적자 가운데 80~90%가 중국 사업에서 발생했다.

앞서 2015년에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해외 영업손실은 각각 1천50억 원, 1천480억 원까지 불어났다.

롯데마트가 2008년부터, 롯데백화점이 2011년부터 중국에 진출한 지 거의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리를 잡고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롯데마트는 중국 사업 과정에서 타임즈, 럭키파이 등 현지 유통업체를 인수했으나 당시 지불한 '영업권' 가치가 중국 경기 하강 등과 더불어 급감하면서 장부상으로도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각각 1천600억 원, 3천400억 원의 대규모 손실을 봤다. 무려 6천억 원에 이르는 '영업권 손상 차손'이다.

이처럼 해마다 수천억 원씩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사드 보복'까지 겹치자, 일각에서는 롯데 유통 사업부문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롯데 관계자는 "일본 제1 백화점 '이세탄'도 1994년 중국에 처음 발을 들인 뒤 10년이 지난 2004년에야 첫 흑자를 냈다"며 "롯데백화점과 마트도 적자 폭을 줄여가고 있는 만큼 철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뿐 아니라 신세계 계열 이마트의 상황도 비슷하다.

1997년부터 중국 시장을 두드렸지만, 20년 가까이 '쓴맛'을 보고 점포 정리를 통해 현재 중국 현지에 고작 7개 점만 남았다. 사실상 2010년 이후 중국 사업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 홈쇼핑업체의 상당수도 중국 진출에 대거 나섰다가 재미를 거의 보지 못하고 최근에는 베트남 등 동남아로 방향을 틀었다.

CJ오쇼핑 정도가 2003년 8월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 SMG(상하이미디어그룹)과 합작 형태로 '동방CJ(東方CJ)' 홈쇼핑을 설립한 뒤 지난해 취급고(거래액)가 1조 원을 넘어서 그나마 '성공' 사례로 꼽힌다.







◇ "中 폐쇄적 규제, 배타성, 비싼 임대료 등이 패인"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중국 시장 실패 요인은 중국의 폐쇄성과 해외기업에 대한 배타적 태도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민족주의 성향과 '자국 우선주의'가 매우 강하다"며 "어느 지역에서 외국계 점포의 장사가 잘되면 바로 옆에 로컬(중국 현지) 브랜드 점포가 여럿 생겨 포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그는 "따라서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장기간에 걸쳐 '외국색'을 빼는 길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도 "한마디로 중국 내 한국 유통의 실패는 현지화의 실패"라며 "우리나라에서 월마트나 까르푸 등이 자리를 못 잡은 것과 비슷한 사례"라고 말했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뚜렷한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은,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규제가 워낙 심해 이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외국회사에 방송채널 운영권을 주지 않기 때문에, 국내 홈쇼핑 업체는 현지 기업과 합작 형태로 중국에 진출할 수 밖에 없고 프로그램 제작 등 모든 분야에서 정부의 규제를 받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워낙 중국 시장을 노리는 세계적 유통업체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고, 한국 유통업체들의 진출 시점이 늦어 좋은 장소를 놓친 점도 패인으로 꼽혔다.

이 밖에 중국 내 각 성(省)의 문화가 서로 다른 국가처럼 큰 차이가 있다는 점, 비싼 점포 임대료, 중국 경기 둔화 등도 한국 유통이 줄줄이 중국에서 그동안 고배를 마신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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