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부에 친중국 괴한 일본도 휘두르며 "통일 완수"

입력 2017-08-19 10:02  

대만 총통부에 친중국 괴한 일본도 휘두르며 "통일 완수"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대만의 친중국 인사가 난징(南京)대학살 당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도를 들고 대만 총통부에 침입, 헌병에게 흉기를 휘두르다가 체포됐다.

19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50대의 괴한이 전날 오전 타이베이 군사(軍史)박물관에 수장돼 있던 일본도를 훔쳐 인접한 총통부 출입구에서 경계 근무 중이던 헌병을 공격했다.

체포된 남성은 무직의 뤼쥔이(呂軍億·51)로 자신이 미국 정찰기와 충돌후 추락사한 중국군 조종사 '왕웨이(王偉) 열사'를 추종한 것이라며 '중국통일 조기 완수'를 다짐하는 유서를 품고 있었다.

당시 뤼 씨는 정치입장을 전하러 왔다며 총통부에 들어서려던 중에 자신을 제지하는 헌병에게 "나를 막는 누구라도 베어버리겠다"며 목과 귀 등을 찔렀으며 곧 달려온 경비병들에 의해 제압당했다.

사건 당시 총통부에서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천젠런(陳建仁) 부총통을 포함해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어린이의 날(親子日) 행사가 열리고 있었으나 별다른 영향은 미치지 않았다.

흉기에 찔린 헌병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차이 총통은 부상한 헌병을 위문했다.




체포된 뤼 씨의 품안에서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발견됐다. 그는 총통부 옥상에 올라가 중국 국기를 내걸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자신의 총통부 침입이 왕웨이의 행동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 해군항공병 조종사인 왕웨이는 2001년 4월 자신의 젠(殲)-8 전투기를 미국 해군 정찰기와 충돌시키고 추락사한 인물로 중국 당국에 의해 '열사'로 추서됐다.

그는 또 유서에 "매일 중국중앙(CC)TV의 신원롄보(新聞聯播)를 보고 갈수록 흥성하는 조국 건설에 감격했다. 시다다(習大大·시진핑의 별명)도 이번 일을 볼 것이다. 철저히 명령을 수행하겠다"고 적었다.

그는 과거 소셜미디어에 극단적인 친중국 댓글을 올린 적이 많았다. 중국 항공모함의 대만섬 포위 항해에 "위대한 중국몽 힘내라"라는 반응을,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 사망에 대해선 "너무 늦게 죽었다. 양식만 낭비했다" 등의 댓글을 올렸다.

한편 그가 군사박물관에서 훔친 일본도는 일본군이 중국 침략 기간 사용했던 무기로 드러났다. 칼에 '난징 역살(役殺) 107인'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미뤄 난징대학살 당시 중국인 107명을 참살한데 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칼은 국민당군이 1945년 겨울 허베이(河北)성에서 투항한 일본군으로부터 징발한 무기다.

문제의 일본도는 1999년에도 화제의 대상이 된 적 있었다. 박물관 경비를 서던 한 사병이 자료를 찾으러온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경찰에 체포된 이 사병은 이 일본도 원혼의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일본도가 밤에는 파란 빛을 발했다고도 했다.

대만 국방부는 군사박물관을 잠정적으로 폐쇄하고 경찰과 합동으로 도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경비 중이던 헌병이 제때 총기 사용을 하지 못하고 부상했다는 지적에 대해 헌병의 총기 사용 매뉴얼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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