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손가락 피아니스트에 뭉클한 감동…소외계층과 나눈 靑신년회

입력 2018-01-02 16:11  

네손가락 피아니스트에 뭉클한 감동…소외계층과 나눈 靑신년회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 축가 연주·노래…소외계층·장애인 등 18명 초청
이 총리 "삼삼한 행정", 이 헌재소장 "떡국은 해로운 음식"…폭소 터져
참석자들, 영빈관 앞 소망나무 앞에서 '나라답게 정의롭게' 외쳐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무술년(戊戌年) 새해의 첫 근무일인 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신년회가 열렸다.
240여명에 달하는 참석자 중 대부분은 입법·사법·행정부의 고위 공직자와 재계 대표 등 사회 지도층 인사였지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이거나 소외계층,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신년회에 초대받았다.
이날 신년회의 축가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이희아(33)씨가 맡았다. 이 씨는 선천성 사지기형 1급 장애인으로 양손에 손가락이 두 개 밖에 없고, 무릎 아래 다리도 없다.
이 씨는 피아노 연주는 물론 직접 노래까지 했다. 애초 가수 강산에씨가 노래를 부르기로 했으나 강 씨가 갑작스러운 고열로 불참하게 돼 이 씨가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넌 할 수 있어'를 불렀다.
이 씨가 "성악가인 영부인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돼 쑥스럽고 부끄럽다"며 김정숙 여사에게 "무례한 멘트지만 꼭 함께 불러달라"고 요청하자, 김 여사는 크게 웃은 뒤 이 씨의 노래를 따라 불렀고, 문 대통령도 '넌 할 수 있어'를 함께 불렀다.
이 씨가 '넌 할 수 있어'의 가사를 개사해 '넌 할 수 있어 그게 바로 대한민국 평창'이라고 노래하자 큰 박수가 터졌다.
어머니 우갑선씨와 함께 초청된 이 씨가 감동적 공연을 마무리하자 문 대통령은 무대로 다가가 이 씨를 꼭 안았고, 이 씨는 문 대통령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신년회는 '희망'과 '공감'을 콘셉트로 삼아 기획됐다. 이에 따라 이 씨처럼 장애를 지녔거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국민 18명이 초청자 명단에 올랐다.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 양승민 씨를 비롯해 다문화가족 출신 고등학생 모델인 한현민 군, 개띠 초등학생, 지진을 이겨내고 수능을 치러 대학에 합격한 포항 지역 고등학생 등이 특별초청 일반 국민으로 선정됐다.
또 중증장애인 일자리창출카페에 취업해 첫 월급을 받은 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을 포기한 홍성표 씨, 지난해 5·18 기념식 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추모편지를 낭독한 김소형 씨, 화재 현장 3층에서 뛰어내린 5세·3세 아이를 맨손으로 받아낸 정인근 소방관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물론, 국회와 정당·사법부·행정부·지자체·경제계·노동계·여성계·문화예술계 등을 대표하는 주요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초청받았다.
문 대통령 내외가 앉은 헤드테이블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이낙연 국무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한승헌 전 감사원장,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오희옥 애국지사, 이희아 피아니스트, 송기인 신부 등이 자리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 박주선 국회 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 외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정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다만, 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소속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불참했다.
재계에서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 대표와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4대 그룹을 대표하는 임원들이 초청받았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 사령관과 김병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입장하기 전 신년회장에 도착한 참석자들은 자유롭게 테이블을 오가며 인사를 나눴다.
이 총리는 재계인사들이 모여있는 4번 테이블에 가 박 경총 회장, SK 최 회장, 삼성전자 윤 부회장 등과 악수하며 인사했고, 박원순 서울시장, 브룩스 연합사령관, 문무일 검찰총장이 한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이어 문 대통령 내외가 입장하자 참석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 내외가 헤드테이블에 착석하자 국민의례가 시작됐고, 이어 국민의 목소리를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 속 국민들은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달라', '현장실습을 활성화해달라', '소외계층에 힘이 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등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쏟아냈고, 인디밴드 '레이지본'도 영상에 출연, "신나게 음악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문 대통령의 신년 인사말 후 5부 요인들이 신년인사가 이어졌다.
특히 이 총리와 이 헌재소장의 신년사에 참석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이 총리는 "연말연시에 여러 가지 뉴스가 많이 터졌는데 뉴스에 3자가 많이 들어가는 공통점이 있다"며 "지난해 우리 경제는 3%대 성장을 3년 만에 성취했다. 이 시간 현재 국민 1인당 소득은 3만 달러에서 300달러가 모자란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총리는 "올해 봄에는 3만 달러를 이룩할 것이고, 또 30년 만에 올림픽을 주최하게 됐다. 남북 대화가 3년 만에 재개된다"며 "이 뜻을 받들어 올 한해 '삼삼한' 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해 좌중에서 폭소가 터졌다.
이 헌재소장은 "어제 다들 떡국을 먹었을 텐데 떡국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음식인 것을 알고 있는가"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이어 이 소장은 "최근 떡국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등을 유발하는 위험한 음식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요 원인은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먹기 때문"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소장은 "어차피 나이를 한 살씩 드셨는데 나이를 먹게 되면 좋은 것도 있다.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고, 마음이 풍성해질 수 있다"며 "올해가 무술년인데 건강에 신경 쓰기 위해 술 없이 지내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 대법원장은 "법치주의와 정의의 원칙 실현이라는 사법부의 사명을 실현하는 데 흔들림 없도록 하겠다"며 "진정으로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권 선관위원장은 "지난해 엄중한 상황에서 대선을 성공적으로 관리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민주주의의 꽃, 축제로 만들겠다"며 "이런 축제를 통해 국운이 더 융성하고 모든 국민의 삶이 고루 향상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국회의장이 "설레는 마음으로 2018년 새해를 맞는다. 국민 모두는 이 나라가 국민에게 희망을 만들어주고 행복한 2018년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며 "국민에게 힘이 되는 내가, 우리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정 의장이 건배사로 '국민에게 힘이 되는'을 선창하자, 참석자들은 포도 주스가 담긴 컵을 들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참석자들은 떡만둣국으로 오찬을 마친 뒤 행사장 밖으로 나와 소망나무에 '소망카드'를 매달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모든 참석자가 문 대통령 내외를 중심으로 좌우로 줄을 지어 섰으며,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나라답게"를 선창하자 "정의롭게"를 외치고 함성을 질렀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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