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키부츠'로 존재감 과시 정성화…"이번엔 다이어트 안했어요"

입력 2018-03-26 07:10   수정 2018-03-26 07:15

'킹키부츠'로 존재감 과시 정성화…"이번엔 다이어트 안했어요"
남우주연상 받은 '롤라' 역으로 다시 무대에…"'한국형 캐릭터'도 만나고파"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15㎝ 힐 위에 오르는 건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워요. 사용 안 하던 근육 이곳저곳이 아프고 쑤시죠. 그래도 무대 위에 오르면 아프고 부담됐던 건 싹 잊힙니다. 제가 등장하면 관객들이 굉장히 환영해주는데, 그 에너지가 배우로서 살아있다는 기쁨을 느끼게 해줘요."
오는 4월 1일까지 3번째 시즌을 진행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드랙퀸(여장한 남자 가수) '롤라' 역을 맡은 정성화(43)는 2016년 공연에 이어 올해도 존재감을 한껏 과시했다. 그는 이 역으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커다란 몸집을 빨간 미니스커트와 높은 굽 부츠에 욱여넣은 채 노래하고 춤추는 그가 무대 위에 등장할 때마다 객석 집중도는 한껏 높아진다. 그는 과장되게 연출한 속눈썹을 깜빡이며 시종 웃음 폭탄을 안기지만, 어느새 "너 자신이 되어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친다"며 객석을 토닥이기도 한다. 말 그대로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세 시간 공연을 이끈다.
최근 공연이 열리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정성화는 "첫 공연 때는 롤라가 가진 끼나 웃음이 먼저 보였었는데, 두 번째 공연에서는 그 웃음 뒤 상처가 더 많이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여성스럽게 말하는 롤라는 언뜻 코믹하게 비치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진지하고 성숙한 매력을 발산한다. 여장 남자라는 꼬리표에 붙은 편견을 당당하게 극복하고 더 나아가 타인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안다.
"밝고 긍정적인 롤라지만 여장 남성으로서 얼마나 많은 손가락질과 상처를 받았겠어요. 그래서 공연 초반엔 롤라가 가진 유머러스한 모습이 더 강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후반부에 롤라가 지닌 아픔이 드러났을 때 관객분들이 더 짠하게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했죠."
롤라를 깊숙이 이해하게 되면서 이번에는 별도의 다이어트도 하지 않았다. 지난번 공연 때는 보다 실감 나는 드랙퀸 연기를 위해 8㎏을 감량했던 그다.
"드랙퀸으로서 예쁜 모습도 중요하겠지만 이번엔 조금 더 롤라다운 롤라를 고민했어요. 롤라라면 조금 아랫배가 나와도 개의치 않았을 것 같아요.(웃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냈을 때 더 매력적인 캐릭터잖아요. 그리고 롤라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거든요."


정성화는 '킹키부츠'뿐 아니라 다양한 대형 작품에서 러브콜이 이어지는 정상급 뮤지컬 배우다. 뮤지컬 분야 최고 배우 반열에 올랐지만 그에게도 초반 '개그맨 출신'이란 편견이 숱하게 따라다닌 시절이 있었다. 1994년 SBS 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2003년 '아이 러뷰 유' 출연으로 뮤지컬에 입문했다.
"'개그맨 출신이라 연기 못할 거야', '개그맨 출신이라 노래 못할 거야' 식의 이야기를 정말 듣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정말 노력을 많이 했죠. 개그맨 출신이라 오히려 득 본 것도 많아요. '개그맨 출신인데 잘할까?' 생각하던 관객분들이 공연이 끝나면 더 좋아해 주시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렇게 그는 꾸준히 관객들에게 신뢰를 심어줬다.
2007년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 역에 조승우와 더블캐스팅 되면서 뮤지컬 스타로 부상했고 2012년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서는 단독 캐스팅으로 10개월 대장정을 이끌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어떤 작품을 맡겨도 힘 있게 끌고 나가는 그에게 '믿고 보는 배우'란 수식어도 붙었다.
그는 향후 뮤지컬 연출이나 영화 등으로 활동 보폭을 넓힐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영화 '스플릿'(2016)에서 악역을 연기한 바 있다. 그는 특히 '뮤지컬 영화' 장르에 관심이 많다.
"영화는 꼭 다시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한 캐릭터를 열심히 만들어서 한 번에 '짠'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공연과 비슷한 것 같아요. 연출도 생각은 하고 있는데 많은 소양과 책임감을 지녀야 해서 함부로 달려들진 못하겠어요. 그래도 꿈은 꾸고 있어요."
일가를 이룬 본업에서도 여전히 이루고 싶은 꿈들이 많다.
"아예 개그맨 출신 배우로서 대극장 코미디 작품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 시종 울리는 작품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지만 '한국형 캐릭터'도 언젠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옆집 아저씨나 할아버지처럼 등장해 진짜 우리만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