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주차장 바닥에 둥지…꼬마물떼새의 안타까운 모정

입력 2018-04-30 14:39  

관광지 주차장 바닥에 둥지…꼬마물떼새의 안타까운 모정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강원도 강릉시 한 관광지 주차장에 둥지를 튼 작은 철새 한 마리가 오가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자동차가 들락거리거나 관광객이 차에 오르내릴 때마다 연신 "삑삑" 경계음을 내며 어찌할 줄을 모른다.
관광객 수가 많아지거나 가까워지면 날개를 축 늘어뜨리고, 때로는 다리를 질질 끄는 등 다친척하며 할리우드 액션까지 선보인다.
새끼가 위험에 처하면 관심을 끌어 이를 모면하려는 의태 행동이다.
이런 요란한 어미의 움직임도 자동차가 빠져나가고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 함께 조용해진다.
어른 주먹보다 작은 크기의 꼬마물떼새가 둥지를 튼 곳은 강릉의 대표적 관광지 주차장 바닥이다.
몸길이 16cm, 몸무게 0.03∼0.04kg에 불과한 흔한 여름 철새인 꼬마물떼새는 원래 하천의 자갈밭, 모래 사구, 갯벌, 하구 등에서 관찰된다.
강변에서 번식하며 산란한다. 4월 중순께부터 주로 4개의 알을 낳고 포란 기간은 약 25일이다.

이런 습성을 가진 꼬마물떼새가 관광객의 이용이 많은 주차장에서 위험한 번식에 나선 것이다.
잔돌을 깔아 만든 주차장에 작은 몸으로 돌을 옮기고 어렵사리 둥지를 만들어 알을 4개나 낳고 포란 중이다.
비가 오거나, 거센 바람이 불거나 뜨거운 햇볕이 쨍쨍 내리쫴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정성껏 알을 품고 있다.
포란 중에도 두리번거리며 사방 경계를 한시도 늦추지 않는다.
주차 차량이 뜸한 평일은 좀 덜하지만, 본격적인 행락철을 시작돼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는 주말과 휴일이면 꼬마물떼새의 경계 움직임은 더욱 빨라진다.
어미 꼬마물떼새는 차의 움직임에는 상대적으로 경계가 덜하지만 사람에게는 훨씬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관광객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경계음을 내고 빠른 발걸음으로 둥지를 벗어나 의태 행동을 하며 자신에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둥지를 보호한다.
어미가 이곳에 알을 낳은 지 30일로 10여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번식에 큰 문제는 없지만 위험은 상존한다.
다행히 최근 한 시민이 꼬마물떼새의 둥지를 발견하고 나름의 보호에 나섰다.

둥지 주변에 긴 막대를 꽂고 줄을 쳐 자동차와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에게는 오히려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위험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다.
관광객 김모(42)씨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족과 함께 내렸는데 주변에서 계속 '삑삑' 새 소리가 나 무엇인가 했는데 작은 새가 알을 품고 있는 것을 뒤늦게 알고 다른 쪽에 주차했다"라며 "새끼를 모두 부화해 행복한 가정을 이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꼬마물떼새의 포란 기간이 25일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부화까지 어미의 노력은 앞으로 보름은 더해야 한다.
부화에 성공하고도 한동안 그 지역을 떠나지 않고 새끼를 키우는 것을 고려하면 꼬마물떼새의 안타까운 모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yoo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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