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없이 생생히 보존"…北공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의 속살(종합)

입력 2018-05-25 19:49   수정 2018-05-25 19:49

"피해없이 생생히 보존"…北공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의 속살(종합)

北관계자 "개울물 한번 마셔보라"…'방사능 안전'도 거듭 강조
'주의', '3, 2, 1' 이어 '쾅'…2번갱도 폭파에 폭약 8개 심어



(풍계리·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이상현 기자 = "준비갱도들인 남쪽(3번)과 서쪽(4번) 갱도들은 이미 진행한 핵실험들에 의해 자그마한 피해도 입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생생히 보존되고 있다."(강경호 北핵무기연구소 부소장)
북한은 지난 24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취재를 위해 현지에 도착한 한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 5개국 취재진에 폭파가 예정됐던 2, 3, 4번 갱도의 입구와 내부 일부를 공개했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여섯 차례에 걸쳐 북한의 핵실험이 이뤄졌던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가 제한적이지만 국제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재덕역에서 흙길을 한시간 가량 달려 오전 8시 19분 갱도 입구에 도착한 취재진은 먼저 강 부소장으로부터 30분가량 브리핑을 받고 2번(북쪽) 갱도를 참관했다.
2번 갱도는 북한의 지난 2∼6차 핵실험이 이뤄진 곳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의 핵심 시설로 꼽힌다.
북측이 노란색 안전모를 나눠주고 의료 관계자가 구급약 박스를 소지하고 있었으나 '방사능 누출'을 우려하는 물음에 관계자는 '아무 문제 없다'고만 답했다.
취재진이 찾은 2번 갱도는 폭 2m, 세로 2.5m 규모였다. 갱도 앞에는 북한 병사가 서 있었고 두터운 아치형 철문을 열자 바닥에는 자갈이 깔렸었다. 갱도 내부는 비교적 어두컴컴했다.

입구에서부터 2m 정도 들어가자 폭약이 설치되어 있었다.
갱도는 약 5m 지점부터는 막혀 있었고, 이에 대해 북측 관계자는 "원래는 뚫려 있었는데 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이어 곧바로 4번(서쪽) 갱도를 답사했다. 4번 갱도는 굴착을 잠시 중단했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재개한 것으로 북한으로서는 '미래핵'을 위해 활용 가능한 시설로 평가됐다.
4번 갱도는 문은 목재로 되어 있었고, 내부는 벽면과 천장까지 통나무로 이뤄졌다. 4번 갱도는 안쪽 20m 정도 지점에서 막혀 있었다.
통로 안에는 폭약선이 거미줄을 친 듯했다. 북측 관계자는 폭파 방법에 대해 "내부부터 폭파한 뒤 입구를 마지막에 폭파해서 완전히 막는다"고 설명했다.
4번 갱도 맞은편에는 2번 갱도 공사를 하면서 밖으로 나온 돌들을 7∼8m 정도의 높이로 쌓아 놓았다.
2번과 4번 갱도의 답사를 마친 뒤에는 2번 갱도 폭파가 진행됐다.




'촬영 준비됐나', '촬영 준비됐다', '주의', '3, 2, 1'과 같은 대화·경고를 주고받자 폭파가 이뤄졌다. 핵실험장을 둘러싼 만탑산을 흔드는 묵직한 굉음과 함께 갱도 입구에 있는 흙과 부서진 바위가 쏟아져 나왔다. 입구 쪽에서 첫 폭음 이후 안쪽으로 들어가며 2번 정도 폭음이 다시 울렸다.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는 "오전에 예견했던 북쪽 갱도 입구와 측정실 폭파가 아주 성과적으로 끝났다"며 "전문가에 따르면 폭발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갱도 입구는 완전히 막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벽에 다이너마이트를 박고 무너지도록 했다. 총 8개의 폭약을 심었다"고 설명했다.
2번 갱도 폭파 직후 일부 기자들은 다가가 현장을 답사했다. 흙과 바위 조각이 무너져내리면서 입구는 완전히 봉쇄된 상태였다. 바로 옆의 관측소도 문틀 등 일부만 남고 목재 조각만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하지만 관측소 뒤편 기자단을 위해 만들었다는 화장실은 건재했다.
취재진은 샌드위치와 과일로 점심 식사를 마치고 3번 갱도를 참관했다. 북측 관계자는 "3번 갱도는 2번 갱도에서 핵시험을 해도 건재했다. 가장 강력하고 크다. 더 큰 폭발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얇은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내부는 20㎝ 두께의 벽으로 이뤄져 있었고 흙과 자갈로 이뤄진 바닥에는 폭약 설치 케이블이 보였다.
갱도 입구 위쪽에는 나무로 건축된 관측소가 있었으나 창문과 문이 잠겨 있어 내부는 볼 수 없었다.

동행한 북측 매체 관계자는 3번 갱도 앞 개울에서 남측 취재진에 개울물을 마셔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파는 신덕샘물이 PH(산도) 7.4인데 이 물은 PH 7.15로 마시기 더 좋다. 방사능 오염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점심 식사중에는 군 막사에 있던 '제비집'에 취재진이 관심을 보이자 북한 관계자가 "그만큼 방사능이 없다는 얘기다. 개미도 방사능에 민감한데 (이곳에) 엄청 많다"며 '방사능 안전'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4번과 3번갱도, 생활건물, 관측소, 막사 등을 잇따라 폭파한 뒤 북측 관계자들이 무전으로 서로 '모두 성과적으로 끝났다', '축하한다'라는 인사를 주고받기도 했다.



강 부소장은 취재진 대상 브리핑에서 특히 "남쪽 갱도는 두개의 가지 갱도로 되어 있는데 핵실험들을 단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된 갱도"라며 "서쪽 갱도는 위력이 매우 큰 핵실험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특별히 준비해 놨던 갱도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의 측정 자료에 의하면 방사선물질 유출은 전혀 없으며 주위 생태환경도 아주 깨끗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갱도 폭파 방식에 대해서는 "갱도 내부의 여러 지점에서 폭파시켜 붕락시키며 갱도 입구도 역시 폭파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에 갱도 입구뿐만이 아닌 내부까지 폭파시키는 방식을 취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장 폭파 과정에서 산등성이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입구 주변만 무너져 내리는 등 정확한 판단에는 추가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강 부소장은 또 "핵시험장을 폐기할데 대한 결정이 발표된 이후 첫 단계로 모든 시험준비들과 공사를 즉시 중단했다. 다음 단계로 시험수단을 해체, 철수했고 시험 설비와 케이블류, 정보통신 및 동력 계통(장비)과 연구사들도 모두 철수했다"고 사전 준비작업을 설명했다.
이날 1차 핵실험을 진행한 1번 갱도 폐기는 진행하지 않았는데, 북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 "1번 갱도는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많이 무너져 내려 없앴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 원산역을 출발해 약 11시간을 열차로 달려 이날 오전 6시 15분 길주 재덕역에 도착한 취재진은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21㎞를 앞두고 7시 17분 승합차에 옮겨탔다. 수송차 대열 끝에는 환자 수송용 응급차량도 별도로 마련됐다.
차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은 수목이 울창해 수려했지만 6분가량 달리자 이내 군 초소가 보이기 시작하며 긴장감이 높아졌다. 흰색 페인트칠 된 건물이 언뜻언뜻 보였지만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듯했다.
북측은 길주 재덕역에서 핵실험장까지는 취재진의 사진을 금지했다. 일부 취재진이 사진을 촬영했다가 삭제 요구를 받기도 했다.
hapy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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