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Q 음악, 흥인지문과 DDP가 공존하는 현대를 닮았죠"

입력 2018-09-28 17:29  

"NEQ 음악, 흥인지문과 DDP가 공존하는 현대를 닮았죠"
유럽 재즈 명가 ECM에서 3집 발매
10월 26∼28일 세종문화회관서 단독 공연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동대문에 나가면 흥인지문이 우뚝 서 있고 중국인 관광객과 미래적인 건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섞여 있잖아요. 저희 음악도 그렇습니다. 안 어울릴 것 같은 게 공존하는 사회를 표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습니다."
밴드 니어 이스트 쿼텟(The Near East Quartet·NEQ)은 28일 서울 마포구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3년 만의 신보 '니어 이스트 쿼텟'을 이렇게 설명했다.
NEQ는 대중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소위 선수들 사이에선 이름난 팀이다. '우리의 소리'를 고민하던 색소포니스트 겸 작곡가 손성제와 기타리스트 정수욱이 의기투합했고, 여기에 베이시스트 이순용과 국악 타악기 연주자 김동원이 합류해 1집 '카오스모스'를 낸 게 2009년이었다. 탈 장르적인 스타일로 한국 재즈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집 '패싱 오브 일루전'(2015)은 팀에 중대한 변곡점이 됐다. 재즈에 국악 소리꾼 김율희의 목소리를 창조적으로 결합한 앨범은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상을 받았다. 세계적인 독일 음반사 ECM 대표 만프레드 아이허한테서 "우리와 손잡고 앨범을 내자"는 제안까지 날아들었다. 아이허는 ECM 프로듀서이자 지휘자 정명훈 아들인 정선으로부터 앨범을 소개받았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ECM을 통해 전 세계에 발매된 3집은 그렇게 탄생했다. ECM에서 한국 뮤지션들만 참여한 음반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드러머 서수진을 비롯해 앨범 녹음 뒤 그룹을 나간 김율희를 대신해 김보림(소리·징)이 합류했다.
손성제는 "ECM는 저희에게 성지(聖地)와도 같은 레이블이다. NEQ를 처음 시작할 때 정수욱 씨와 '데모 CD라도 보내볼까?', '아니야 거기 데모 CD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대'라고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거기서 앨범을 낸다는 건 환상이나 꿈 같은 일이었고, 그래서 도전할 생각도 안 했다"며 "그래서 처음 전화를 받고는 감동해서 울먹울먹했다"고 털어놨다.



NEQ는 이날 3집 가운데 '바람', '갈까부다', '파도', '진양' 4곡을 연주했다.
'바람'은 국악에 기반을 둔 드럼과 퍼커션 리듬 위에 춘향이 이몽룡에게 보내는 편지를 내러티브 형식으로 차용한 곡이다. 역시 판소리 '춘향전'에서 모티브를 따온 '갈까부다'는 색소폰과 기타 사운드가 현대적인 처연함을 자아낸다.
곡을 쓴 손성제는 연세대 작곡과에서 클래식을,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재즈를 공부해 서양 음악에 뿌리를 뒀지만 국악을 다루는 게 어색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양 음악을 오래 해왔지만, 한국인으로서 동양 음악 역시 제 뿌리의 큰 부분입니다. 서양 음악이 '채움'에 관한 철학이라면 저희는 '비움'에 중점을 뒀어요. 화성적인 접근을 최대한 배제하고 여러 가지 선율이 어우러지는 그림을 그렸어요. 그림에 비유하면 서양화는 구도를 잡은 뒤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채워나가잖아요. 반면 동양화에서 난(蘭)을 칠 때는 선이 하나가 되고,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며 작품이 되죠. NEQ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난의 선이라고 생각해요."



NEQ 표현대로라면 '파도'는 듣기 쉬운 곡이다. 남도민요 '뱃노래'를 요즘 식 다이내믹한 리듬과 사운드 이펙터의 전자음으로 화려하게 재구성했다. 규칙성도 있다.
손성제는 "앨범에 너무 선(線)적인 것만 있으면 지루할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리듬감 있게 만들었다"며 "현대인은 출퇴근하는 규칙적인 삶을 산다. 규칙에 익숙해지다 보니, 불규칙한 리듬이 나오면 불편해하고 못 견디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가는 게 힘들면서도 즐겁다고 했다.
서수진은 정통 재즈를 연주할 때와 드러밍에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칠 때마다 다른 것 같다. 연습할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하자'는 큰 틀만 짜놓을 뿐, 나머지는 (손성제 정수욱이) 항상 다르게 연주하는 편이다. 한 번도 예상한 걸 하는 경우가 없어서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답했다.
김보림은 "사실 우리가 하는 음악은 저희에게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처음이다. 저만 생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각오로 감각을 깨우는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재즈에 기반을 둔 다른 멤버들과 달리 국악 판소리를 전공한 그는 "전 판소리 전공자로서 여기 존재하는 게 아니다. 보컬리스트로서 할 수 있는 여러 형태를 찾고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과정"이라며 "제가 조금만 한계를 터놓고 자유로워지면 관객들도 이질감을 덜 느끼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밴드 내 불협화음이 없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멤버들은 서로 쳐다보며 빙그레 웃음 지었다.
손성제는 "항상 불협화음이 있다. 기본적으로 축적된 분노가 있는 것 같다. 술자리에서 저더러 독재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하지만 연주를 이렇게 잘할 사람이 없으니 대안을 못 찾아서 계속 가는 것 같다"고 애정을 담아 말했다.
정수욱은 지난해 11월 ECM 앨범 녹음을 앞두고 손성제와 다툰 일화를 소개하며 "그래도 손성제와 같은 리더와 작곡가 중요하다. 전 이것보다 이상한 밴드도 많이 해봤다. 이 정도 불협화음 없는 밴드는 없다"고 거들었다.
니어 이스트 쿼텟은 다음 달 26∼2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개관을 기념해 단독 콘서트를 연다.
티켓은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R석 4만원, S석 2만원.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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