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재산 숨바꼭질…옷장 뒤지자 억대 수표뭉치 '툭'

입력 2018-12-05 12:00  

체납재산 숨바꼭질…옷장 뒤지자 억대 수표뭉치 '툭'
타인 명의 대여금고에 현금·수표 숨겨…탐문·잠복 끝에 추징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A씨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덕에 수억원의 매매 차익을 남겼다. 부과된 양도소득세도 당연히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세금을 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려면 부동산을 팔아 받은 26억원 중 담보대출금 9억원을 제외한 17억원을 과세당국 몰래 빼돌려야 했다.
우선 수표로 받은 돈을 현금으로 바꾸기로 했다. 다만 금액이 너무 커 국세청의 추적이 걱정이 됐다.
그는 다소 힘이 들더라도 수표를 조금씩 현금으로 바꿔 숨기는 '꼼수'를 생각해냈다.
그는 17억원을 무려 88회에 걸쳐 조금씩 현금으로 교환했다. 그가 직접 발품을 팔아 돌아다닌 은행만 44곳에 달했다.
국세청은 이런 은닉 정황을 포착, 체납액 추징을 위한 전격 가택 수색을 벌였지만 찾으려고 했던 현금은 나오지 않았다. 체납재산 숨바꼭질은 쉽게 끝나지 않는 듯했다.
국세청은 주변 탐문 조사까지 촘촘히 벌였고 마침내 그가 사위 명의로 은행에 대여금고를 개설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근거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대여금고에서 현금 1억6천만원과 미화 2억원을 추징하는 데 성공했다.
과세당국의 끈질긴 압박에 A씨도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그는 나머지 체납액을 자진납부했다. 이렇게 걷은 체납액은 총 8억3천만원에 달했다.
국세청이 5일 공개한 고액체납자 재산 추적 사례에는 체납자의 뻔뻔한 꼼수와 이를 잡아내기 위한 과세당국의 끈질긴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B씨는 수십억원의 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타인의 삶'도 감수했다. 그가 사는 강남의 고급 아파트, 재산을 보관한 대여금고 모두 다른 사람의 명의였다.
국세청은 좀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그의 재산을 추적하기 위해 수차례 탐문 조사를 반복했다.
그가 실제 사는 것으로 의심되는 아파트에서는 잠복 조사도 벌였다. 그의 차량이 드나드는 것을 확인해 이곳이 실거주지라는 '심증'을 '확신'으로 굳힐 수 있었다.
결국 국세청은 B씨의 실거주지와 제3자 명의의 대여금고에서 현금 8억8천만원과 1억원 상당의 명품시계 3점을 압류했다.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버티던 C씨는 부동산을 팔아 남긴 수익 10억원을 여러 계좌를 통해 수십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자금 추적을 피했다.
이런 정황을 확인한 국세청은 가택 수색을 벌여 옷장 속 양복 안에서 수표 180매(1억8천만원)를 찾아냈다. 지갑에서 대여금고 비밀번호 쪽지와 보안카드를 발견해 5억여원을 추징하는 성과도 냈다.


증여세를 체납한 D씨의 장롱에서는 현금 8천만원과 수표 1억8천만원이 쏟아졌다. 조카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에 숨겨둔 2억5천만원도 들통이 났다.
E씨는 거실에 비밀 수납장까지 만들어놓고 재산을 은닉했지만, 과세당국의 감시망을 피하지 못했다. 비밀 수납장에서는 현금 7천만원과 1억6천만원 상당의 골드바, 명품시계가 가득 담겨있었다.
국세청은 체납자가 강하게 저항하면 현관문이나 장롱 등을 강제로 열어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기도 했다.
일부 체납자는 은닉한 돈다발이 들통나자 "빚진 것(체납액)만 가져가라"며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자의 숨긴 재산을 추적하는 데에는 국세청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발적 신고도 필요하다"며 "은닉재산을 제보해 세금 추징에 도움을 주면 징수금액의 5∼20%를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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