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 '켈로부대' 참전용사 할머니의 힘겨운 설

입력 2019-02-02 08:00  

6ㆍ25 '켈로부대' 참전용사 할머니의 힘겨운 설
한달 30만원으로 생활하는 극빈층 참전 유공자들…"시민들 관심과 도움이 절실"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경기도 동두천시에 사는 김모(85)할머니는 6·25 전쟁 참전 유공자다. 여성 유공자 중에는 드물게 배우자가 아닌 본인이 직접 전쟁터에서 활약했다.
6·25 전쟁 당시 인민군 대장이었던 사촌이 김씨를 인민군에 끌고 가려 하자 국군인 삼촌이 그를 군 간호병으로 입대시켜 1951년 6사단에 입대했다.
복무 중 강원도 양구에서 부대원들이 포로가 되며 부대가 와해된 후 김씨는 백골부대를 거쳐 북파 공작 첩보부대인 켈로부대에 입대해 구월산에서 3개월간 훈련을 받았다.
북한 지역으로 침투해 첩보수집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기하던 중 휴전으로 전쟁이 끝났다. 켈로부대 훈련 중 폭탄 파편에 다친 부위에는 지금도 혹이 있고, 비만 오면 욱신거린다.
입대한 지 68년이 지난 2019년 2월. 설을 앞둔 김 할머니의 삶은 피땀 흘려 싸운 과거의 노고와 비교해 너무나 힘겹다.

돌봐줄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김씨는 지인 소유의 건물 한쪽의 작은 방에서 홀로 살고 있다. 췌장암 수술을 받은 후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전이돼 더 손을 쓰기 어려운 상태다.
김씨를 돌봐온 경기북부보훈지청 관계자는 "지난달 말 설을 앞두고 찾아뵀을 때 배에 복수가 차고 거동도 불편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기북부 보훈지청에 따르면 김씨 같은 극빈층 국가 유공자는 경기북부 관내에만 630여명이나 된다. 이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홀로 살며 경제적 뿐만 아니라 정서적 어려움도 겪고 있다.
포천시에 사는 이모(83) 할아버지도 이런 극빈층 유공자 중 한명이다. 이씨도 6ㆍ25 전쟁때 노무자로 군에 복무했다.
홀로 지내온 이씨는 어느 순간부터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 강박증' 증세를 보이게 됐다. 쓰레기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던 이씨의 집을 안타까워한 보훈지청과 지자체에서 지난해 이씨를 간신히 설득했다. 인근 2군 지대 95 정비대대 장병들 10명이 손을 보태 종일 쓰레기를 나른 후에야 이씨의 집은 집 모양을 갖추게 됐다.


고령인 이들은 대부분 별다른 직업이 없다. 유공자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월 30만의 명예 수당과 기타 연금이 수입의 전부다.
경기북부보훈지청에서는 이들의 최소한의 복지와 생계를 위해 돌봄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53명의 '보훈 섬김이'가 매주 유공자들을 찾아가 가사,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명이 매일 10명이 넘는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일이 쉽지 않다. 이마저도 국가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어려움이 많다. 보훈지청 관계자는 "건강과 생명마저 위험한 고위험군의 사각지대는 없어지고 있지만, 필요한 만큼의 지원은 예산의 한계로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웃의 온정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훈지청도 이를 적극적으로 독려한다. 특히 선배들을 위한 현역 군인들의 지원이 눈에 띈다. 최근에는 국방시설본부 경기북부시설단에서 선배들을 위해 마음을 모아 고양지역 참전 유공자들에게 후원 물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최소한의 예우를 갖추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보훈지청 관계자는 "국정 과제인 따뜻한 보훈을 실현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최소한의 보람과 명예를 느끼며 살기 위해서는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jhch79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