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국립 배드민턴 박물관'이 있다

입력 2019-03-10 07:03  

영국에는 '국립 배드민턴 박물관'이 있다
전 협회장이 자원봉사자…밀턴케인스에 각종 자료 전시


(밀턴케인스=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영국에는 '국립 배드민턴 박물관'이 있다.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배드민턴 선수권대회인 전영오픈을 개최하는 나라다.
지난 6일 영국 버밍엄의 아레나 버밍엄에서 개막한 전영오픈은 올해로 109회째를 맞았다.
영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배드민턴협회도 있다. 1893년 9월 13일 설립된 배드민턴협회다.
당시 잉글랜드 전역에 있던 배드민턴 클럽들이 영국 햄프셔의 사우스시에 모여 통일된 규정을 논의한 것이 시초다.
배드민턴협회는 1934년 '잉글랜드 배드민턴협회'로, 2004년에는 다시 '배드민턴 잉글랜드'로 이름을 바꿨다.
사무국 건물은 여러 도시를 거쳐 1980년 런던과 버밍엄 사이에 있는 도시 밀턴케인스에 정착했다.
밀턴케인스에 마련된 사옥은 1986년 협회 사무국뿐 아니라 배드민턴 훈련 시설, 클럽 시설이 한 데 모인 '내셔널 배드민턴 센터'로 거듭났다.
국립배드민턴박물관은 이 내셔널배드민턴센터 안에 있다.


8일(현지시간) 버밍엄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밀턴케인스에 도착했다. 역에서 걸어서 20분 정도를 가면 조용한 마을 안에 자리 잡은 내셔널배드민턴센터를 찾을 수 있다.
박물관은 센터 2층에 있다. 사실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홀에서 사무실로 이어진 통로를 개조해 각종 전시품으로 꾸민 작은 방이다. 관람료도 따로 받지 않는다.
이 방에는 배드민턴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오래된 용품과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 배드민턴 경기 사진을 보면 남자 선수들은 정장 상의와 바지, 벨트까지 하고 라켓을 휘두르고 있다. 여자 선수들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를 입고 경기를 하고 있다.
격식 있는 차림을 하고 있지만, 사진 속 선수들의 역동적인 스매시 동작은 지금 선수들의 스매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무로 된 라켓에서 카본 기술을 접목한 최신 라켓까지 배드민턴 라켓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공간도 있다. 그 옆에는 셔틀콕의 발전 과정이 늘어져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전시 규모가 크지는 않다.
대신 자원봉사자들이 방문객들에게 밀착 설명을 해주며 이 작은 박물관의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든다.
빌 앤드루(83), 브렌다 앤드루(80) 부부는 이 박물관에서 일주일에 세 번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알고 보니 이들은 배드민턴 선수 출신이다.
브렌다 앤드루 씨는 선수 시절 전영오픈에 출전한 적도 있다며 "정상급 바로 밑 정도 수준의 선수였다"고 밝혔다. 또 최근까지 시니어 선수로 뛰었다고 덧붙였다.
역시 배드민턴 선수 출신인 빌 앤드루 씨는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에게 '배드민턴 전설' 박주봉 현 일본 대표팀 감독을 잘 알고 있다며 반가워했다.
이날 박물관을 방문한 한국인 일행 중 전영오픈에서 3차례 우승한 하태권 요넥스 감독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기념사진과 방문록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시품과 각종 사진에 대한 설명을 해주던 앤드루 부부는 "더 특별한 것을 보여주겠다"며 방문객들을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사무실 벽에 늘어선 철제 캐비닛 문을 열자 가지런하게 진열된 오래된 라켓들이 나왔다.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진 희귀 라켓들이다.
그중에는 브렌다 앤드루 씨가 실제 선수 시절 사용한 라켓도 있었다. 또 1800년대 라켓과 인도에서 온 어린이용 라켓도 보관돼 있었다.
앤드루 부부는 방문단이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휴게실에서 간단한 음식을 먹고 있을 때도 곁에 다가와 주변에 걸린 배드민턴 포스터들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그들은 대화 중 "아들도 이곳에서 일하고 있고, 뉴질랜드에서 배드민턴 지도자를 한 적도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의 아들 마틴 앤드루 씨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약 6년간 배드민턴 대표팀 코치로 활동하다가 2016년 배드민턴 잉글랜드로 복귀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빌 앤드루 씨는 배드민턴 잉글랜드의 전 회장이자 명예 평생 부회장이라는 것이다.
또 앤드루 부부는 모두 전영 시니어 오픈 선수권대회에서 수차례 타이틀을 거머쥔 실력자들이다.
영국의 유명한 배드민턴 가족이 평범한 자원봉사자를 자처하며 방문객과 소통하는 것이 배드민턴 박물관의 최대 매력이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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