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여성사전시관장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 존재 알리고 싶다"

입력 2019-04-04 09:01  

국립여성사전시관장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 존재 알리고 싶다"
기계형 관장 "특별전'은 한국여성독립운동사 한눈에 조망"
유물과 자료, 영상 등 전시할 국립여성사전시관 건립 시급



(서울=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 "독립운동사는 전투, 독립전쟁, 요인 암살과 처단 등 군사적 측면에 치우친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성독립운동가의 다양한 활약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요. 여성독립운동가들은 남자현, 박차정과 같이 의열단 및 의용대 등 군사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분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 시기와 지역에 따라 그 형태가 다양합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27일 개막해 오는 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는 '여성독립운동가 특별기획전' 서울전을 주관한 기계형 국립여성사전시관장은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독립운동가들은 조국독립을 위해 중국, 시베리아 연해주, 미주 지역 등지에서 동지와 군자금을 모았습니다. 그분들은 임시정부 살림을 도맡았고 첩보 활동과 임정 요인을 돌봤습니다. 남편을 옥바라지하며 아이들을 키웠고 광복을 위해 총포를 들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전시는 '반쪽의 독립운동사'에 여성독립운동가의 숭고한 정신을 채워 '온전한 독립운동사'를 쓰기 위해 마련했다"고 의미 부여했다.
조국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서울대 서양사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여성사학회 연구이사, 사단법인 역사·여성·미래 상임대표, 국제여성박물관협회(IAWM) 집행위원 겸 아시아 대표를 맡는 등 지난 10여년간 한국 여성사를 연구한 대표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여성사박물관 건립 운동도 펼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시회를 개최하게 된 이유는
▲ 올해가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년을 맞는 해이다. 이에 맞춰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국립여성사전시관이 있는 고양에서 지난달 7일 독립운동가 유물을 중심으로 여성독립운동가 특별기획전을 개막했고, 더 많은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같은 달 27일부터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공동으로 여성독립운동가 특별기획전 서울전을 열게 됐다.


--이번 전시회의 의미는
▲ 1895년부터 1945년까지 여성독립운동사를 시기와 지역에 따라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안에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위상과 역할을 드러내고자 했다. 한국독립운동사에서 공백으로 남아있는 분야가 여성독립운동가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독립운동사는 전투와 요인 암살 등 군사적 측면이 강조된 점이 있다. 그래서 여성독립운동 조직과 운영, 임시정부 살림, 첩보 활동을 비롯해 남편 옥바라지와 생계유지, 임정 요인 돌봄 등 여성독립운동가의 역할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어떤 부분에 역점을 뒀나
▲ 세 가지에 역점을 뒀다. 첫째 최대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을 한 공간에 전시하려고 했다. 그래서 357인의 여성독립운동가 중 224명의 사진 자료를 합성해 단체 사진을 만들었다. 둘째는 '만남'을 키워드로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자 했다. 청소년 및 청년세대들이 참여한 UCC공모전, 그림공모전, 3.1운동의 전통을 계승하는 광주 수피아여고 등 전국의 여학교를 돌며 만든 메이킹 필름을 이번 전시에 녹여내고자 했다. 셋째는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유물수집, 발굴, 연구, 교육을 할 수 있는 기초자료들을 체계적으로 모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었다.
--준비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 여성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복영 지사의 아들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최선화 지사의 딸 양제경, 민영주 지사의 아들 김홍규, 오희옥 지사의 아들 김흥태, 오광심 지사의 아들 김일진, 이국영 지사의 딸 민유식 등 많은 후손이 유물을 기증하거나 제공해 줬다. 이번 전시회에 많은 도움이 됐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여성독립운동가 유물은 매우 소박해 그냥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그 유물에 얽힌 사연을 들으면 다시 보일 것이다. 최선화 지사의 뜨개바늘, 오광심 지사의 충칭을 향해 가는 중에 쓴 시, 지복영 지사의 손수 만든 앨범 등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일상생활과 광복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어려웠던 점도 있었다. 행사준비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작년 말부터 준비해 지난 2월 357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달력을 만든 데 이어 3월 고양전과 서울전을 잇달아 준비하다 보니 어려움이 컸다.
--일반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여성독립운동가 특별전은 일반 전시회와 다르다. 역사적 교훈의 장이다. 여성독립운동가 한분 한분의 삶과 숭고한 뜻을 되새기고 오래오래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그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광복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여성독립운동사 사상 처음으로 여성독립운동가 224명이 한자리에 모인 합성 단체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도 130여명이 이 사진에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 그분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어떤 곳인가
▲ 남녀 양성평등 역사문화의식 확산을 위해 2002년에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되었다. 그러나 독립된 건물 없이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 1층 일부와 2층에 세 들어 살고 있다. 공공건물에 있다 보니 주말이나 공휴일 전시관 운영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자체 건물 건립이 시급한 이유다.
또 살림살이도 열악하다. 여가부에서 1년에 약 4억5천만원의 예산을 타다 사용한다.
국립임에도 예산이 중앙국립박물관의 1%,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3%에도 못 미친다. 여성독립운동가는 국립여성사전시관의 가장 중요한 콘텐츠이지만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여성독립운동가 관련 유물을 체계적으로 수집, 발굴, 연구, 교육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산하기관이 아닌 특수법인이 돼 독립 공간이 확보되고 자체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을 계기로 국립여성사전시관이 '국립여성사박물관'으로 확대발전 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 주기 바란다.
j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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