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200만마리 살처분 계획 호주 "미워서 그러는건 아냐"

입력 2019-04-27 09:22  

'길냥이' 200만마리 살처분 계획 호주 "미워서 그러는건 아냐"
"멸종 위기 토종 야생동물에 위협" vs "살처분 과학적 근거 미약"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호주가 '야생 고양이와 전쟁'을 선포하면서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호주 정부는 내년까지 야생 고양이 200만 마리를 살처분한다는 계획이다. 호주 전체 야생 고양이는 최소 200만, 최대 600만 마리로 추정된다.
퀸즐랜드주는 야생 고양이 한 마리당 10호주달러(약 8천200원)의 포상금까지 걸었다.
호주가 이렇게 고양이를 잡는 데 혈안이 된 것은 왜일까.
미국 CNN은 26일(현지시간) 호주와 이웃 뉴질랜드가 벌이는 고양이와의 전쟁을 소개했다.
이들 나라가 야생 고양이를 '공공의 적'으로 여기는 것은 토종 야생동물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호주의 고양이들은 17세기 무렵 유럽에서 온 정착민들과 함께 호주 대륙에 들어온 후 개체 수가 급증했다.
야생 고양이도 집고양이와 같은 종이지만 버려지거나 길잃은 고양이들이 야생에 정착하면서 생존을 위해 사냥에 나서게 됐다.
호주 환경에너지부의 멸종위기종 담당관인 그레고리 앤드루스는 현지 언론에 고양이가 호주에서 포유류 20종을 멸종위기로 몰아넣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호주에 서식하는 포유류의 80%와 조류의 45%는 지구상 다른 곳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토종동물인데 고양이가 이들에게 최대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호주 환경에너지부 대변인은 연구 결과를 인용해 고양이가 매일 호주 전역에서 야생 조류 100만 마리와 파충류 170만 마리를 죽인다고 말했다.
고양이 먹잇감 신세가 된 야생동물 중엔 호주 정부가 멸종 취약종으로 분류한 붓꼬리토끼쥐나 황금반디쿠트 등도 있다.
앤드루스는 "우리가 고양이를 미워해서 도태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사랑하는 그리고 호주라는 나라를 규정하는 동물을 살리기 위해 내려야 하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뉴질랜드에선 더 나아가 애완 고양이마저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뉴질랜드에선 키위를 비롯한 다양한 조류가 포식자 없이 지내왔는데 고양이를 비롯해 쥐, 담비 등이 이 새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엔 뉴질랜드 남부 오마우이가 주민들이 새 애완 고양이를 들이는 것을 금지하려다 결국 무산되기도 했다.

고양이 살처분 계획은 호주 내에서도 반발이 크다.
호주 정부가 지난 2015년 살처분 계획을 처음 밝혔을 땐 의외로 환경 보호론자들이 반론을 제기했다.
환경보호 생태학자인 팀 도허티 호주 디킨대 교수는 길고양이가 호주 토종동물에 큰 타격을 주었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살처분의 과학적 근거는 미약하다고 주장한다.
일단 200만 마리 살처분이라는 목표 자체가 호주 전역의 길고양이 수에 대한 부풀려진 통계에 기반을 둔 것인 데다 야생동물 서식지를 고려하지 않고 고양이를 무작위로 죽인다고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도시화나 벌목, 채굴로 인한 야생동물의 서식지 감소와 같은 더 민감한 원인은 건드리지 않은 채 고양이에게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도허티 교수는 CNN에 "고양이는 단지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수단일 가능성도 있다"며 "보다 포괄적으로 접근해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는 다른 요인들에도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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