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국70년] ③불평등 심화에 사회주의 강국 꿈 무색

입력 2019-09-29 12:00   수정 2019-09-29 13:29

[신중국70년] ③불평등 심화에 사회주의 강국 꿈 무색
빈부격차 미국만큼 심해져…농촌은 도시 3분의 1 소득
기술 발달로 통제 더 심해진 '빅 브러더' 사회 현실화
홍콩 시위·대만 독립세력 등 '하나의 중국' 문제 골치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 공산당이 1949년 중화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수립한 이후 기적 같은 고속 성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그 대가도 컸다.
빈부 격차는 갈수록 심해져 사회주의 강국을 세운다는 명분을 무색하게 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광장 유혈진압 이후 민주화의 시계는 거꾸로 갔으며 특히 시진핑의 집권 이후 통제는 더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홍콩의 반(反)중국 시위 장기화와 대만 독립세력의 득세로 수십년간 고수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도 흔들리고 있다.

◇ 지니계수 0.468로 3년째 상승…미국 버금가는 불평등

중국은 명색이 사회주의 국가지만 빈부 격차는 웬만한 자본주의 국가보다 심해졌다.
불평등의 척도로 가장 널리 쓰이는 지니계수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완전한 평등 상태가 0이며 한 사람이 모든 소득을 가져가는 것을 100으로 한다.
유엔은 지니계수가 0.40보다 높으면 그 나라의 소득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징후로 본다. 중국의 지니계수는 이 수준을 훌쩍 넘어 0.50에 가까워졌다.
글로벌 데이터회사 CEIC가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지니계수는 2008년 0.491로 정점에 올랐다가 2015년 0.462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 2018년 0.468까지 높아졌다.
이 같은 빈부격차는 사회 안정을 위협한다. 아울러 부진한 투자 대신 소비를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으려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 요소가 된다.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연구에서 중국의 상위 10%의 소득 비중은 1978년 27%에서 2015년 41%로 높아졌지만, 하위 50%의 비중은 같은 기간 27%에서 15%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피케티는 "중국의 소득 불평등이 빠르게 높아져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빈부 격차가 커지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지난 몇 년간 더 심해진 부동산 거품이다. 미친듯한 주택 가격 상승의 혜택은 집을 소유한 상위층에 돌아갔다.

베이징, 상하이 같은 거대도시 외에 다른 도시들도 주택 가격이 세계적 수준으로 뛰었다.
푸젠성 샤먼 시내의 아파트 가격은 런던의 평균 집값과 비슷하게 비싸지만, 이 지역의 평균 임금은 런던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알리바바의 본거지인 항저우의 주택 가격은 아마존의 본사가 있는 시애틀과 맞먹는다.
경제 안정을 위해 부동산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정부가 뒤늦게 집값을 잡기 위한 조치를 내놨지만,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은 지난해 사상 최고를 찍었다.
하늘을 찌르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중국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92%로 10년 전의 30%에서 폭등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달 중국 가계부채가 너무 높아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이 먹히지 않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빈부격차의 또 하나의 큰 원인은 도시와 농촌의 넓은 간극이다.
2018년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는 거의 3배로 40년 전 개혁개방 시작 때보다 벌어졌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 주민의 1인당 평균 가처분 소득(중위소득)은 3만6천413위안(약 614만원)이었지만, 농촌 지역은 1만3천66위안에 그쳤다.
급격한 도시화에도 중국의 농촌 인구는 여전히 전체 인구 14억의 절반에 가깝다.
이 때문에 시진핑 국가주석도 농촌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부의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것은 교육이다. 농촌에서는 교육에 대한 접근이 더욱더 힘들다.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농민공들의 자녀들은 농촌에 남겨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른바 '남겨진 아이들'은 6천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태어날 때부터 도시 주민과 농촌 주민을 엄격히 나눈 후커우(호구) 제도도 큰 문제로 꼽힌다.

◇ 얼굴인식·AI 이용해 14억 철통 통제


인터넷 같은 기술로 중국에서도 민주주의와 자유가 확대할 것이라는 믿음과 달리 중국은 오히려 이런 기술을 이용해 14억 인구에 대한 통제를 철통같이 강화한 '빅 브러더' 사회가 되고 있다.
중국은 방대한 국가적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얼굴인식과 인공지능(AI) 같은 기술로 14억 인구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인터넷 이용부터 통신, 여행 등 모든 행동이 정부의 눈을 피하기 힘들다.
중국에 있는 감시카메라는 약 2억대로 미국의 4배에 이른다. CCTV 수는 2022년에는 6억대를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 있다.
거미줄처럼 촘촘히 깔린 CCTV는 얼굴인식 기술과 결합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무단횡단 등 교통위반을 한 시민들을 카메라로 잡아내 이름과 사진을 전광판에 띄우기까지 한다.
홍콩 시위대가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는 것도 얼굴인식 기술 때문에 체포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광저우, 선전 같은 도시들이 얼굴 스캔으로 개찰구를 통과하고 대학 강의실에서도 얼굴인식으로 학생을 통제하는 등 얼굴인식이 보편화하는 만큼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도 크다.
경찰이 얼굴인식 기능이 있는 스마트안경을 쓰는 도시도 있다.
중국은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 감시당할지 몰라 두려워하는 '파놉티콘(감시사회)'을 구현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개인과 기업 등에 사회신용 점수를 매기는 사회신용 시스템도 논란이다.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음악을 듣거나, 무단횡단하는 일 등 생활의 모든 것이 통제 대상이 되는 것이다. 사회신용 불량자는 중국에서 비행기나 고속철도도 탈 수도 없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에 대해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열린 사회'의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터넷이나 영화·드라마 콘텐츠에 대한 검열도 훨씬 심해졌다.
중국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프리덤하우스가 꼽은 인터넷이 자유롭지 않은 나라 순위에서 이란이나 시리아보다 높은 1위다.
외국의 미디어나 소셜미디어는 물론 심지어 곰돌이 푸 캐릭터가 시진핑과 닮았다는 이유로 중국의 '만리방화벽'으로 차단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에서 한국 포털 다음은 접속이 완전히 막혀있으며 네이버는 블로그와 카페가 차단됐고 올해 한동안 전체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었다.
중국의 검열은 해외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짧은 세로 동영상 앱으로 외국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얻은 중국의 틱톡이 홍콩 시위와 톈안먼 민주화운동, 티베트 독립 등과 관련한 동영상을 차단했다는 가디언 보도가 최근 나왔다.


◇ 흔들리는 '하나의 중국'

중국이 줄곧 내세워온 '하나의 중국' 원칙도 위협받고 있다.
우선 중국이 1997년 영국으로부터 돌려받은 홍콩에서 '일국양제'가 큰 시험대에 올랐다.
홍콩에서 범죄자 본토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계속 이어져 중앙정부의 위신까지 땅에 떨어졌다. 점점 반(反)중국 성향이 짙어져 중국 국기가 불에 타거나 짓밟히는 일은 거의 매주 일어난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장악력이 세지자 홍콩 시민들의 반감이 높아진 것이 이번 시위의 바탕에 깔려 있다. 중국은 기존 제도를 유지할 수 있게 고도의 자치권을 약속했지만, 홍콩에서는 중국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건드려선 안 되는 마지노선이라며 병력을 투입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놨지만, 국제 금융허브인 홍콩의 위상과 세계인들의 이목 을 의식해 본격적인 무력 사용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10월 1일 건국 70주년을 코앞에 뒀지만, 시위는 줄어든 규모로나마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 홍콩 시위로 대만에서도 중국의 '일국양제'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다.
대만에서도 일국양제나 중국 본토와의 통일 필요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아진 것이다.
재선 도전에 나선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물론 친 중국 성향의 국민당 대선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마저도 일국양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중국은 대만 개인여행 금지령을 내리는 등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7월 백서에서 "중국은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면서 본토와 대만을 통일하기 위해 무력 사용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도 올 초 연설에서 대만과의 평화통일을 지향하지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옵션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대만을 국제무대에서 고립시키는 전략도 계속 펴고 있다. 최근 태평양 섬나라인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가 잇따라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하지만 대만과 홍콩 문제에서는 미국이 버티고 있다. 미국이 홍콩 시위대와 대만에 힘을 실어주는 가운데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까지 얽혀 중국의 고민은 깊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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