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 영화 '기생충' 속 한국 사회 빈부격차 조명

입력 2020-02-17 16:16   수정 2020-02-17 18:16

영국 언론, 영화 '기생충' 속 한국 사회 빈부격차 조명
반지하 가구·고가 아파트 공존하는 서울 아현동 소개
촬영지 관광 상품화 계획 놓고 엇갈린 반응 전하기도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칸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 4관왕을 받으며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영화 '기생충'은 아시아에서 4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이 겪고 있는 빈부격차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기택(송강호 분)과 충숙(장혜진 분) 가족이 살았던 반지하와 동익(이선균 분)과 연교(조여정 분) 가족이 거주했던 저택이 사실은 세트장이었지만, 서울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비탈길을 따라 촘촘히 세워져 있는 허물어지기 직전처럼 보이는 벽돌 건물 속 반지하 가구와, 빛으로 반짝이는 값비싼 고층 아파트 단지가 한 데 공존하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을 그 예로 들었다.
아현동은 극 중에서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 분)가 과외 자리를 넘겨준 친구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던 '돼지 쌀 슈퍼'가 위치한 동네로, 서울시는 이 슈퍼 등 기생충 촬영지를 관광코스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쏟아지는 폭우를 맞으며 기택네 가족이 한달음에 뛰어 내려갔던 종로구 자하문 터널 옆 계단, 기택네 가족이 피자 상자를 접는 소일거리를 구했던 동작구 '스카이 피자' 등도 관광 코스 후보지다.



가디언은 영화 기생충 덕분에 아현동 등 영화에 등장하는 지역 거주자들이 경제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모두가 '기생충 효과'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아현동 재개발을 오랜 기간 바라왔다는 익명의 남성은 "기생충 투어가 시작돼 해당 건물들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재앙"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내가 사는 집 천장은 물이 줄줄 새고 있어서 재개발 날짜가 정해져 이사할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영화 한 편 때문에 우리 동네가 계속 이런 상태에 머물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을 3번이나 봤다는 디자이너 이승진 씨는 "가난을 관광화하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이 터무니없다"며 "관광객을 데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경시킬 시간에 빈부격차를 줄이려고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와 달리 영화 기생충 덕분에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스카이 피자 주인 엄항기 씨는 가게 창문에 영화 기생충 속 등장하는 가게 사진을 걸어놓은 채 현재의 관심을 즐기고 있었다.

돼지 쌀 가게 주인인 김경순 씨 역시 "영화 기생충에 우리 가게가 등장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에서 상을 계속해서 받는 장면을 지켜보고, 전 국민과 함께 밤새도록 축하했다"며 기뻐했다.
가디언은 영국과 한국의 생활 수준이 비슷하지만, 한국 젊은이들은 치열한 대입 경쟁에서 살아남더라도 평생 좋은 직장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인의 85% 이상이 수입 격차가 "매우 크다"고 느끼고 있으며, 재정적인 안정은 부유한 가족의 전유물이라고 답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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